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올 뉴 레인지로버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를 시승했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5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새로운 내외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특히 험로 주파능력 등 기존 정체성에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 정숙성과 안락함,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를 대표하는 모델로, 벤츠 S클래스와 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1970년 처음 선보인 레인지로버는 50년간 5세대로 진화하며 럭셔리 대형 SUV로서 존재감을 유지했다. 5세대 레인지로버에서는 BMW의 검증된 파워트레인도 주목할만 하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국내 라인업은 스탠다드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9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437만원, 롱 휠베이스 D35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1007만원,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3047만원, 7인승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2억2537만원이다.

기존 레인지로버의 1억7187~2억1497만원 대비 스타팅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런 가격 인상에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레인지로버 체급에서는 사실상 직접적인 경쟁차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벤츠 S클래스의 가격은 1억4040~2억2912만원(22년식)이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외관은 기존 레인지로버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했다. 선과 면을 강조한 매끈한 보디라인에 패널간 단차를 줄이고 히든형 도어핸들을 적용해 일체감이 좋다. 꽤나 긴 전장과 휠베이스를 가진 차체지만, 롱 휠베이스 모델의 디자인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고화질 디지털 LED 헤드램프는 전방의 16개 물체를 인식해 선별 조사할 수 있으며, 최대 500m 조사가 가능한 최신 유닛이다. 후면부에는 히든-언틸-릿 테일램프라고 불리는 세로형 리어램프가 적용됐는데, 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으면 글로스 블랙 그래픽으로 유지된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전장 5052mm, 전폭 2003mm, 전고 1870mm, 휠베이스 2997mm의 기본 모델과 전장 5252mm, 휠베이스 3197mm의 롱 휠베이스 모델로 나뉜다. 기존 대비 휠베이스가 75mm 늘어나, 레인지로버 최초로 3열 7인승 롱 휠베이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꼼꼼한 가죽 마감과 2개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시보드 중앙의 13.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에는 PIVI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돼 한글화는 물론 티맵도 지원한다. 개방식 전자식 계기판이 독특하며, 윈도우 스위치는 도어 상단에서 하단부로 내려왔다.

다소 껑충했던 기존 레인지로버의 시트포지션과 달리, 신형 레인지로버는 시트 위치가 다소 낮아져 안락함을 전한다. 넉넉한 사이즈의 운전석 시트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감각이다. 레인지로버의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시트의 안락함이다.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정숙한 실내에는 외부 소음이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여기에 1600W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디폴트 값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운드를 전한다. 새로운 V8 엔진의 회전질감과 정숙성은 기존 슈퍼차저 보다 고급스럽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신규 장비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테일게이트 이벤트 스위트'다. 분리형 테일게이트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장비다. 테일게이트 상단에 위치한 스피커로 음악이 집중되며, 시동을 끈 상태에서 동작한다. 맞춤형 쿠션을 추가할 수 있다.

P530 오토그래피는 4.4리터 V8 터보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100km/h 정지가속은 4.7초, 최고속도는 250km/h다. 국내 복합연비는 6.8km/ℓ(도심 5.6, 고속 9.0)다. D350은 최고출력 350마력, 복합연비 10.1km/ℓ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익숙해 보이는 파워트레인은 BMW에서 제공받는다. 기존 5.0 슈퍼차저를 대신하는 4.4 V8 터보는 토크와 연비는 물론, 정지가속과 최고속도가 향상됐다. 영국제 슈퍼차저의 감성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수치면에서는 모든 부분이 개선됐다.

엔진의 여유로운 출력과 토크는 공차중량 2790kg에 달하는 거구를 1000rpm 부근에서 부드럽게 가속시킨다. 아이들링에 가까운 1000rpm 부근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이는 엔진은 고출력 모델이라고 해도 예상보다 많지 않다. 완성도가 낮은 경우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 낸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거동이 기존 모델보다 경쾌하다. 새로운 MLA-Flex 아키텍처를 통해 강화된 차체 강성과 최대 7.3도 조향되는 리어 액슬은 5미터가 넘는 거구를 중형 SUV 정도의 감각으로 운전하게 만든다. 후륜 조향과 함께 48V 롤 컨트롤 장비는 차체 롤링을 억제한다.

에어 서스펜션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에 후륜 조향과 48V 롤 컨트롤이 더해져 승차감과 주행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급한 코너를 다소 과하게 진입해도 매끄럽게 머리가 돌아나간다. 후륜 조향과 48V 롤 컨트롤이 조합된 대형 SUV의 거동은 사기급에 가깝다.

랜드로버가 시승행사에 항상 마련하는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임시도로 주행을 비롯해 범프와 가파른 오르막, 도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신형 레인지로버의 트윈 밸브 댐퍼가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은 비포장도로 주행에서 특히 좋은 승차감을 전하는데 양산차 최고 수준이다.

좁은 비포장도로와 가파른 오르막을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레인지로버의 오프로드 전용 카메라가 차체 하단에 위치한 카메라가 전방 노면과 좌우 앞바퀴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차체 하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설정은 오프로드 특화 아이템이다.

차고는 총 4단계로 조절되는데, 승하차시 50mm 낮추는 기능과 오프로드 1에서 75mm, 오프로드 2에서 추가로 60mm 높이는 설정을 통해 노면의 암석에서 차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전용 공기흡입구 설계를 통해 최대 900mm 수심을 통과하는 것을 당연하게 소화한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전통적인 레인지로버의 디자인과 고급감, 험로 주행성능에 온로드 주행성능을 강화한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여기에 2열 거주성을 개선하고, 3열 7인승 모델까지 제공해, 구성에서 큰 변화가 없는 럭셔리 대형 세단을 완전히 대체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