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2023년형 투아렉 R-라인(R-Line)을 시승했다. 2023년형 투아렉은 지난 2월 출시된 신차로 EA897 신규 파워트레인과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적용 상품성을 높였다. 투아렉은 카이엔, 우루스와 형제차로 강건한 섀시를 통한 우수한 고속주행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3세대 모델인 신형 투아렉은 지난 2020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2세대 투아렉이 유선형 차체에 하위 모델인 티구안이나 골프와 유사한 디자인을 보였던 것과 달리, 3세대 투아렉은 직선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에 와이드한 차체를 통해 대형 럭셔리 SUV 분위기가 강하다.

폭스바겐 브랜드가 대중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모델인 투아렉은 럭셔리 브랜드 모델에 가까운 구성을 지녔다. 경량화 설계에도 공차중량 2톤을 넘어서는 섀시와 에어 서스펜션, 리어 휠 스티어링이 대표적이다.

3세대 투아렉에 사용된 MLB evo 플랫폼은 폭스바겐그룹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에 폭 넓게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아우디 Q8, 포르쉐 카이엔,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에도 사용된다. 투아렉은 MLB evo 형제차 중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2023년형 투아렉의 가장 큰 변화는 EA897 evo3 V6 3.0 TDI 엔진의 적용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전체 디젤 라인업에 트윈 도징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EA897 엔진에도 트윈 도징 기술이 적용됐다. 트윈 도징 기술은 2개의 SCR 촉매 변환기를 통해 질소 산화물을 줄여준다.

또한 기존 투아렉 최상위 모델 4.0 TDI에만 적용되던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최신 운전자 보조장치 IQ 드라이브가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됐다. 프리미엄(8830만원), 프레스티지(9783만원), R-Line(1억284만원)으로 구성되며, 시승차는 R-Line 모델이다.

투아렉의 외관 디자인은 직선과 면이 강조된 독일차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경쟁차 대비 전고가 다소 낮아 보이기도 하는데, 낮은 무게중심이나 주행시 차체 밸런스에서는 강점으로 나타난다. 과장되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크고 와이드한 차체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투아렉의 차체는 전장 4880mm, 전폭 1985mm, 전고 1680mm, 휠베이스 2899mm이다. 포르쉐 카이엔은 전장 4920mm, 전폭 1985mm, 전고 1655mm, 휠베이스 2895mm로 수치와 프로포션이 유사하다. 투아렉 최상위 모델과 카이엔 엔트리와의 가격차는 1500만원이다.

실내는 12.3인치 전자식 계기판과 15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최근 벤츠에서 출시하는 전기차와 유사한 구성으로, 출시 시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앞선 부분이다. 실내 공간은 대형 SUV 수준의 여유로움을 갖췄다. 최근 유행하는 3열은 제공하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3.0 V6 T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 조합으로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2271kg, 복합연비는 10.8km/ℓ(도심 9.6, 고속 12.8)다. 100km/h 정지가속은 6.3초, 최고속도는 238km/h, 타이어는 285/40R21이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가격대가 유사한 GV80과는 사뭇 다르다. 기본적으로 높은 시트포지션이나 탑승시에는 비교적 낮게 다가온다. 설계상 차이가 가져온 결과로 생각되나 심리적인 안정감에서는 도움이 되는 설정이다. 전방을 비롯한 측후방 시야각도 좋은 편이다.

정차시에는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일부 전달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익숙해진 몸이라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4기통 디젤과 6기통 디젤의 감각은 전혀 다른데, 6기통 디젤의 잘잘한 진동과 사운드는 꽤나 고급스럽다. NVH 성능은 플래그십 모델답다.

일상주행에서 투아렉은 대부분의 주행을 1000rpm 전후에서 소화한다. 발진시부터 만들어내는 토크가 대단하기 때문인데, 2.2톤의 거구를 매끄럽게 움직이는 감각은 플래그십 모델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투아렉의 가장 큰 매력은 파워트레인과 섀시에서 나온다.

제원상 특별해 보이지 않는 투아렉의 V6 디젤엔진은 실주행에서 대부분의 상황을 만족시키는 만능 엔진에 가깝다. 일상주행에서의 여유로운 토크는 물론, 초고속 영역에서의 항속과 재가속, 고회전에서 이어지는 토크 등 페이퍼 스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우수함이 있다.

최근 대형 SUV를 구입하는 경우에도 디젤보다는 가솔린 터보를 선호하는 분위기지만, 고속주행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6기통 디젤의 강점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항속시 엔진 회전이 낮아 연비가 높은데, 규정속도를 넘어서는 고속주행에서의 연비는 2배 정도 벌어진다.

고속주행시 섀시가 전하는 안정감은 준수하다고 얘기되는 중대형 SUV와도 차이가 있다. 투아렉은 마치 200km/h 항속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초고속으로 속도를 높여가도 안정감의 차이가 아주 적다. 장거리 고속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대형세단보다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고 물컹한 승차감을 보이지는 않는다. 에어 서스펜션은 70mm의 차고 조절을 위한 장비로, 대형 SUV 중에서는 단단함에 가까운 승차감을 나타낸다. 반면 스포츠모드에서도 서스펜션을 조이는 강도가 크지 않아 무난한 승차감을 이어간다.

고속에서의 빠른 차선변경에서는 의외의 민첩함을 보인다. 리어 휠 스티어링이 전방 조향륜과 동일한 방향으로 리어 휠을 틀어주기 때문인데, 코너링에서도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37km/h 이하 저속에서는 조향륜과 반대로 틀어 회전반경이 좁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폭스바겐그룹의 대형 SUV 기술력을 경험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많은 수입차 소비자들이 분포하고 있는 7천만원 전후에서 차량 변경 고려시, 독일산 대형 SUV, 그리고 6기통 디젤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투아렉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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