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라브4 PHEV를 시승했다. 라브4 PHEV는 2022년 선보인 라브4 부분변경 라인업에 추가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강화된 2개의 전기모터를 포함한 306마력 퍼포먼스와 18.1kW 대용량 배터리팩을 통해 공간과 상품성, 성능과 효율성을 함께 만족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23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렉서스와 토요타 라인업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 전략을 통해 기존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BEV) 등 8종의 신규 전동화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토요타 브랜드는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크라운 크로스오버 하이브리드, 알파드 하이브리드,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신형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bZ4X를 국내 출시한다. 렉서스는 전기 SUV RZ와 신형 RX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도입한다.

라브4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로 현재 판매되는 5.5세대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200만대를 넘어섰다. 라브4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토요타 캠리를 2017년 판매량에서 앞선 이후 픽업트럭 3총사(F-시리즈, 실버라도, 램)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시승한 모델은 2023년형 라브4 PHEV다. 라브4 라인업으로는 처음 선보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2022년 부분변경을 통해 내외관 디자인이 세련된 분위기로 진화했다. PHEV 모델에는 전면 메쉬 그릴과 블랙 디테일, 19인치 투톤 휠, 레드 스티칭 시트가 추가된다.

라브4 PHEV는 전장 4600mm, 전폭 1855mm, 전고 1690mm, 휠베이스 2690mm의 차체를 갖는다. 과거 중형 SUV에 가까운 덩치로,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인해 제원보다 차가 크게 다가온다. 풀체인지를 통해 크기를 키운 투싼이나 스포티지가 이제는 라브4와 유사하다.

수평으로 뻣은 보닛과 사다리꼴 전면부 그릴은 강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과 함께 후륜구동 기반 SUV의 분위기도 보여준다. 사다리꼴 휠하우스와 비교적 높은 최저지상고는 곱상한 도심형 SUV와는 다른 분위기다. 무게중심은 낮추고 최저지상고는 12.7mm 높인 결과다.

실내에서는 외관 디자인의 터프함이 이어진다.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굵직한 기어노브와 모드 셀렉트 다이얼, 공조장치 컨트롤러 등 주요 조작부는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자식 계기판과 한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됐다.

운전석에서는 전방은 물론 측후방 시야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TNGA 플랫폼을 통한 대시보드 하향 설계로 비교적 높은 보닛을 지녔음에도 시야가 좋다. 대형 사이드미러를 통한 넓은 시야는 최근 디자인으로 인해 희생되는 일부 모델과는 다른 운전 편의성을 위한 설계다.

실내공간은 패밀리카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토요타 최신 모델의 경우 시트의 안락함이 꽤나 좋은 편인데, 라브4에서도 이어진다. 여유로운 2열 레그룸과 함께 장거리 이동시 유용한 2열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점은 중형세단보다 SUV가 패밀리카로 선호되는 이유다.

파워트레인은 2.5리터 D-4S 가솔린엔진이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22.7kgm, 2개의 전기모터가 182마력(전륜)과 54마력(후륜)을 더해 합산출력 306마력을 발휘한다. 전기 주행거리는 63km, 국내 복합연비는 15.6km/ℓ(도심 16.3, 고속 14.7), 공차중량은 1930kg이다.

출발시 풀 충전에 가까운 배터리 충전량으로 계기판에 나타나는 주행가능거리는 69km다. 수도권에서 출퇴근 거리가 가장 먼 코스 중 하나인 일산에서 선릉역까지 왕복이 가능한 수치다. 18.1kWh 배터리팩의 용량은 최신 전기차 롱레인지 모델의 4분의 1 수준이다.

출퇴근시 전기 주행거리가 빠듯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항속거리 900km에 달하는 내연기관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완충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완속 기준 2시간37분이다. 5570만원의 라브4 PHEV와 대등한 공간의 전기차는 적어도 2천만원의 예산이 추가된다.

고속화도로에 접어들어도 라브4는 모든 주행을 전기모터만으로 소화한다. 배터리팩의 전기를 먼저 소진하고 내연기관이 개입하는 기본 설정은 여느 PHEV 모델과 다르지 않다. 차이는 소진 이후의 로직이다. EV모드의 최고속도는 135km/h로 전기만으로 고속도로를 소화한다.

전기만으로 가속하는 펀치력은 200마력 수준의 내연기관차나 전기차와 유사하다. 대부분의 2.0 디젤 SUV가 200마력 전후의 출력을 갖는다. 풀가속시에는 놀랄 가속력을 보여주는데, 300마력의 페이퍼 스펙을 그대로 나타낸다. 300마력 SUV는 보통 고성능 모델로 구분된다.

승차감에서도 라브4 하이브리드와는 차이를 보이는데, 200kg 늘어난 공차중량은 보다 무게감 있는 승차감을 만들어냈다. TNGA 플랫폼을 사용하며 달라진 토요타의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라브4에서도 그대로 구현됐다. 부드러운 일상주행과 달리 고속에서는 안정적이다.

주행모드는 EV모드, HV(하이브리드)모드, AUTO EV/HV모드, CHG HOLD모드로 구분된다. AUTO EV/HV모드에서는 배터리를 우선 사용하고, HV, CHG HOLD에서는 충전량을 유지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유사한 로직을 보인다. 고속주행 30분에 배터리 50%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를 우선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의 연비는 42km/ℓ, 충전량 유지시에도 20km/ℓ를 넘나드는 연비는 토요타 PHEV가 타사 PHEV와 구분되는 특징이다. 특히 배터리를 충전하며 주행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연비는 인상적이다. 시스템적으로는 흠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다.

기본으로 적용된 운전보조장치(ADAS)는 전방차량추종과 차선유지보조를 지원하는 최신 버전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는 대부분 조향보조에서 만족스러운 거동을 보인다. 고속주행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평소보다 좋은 누적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

토요타 라브4 PHEV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완성도는 양산차 최고 수준이다. 306마력의 퍼포먼스와 라브4 하이브리드 보다 높은 연비, 전기모터로 후륜을 구동하는 E-FOUR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라브4 PHEV가 아니라면 5천만원대에 구현하기 어려운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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