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XM3 이테크(E-TECH)를 시승했다. XM3 이테크는 르노가 국내에 선보인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로, 향후 출시될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신차다. 특히 XM3 이테크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스포티한 주행감각과 높은 연비가 강점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로, 국내 판매와 함께 해외에서는 르노 아르카나(Arkana)로 판매된다. 2020년 1월 부산에서의 생산이 시작된 이후 9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20여만대(국내 6.4만대, 해외 13.9만대), 수출 물량의 60%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XM3 또는 아르카나의 생산 기지는 한국과 러시아에 위치하는데, 러시아 공장은 전쟁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돼 현재는 전량 부산공장에서 생산, 판매된다. 다만 하이브리드 모델인 XM3 이테크는 국내 배정 물량이 적어, 이미 계약된 물량만으로도 내년 5월까지 채워졌다.

XM3 이테크를 리뷰하기에 앞서 르노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2개의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 그리고 1.2kWh 배터리팩의 구성은 특별할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클러치가 없는 멀티모드 기어박스는 엔진(4단), 전기모터(2단)으로 조합된다.

인버터(직류-교류 변환기)는 2개 위치하는데, 15kW/50Nm(약 20마력/5.1kgm)의 소형 전기모터(HSG)와 36kW/205Nm(약 49마력/21kgm)의 주 전기모터를 각각 관장이다. 엔진과 전기모터 연결은 DHT(하이브리드용 기어박스)를 통한 도그 클러치(기어 직접 연결) 방식이다.

쉽게 얘기하면, 현대기아차의 1모터 시스템과 다르고, 토요타의 2모터 시스템과 유사하나 클러치가 없는 방식, 특히 하이브리드 구성품의 무게가 50kg 수준으로 아주 가볍다. 결과적으로 가벼운 공차중량과 상시 배터리 충전, 직결식 동력 전달로 인한 주행감각이 특징이다.

XM3 이테크의 외관은 기존 XM3와 일부 다르다. 전면부 범퍼 하단에는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적용하고 블랙베젤 헤드램프를 새롭게 적용했으며, 전후방 건메탈 그레이 스키드와 크롬 가니시가 적용된다. 하이브리드 전용 컬러로 오렌지와 웨이브 블루가 추가됐다.

블랙 투톤 루프와 아웃사이드 미러, 하이글로시 B필러와 벨트라인은 인스파이어 디자인 패키지 사양이다. 날렵한 쿠페형 보디와 투톤 18인치 휠은 어울림이 좋다. 실내는 블랙 가죽시트 패키지가 적용돼 1열 파워 및 통풍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2열 열선시트가 추가된다.

운전석 시트포지션은 엉덩이를 옆으로 밀어 넣으면 가능한 편리한 탑승과 넓은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시트는 착좌감이 좋은 편인데, 헤드레스트의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거북목을 강요하지 않는다. 긴 휠베이스로 인해 레그룸은 여유롭고, 좌우 폭은 다소 좁은 감각이다.

XM3의 전장 4570mm, 전폭 1820mm, 전고 1570mm, 휠베이스 2720mm의 차체는 동급에서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트렁크 공간은 487리터로 수치 이상의 깊고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뒷 차축 앞쪽에 위치해 가변형 트렁크 하단 패널도 그대로다.

1.6리터 MPi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구성되며 변속기는 생략됐다. 엔진은 최고출력 86마력, 최대토크 13.9kgm, 주 전기모터는 약 49마력/21kgm, 보조 전기모터는 약 20마력/5.1kgm다. 18인치 기준 공차중량 1445kg, 복합연비 17.0km/ℓ(도심 17.4, 고속 16.6)다.

XM3 이테크와 동일한 르노 아르카나 이테크의 합산출력은 145마력, 정지에서 100km/h 가속은 10.8초, 최고속도는 172km/h다. 파워트레인이 유사한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의 11.3초, 160km/h, 기아 신형 니로의 10.8초, 160km/h 대비 비슷하거나 일부 앞서는 수치다.

실제 주행에서 XM3 이테크는 중고속 영역에서 제원상 수치 이상의 경쾌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가속되는 과정이 기존 국산 하이브리드 SUV와 꽤나 다른 모습인데, 고회전에서 파워가 리니어하게 증가하며 속도를 늘려간다. 120km/h 이후 한 번의 변속도 독특한 설정이다.

풀가속시 120km/h 부근에서 변속되는 모습은 2단으로 구성된 전기모터의 변속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과정은 2단 변속기가 탑재된 전기차, 포르쉐 타이칸이 연상된다. 도그 클러치의 직결식 동력 전달과 잔잔한 배기음까지, 동급 하이브리드 SUV 중 단연 스포티한 모습이다.

고속주행시 안정감 역시 수준급이다. 동급에서 가장 높은 최저지상고를 갖고 있지만, 전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독특한 프로포션으로도 유럽차 특유의 안정적인 주행감을 최고속도까지 이어간다. 핸들링 감각은 다소 무딘 모습인데, 여름용 타이어가 달린 유럽형과 다르다.

수출형 아르카나에는 여름용 타이어 금호 엑스타 HS51이, 국내 XM3에는 사계절 타이어 금호 솔루스 TA31이 적용된다. 국내형 타이어의 장점은 소음과 승차감이다. XM3 이테크의 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1열은 물론 2열에서도 동급에서는 꽤나 좋은 수준에 속한다.

XM3 이테크의 승차감 첫인상은 다소 단단한 감각이다. 하지만 주행을 이어가면 이런 단단함은 기억에서 사라지는데, 각각의 댐퍼의 움직임이 꽤나 유연하다. 때문에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동작이 부드럽다. 반면 롤은 일정 수준 이상에서 억제해 자세를 유지한다.

일상주행에서는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주장대로 전기차와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지에서 50km/h 수준까지는 엔진이 개입하지 않고 전기모터가 동력을 전달한다. 20km/h 부근에서 엔진이 개입하는 경쟁 하이브리드차와는 다른 설정으로 저속시 정숙성은 덤이다.

엔진이 개입하는 순간의 소음과 진동이 적은 점도 장점인데, 풀가속을 시도하지 않으면 MPi 엔진의 정숙성이 돋보인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에서 일부 이질감이 있는데,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불쾌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브레이크 셋업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XM3 이테크의 배터리팩은 1.2kWh로 경쟁차의 1.56kWh 대비 적은 용량인데, 여기서도 절반 수준까지만 충방전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상시 충전이 가능한 2-모터 시스템으로 인해 가혹한 주행에서도 전력이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충전과 방전에 대한 효율이 높은 편이다.

시승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20km/ℓ 전후, 연비 주행에서는 26km/ℓ 전후, 가혹한 주행에서도 16km/ℓ 전후의 좋은 연비를 나타냈다. XM3 이테크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구성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효율성, 그리고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하이브리드 SUV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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