포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랩터를 시승했다. 신형 레인저 랩터는 지난 3월 출시된 풀체인지 모델, 신형 레인저의 퍼포먼스 모델로 전용 내외관 디자인과 서스펜션이 특징이다. 특히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물론 온로드에서도 뛰어난 주행감각을 보여줘 인상적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레저용 픽업트럭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G모빌리티에서는 렉스턴 스포츠를, GM 한국사업장은 미국에서 생산된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시에라를 직수입 형태로 판매한다. 포드코리아는 레인저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풀체인지를 거쳤다.

포드는 미국에서 가장 자동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픽업트럭 분야에서 풀사이즈 픽업트럭 F-150을 통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형 픽업트럭의 인기가 높아지며 미국내에서 단종됐던 레인저를 재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상품성을 확보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는 F-150 중심의 포드 픽업트럭 DNA를 그대로 담아냈다. 강인하고 생동감 있는 디자인은 물론, 130개국의 다양한 환경과 기후, 지형 조건에서 진행된 테스트 주행과 5천여명 이상의 고객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 중심적 모델로 탄생했다.

신형 레인저의 두 가지 트림, 와일드트랙(Wildtrak)과 랩터(Raptor) 중 랩터에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바하(Baja), 락 크롤링(Rock Crawling) 모드를 포함 7가지 주행모드와, 퍼포먼스 LED 헤드라이트, 단단한 하체구조와 폭스(Fox) 쇼크 업소버, 올 터레인 타이어가 기본 사양이다.

전면부는 포드 레터링이 포함된 검은색 대형 그릴을 통해 강인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C-클램프 헤드라이트와 접근각을 살린 축소된 범퍼와 하단부 스키드 플레이트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실제 험로주행을 고려한 설계다. 특히 랩터의 LED 헤드램프 광량은 대단한 수준이다.

랩터는 전장 5380mm, 전고 1920mm, 전폭 2030mm, 휠베이스 3270mm로 와일드트랙 대비 전장 +10mm, 전폭 +110mm, 전고 +35mm 큰 차체를 갖는다. 전용 폭스 서스펜션과 와이드 펜더가 기본 사양으로, 애프터마켓에서 선호되는 아이템이 출고시부터 장착된다.

실내에서도 랩터의 전용 디자인이 확인된다. 사이드 볼스터가 강조된 시트에는 부분적으로 스웨이드를 적용하고, 숄더 부분의 면적을 확대해 착좌감과 지지력을 높였다. 레드 스티치 장식과 부드러운 소재 사용, 패들 시프터, 뱅앤올룹슨 오디오가 와일드트랙에 더해진다.

실내 분위기는 12인치 대형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주도한다. 맥 OS가 연상되는 구성이 독특한데, 차량의 다양한 설정을 터치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드의 최신 SYNC4 시스템을 비롯해 360도 카메라도 지원한다. 내장된 내비게이션 보다는 폰 내비를 추천한다.

1열과 2열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 등 실내공간에서도 중형 SUV 이상의 거주성을 확보했다. 다만 차량 구조상 2열 리클라이닝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오버헤드 콘솔에 다양한 조작스위치를 마련해 서치라이트 등 액세서리 추가를 고려한 점은 픽업트럭 명가답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 조합으로 최고출력 210마력(3750rpm), 최대토크 51.0kgm(1750-2000rpm)을 발휘한다. 와일드트랙 대비 5마력 높은 수치다. 공차중량 2480kg, 복합연비는 9.0km/ℓ(도심 8.5, 고속 9.8)다.

미국산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디젤 파워트레인인데, 진동과 소음의 실내 유입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가속시에는 여느 디젤 엔진과 달리 파워풀한 사운드를 일부 만들어내는 점이 독특하다. 제원상 연비가 다소 낮은데, 80km/h 전후 실제 주행에서는 평균 14km/ℓ 수준이다.

주행시 전방에 펼쳐지는 시야는 초대형 SUV에 가깝다. 프레임 보디 특성상 기본적으로 전고가 높은데, 튜닝 서스펜션을 통해 와일드트랙 대비 전고가 높아져 시야가 좋다. 체급상 중형 픽업트럭에 속하지만 오버 펜더와 높아진 차고 등 여러 요소가 대형 픽업트럭 감각이다.

일상주행에서는 SUV의 주행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산 픽업트럭의 경우 의외로 좋은 승차감을 전하는데, 레인저 랩터 역시 충분히 부드럽고 안락한 셋업이다. 다만 와일드트랙 대비 다소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인해 노면에서의 빠르고 날카로운 충격은 전달하는 편이다.

랩터의 서스펜션 셋업은 기본적으로 오프로드를 빠르게 주파하기 위한 설계지만, 온로드 주행에서도 남다를 면모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픽업트럭이 차의 무게중심이 높고, 출력 대비 거동이 느리게 느껴졌다면 랩터는 다르다. 오히려 고성능 SUV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도로에서는 80~140km/h 구간에서 가장 경쾌한 가속력을 보이는데, 최고속도에 가까운 주행에서도 주행 안정감이 꾸준히 유지된다. 과격한 패턴의 올터레인 타이어는 온로드 주행에서도 의외로 접지력이 좋다. 겨울철 윈터 타이어를 선택하지 않아도 말랑함을 유지한다.

신형 레인저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 등 최신 운전보조장치를 갖췄는데, 시스템 완성도를 결정짓는 차선유지보조 기능의 개입이 분명하고 차선인식이 빠르다. 트럭을 레저용으로 사용한다는 개념보다는 픽업트럭 디자인의 고급 SUV라는 표현에 가깝다.

랩터의 적재공간은 SUV가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성을 지원한다. 적재함에 프레임을 올리고 그 위에 팝업식 텐트를 설치하면, 나머지 엄청난 공간을 캠핑 용품으로 채울 수 있다. 트레일러 견인을 고려하면 내장형 히치가 적용된 와일드트랙이, 오지 캠핑이라면 랩터가 좋다.

랩터의 7가지 주행모드 중 오프로드 고속 주행용 바하 모드는 랩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행모드다. 상시 사륜구동과 2륜 혹은 4륜에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은 다이얼을 통해, 리어 디퍼렌셜 락킹 기능은 화면을 통해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폭스 쇼버의 성능이 만족스럽다.

포드 레인저 랩터는 7990만원으로 레인저 와일드트랙의 6350만원 대비 가격이 높다. 적지 않은 차이지만 랩터 수준으로 와일드트랙을 애프터마켓에서 튜닝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랩터는 보증수리가 지원되는 밸런스 좋은 팩토리 튜닝 픽업트럭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