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신형 CR-V 터보를 시승했다. 신형 CR-V는 풀체인지 모델로 새로운 내외관 디자인과 신규 플랫폼이 적용된 신차다. 특히 동급에서 가장 넓은 수준의 2열 레그룸과 트렁크 공간은 중형 SUV를 넘보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높은 실연비와 거주성은 패밀리카로 부족함이 없다.

혼다코리아에게 2023년은 주력 모델 라인업 교체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다. 신형 CR-V를 시작으로, 신형 CR-V 하이브리드, 신형 어코드,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 신형 파일럿 등 상반기 2종, 하반기 3종의 풀체인지 신차를 투입하며,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본격 가동한다.

혼다차 전 차종을 대상으로 100% 온라인 차량 구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원 프라이스 정책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오프라인 전시장에서도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사용할 예정으로,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판매 프로세스를 확립할 계획이다.

혼다 CR-V는 혼다의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로 북미시장에서 특히 높은 판매량을 보여준다. 6세대 모델인 신형 CR-V는 강화된 NHTSA 충돌테스트를 만족하기 위해 측면 프레임을 비롯해 A필러, 루프, 사이드실, B필러, 도어, C필러까지 보강해 탑 세이프티+를 목표로 한다.

신형 CR-V에 적용된 섀시는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아키텍처의 최신 버전으로, 전기차와 같이 크고 무거워진 차량과의 충돌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국내 출시된 CR-V 터보는 북미시장 기준 EX-L 트림에 국내형 옵션이 더해진 사양이다.

신형 CR-V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크고 넓어진 차체를 보여준다. 혼다의 이번 세대 모델의 공통점인 낮고 수평한 구조의 긴 보닛과 함께 A필러의 위치가 후방으로 이동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후륜구동 SUV와 유사한 프로포션을 갖는다. 전장은 75mm, 휠베이스는 40mm 늘었다.

신형 CR-V는 전장 4705mm, 전폭 1865mm, 전고 1680mm, 휠베이스 2700mm로 동급 경쟁차 중 전장이 가장 길다. 전면부 디자인은 강인한 이미지가 강조됐는데 부드러운 SUV 보다는 터프한 픽업트럭 이미지에 가깝다. 수평형 벨트라인은 독일차스러운 견고한 디자인이다.

후면과 측후면 디자인은 기존 CR-V의 세로형 리어램프를 계승한 디자인인데, 어딘가 볼보와 유사한 분위기도 전달한다. 종합적인 외관 디자인은 단단하고 정교한 스타일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1113리터, 2열 시트 폴딩시 2166리터로 상당히 여유롭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히든 스타일의 에어벤트가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다. 작은 꼭지 레버로 풍향 조절이 가능한데, 짤깍대는 절도감 있는 움직임이 특징이다. 낮고 길게 뻣은 보닛과 함께 A필러가 좌우로 확대돼 전방은 물론 측면과 후측면 시야가 우수하다.

2열 공간은 세단 기준으로는 대형세단급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여유로운 레그룸과 함께 2열 시트백의 길이가 높게 이어진 풀사이즈에 가까운 시트가 제공돼 안락하다. 8단계로 조절되는 리클라이닝은 쇼퍼드리븐카가 부럽지 않다. 일반형 선루프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신형 CR-V에는 1.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CVT 무단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9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5kgm(1700-5000rp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610kg, 국내 복합연비는 12.1km/ℓ(도심 11.1, 고속 13.8)다. 235/60R18 규격의 타이어가 기본 사양이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안락함이 강조됐다. SUV 모델이지만 시트만 껑충한 구성이 아닌, 대시보드를 비롯해 각종 스위치류의 조작이 용이한 인체공학적 구성이다. 계기판과 이어지지 않는 모니터와 스틱형 기어레버가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직관성만큼은 우수하다.

혼다 고유의 경제 주행모드, 커다란 ECON 버튼은 이제는 토글형 레버로 주행모드 셀렉터에 통합됐다. 가죽과 우레탄, 플라스틱이 혼재된 내장재는 동급에서는 비교적 고급소재가 적용됐다. 센터콘솔을 비롯해 도어포켓, 스마트폰 충전부 등 수납 공간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우수한 편이다. 기분탓인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연기관차들의 정숙성이 상향 평준화된 모습이다. 일상주행에서의 움직임은 경쾌한데, 저회전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1.5 터보와 변속충격 없는 무단변속기의 조합이 꽤나 부드럽게 전달된다.

혼다의 CR-V 기술자료에는 효율 증대와 배출가스 감소, 엔진 반응성 향상, 소음과 진동 감소를 위한 튜닝이 진행됐다고 한다. 4-2 배기 포트와 응답성을 높인 터보차저를 통해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300rpm 앞당겨졌다. 풀가속시 스텝-시프트 기능을 통해 변속감도 연출한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CR-V의 엔진은 제원상 출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엔진에 진심인 브랜드답게 저회전부터 고회전 영역까지 출력이 여유롭다. CVT 변속기 특성상 저부하 주행에서는 퓨얼컷과 희박연소 빈도가 높은데, 고속화도로 연비는 20km/ℓ 수준이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중형 SUV에 가깝다. 기존 CR-V가 도심주행에 최적화된 부드러운 셋업이라면 신형 CR-V는 규정속도를 넘어서는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는 여유로운 용량의 서스펜션 구성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초고속 항속주행시 피로감이 적다.

혼다 센싱은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 120도까지 인식 범위가 확대된 레이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성능이 향상됐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와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이 추가됐다. 리어 사이드 및 프런트 무릎 에어백 등 총 10 에어백을 제공한다.

혼다 센싱은 현재는 단종된 플래그십 세단 레전드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번 버전에서는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반응이 부드럽다. 갑작스러운 브레이킹이 아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수준의 감속으로 새로 진입한 차량과의 거리를 벌려준다.

혼다 신형 CR-V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패밀리카로서의 조건을 만족하는 결과물로 완성됐다. 북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최신판에 가깝다. 다만 디자인에서의 첨단 분위기를 원한다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4천만원대 패밀리 SUV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지로 생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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