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3.8 2WD 캘리그래피를 시승했다. 지난 5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더 뉴 팰리세이드는 전면부와 일부 실내 디자인을 변경하고 HDA2 등 상품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이 상당히 올랐지만, 공간과 정숙성의 가치는 싼타페, 쏘렌토마저 위협한다.

팰리세이드는 국산 SUV 시장에서 3열 대형 SUV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입 대형 SUV 수준의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높여놨다. 2018년 12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예상을 넘어서는 판매됐으며, 2020년과 2021년 현대차 최다 판매 SUV 타이틀을 획득했다.

팰리세이드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가격이 트림별 260~450만원 인상됐는데, 기본으로 제공되는 옵션이 추가되며 상품성이 개선되고, 하위 모델이나 경쟁차의 가격 인상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은 적은 편이다. 하지만 풀패키지가 6천만원을 넘어선 부분은 부담스럽다.

파워트레인 변화가 없는 부분은 미국시장 중심의 판매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아 카니발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3.5 엔진은 출력과 토크에서 팰리세이드의 3.8 가솔린과 유사하나, 3800cc는 마케팅적인 이점이 있다. 또한 내연기관 마지막 모델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겠다.

시승차는 팰리세이드 3.8 2WD 캘리그래피(5069만원)에 빌트인 캠(69만원), 듀얼 선루프(88만원)이 추가된 5226만원 사양이다. 출시 초기 시승차의 경우 2.2 디젤 엔진(150만원)과 사륜구동 시스템(240만원)이 더해진 모델임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분이 제외된 차량이다.

부분변경을 통해 외장 컬러가 2종(쉬머링 실버 메탈릭, 로버스트 에메랄드 펄) 추가됐는데, 실버 컬러와 캘리그래피 전용 크롬 전면 그릴과의 어울림이 좋다. 하위 트림의 다크 크롬 그릴은 어두운 계열 외장 컬러와 조화롭다. 다크 크롬과 화이트 외장 조합만 피하면 된다.

내장 컬러 조합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블랙 인테리어 선택시 캘리그래피의 헤드라이닝 스웨이드 내장재가 기존 베이지에서 블랙으로 변경돼 실내 분위기가 다르다. 또한 10.25인치에서 12.5인치로 커진 모니터, 별도의 창이 더해진 공조장치, 베젤리스 룸미러가 달라졌다.

하위 트림의 선택을 기피하게 만드는 차별도 몇 가지 확인되는데, 엔트리 트림에서 20인치 휠을 선택할 수 없는 점, 기본 클러스터가 과거 7인치 LCD에서 4.2인치로의 변화는 다운그레이드다. 그럼에도 3867만원의 엔트리 모델, 익스클루시브는 여전히 가성비 모델이다.

시승차는 더 뉴 팰리세이드 3.8 2WD 모델로, 3.8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95마력, 최대토크 36.2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 1920kg(7인승), 복합연비는 9.0km/ℓ(도심 8.0, 고속 10.7)다. 동일 사양 2.2 디젤은 202마력, 복합연비 12.0km/ℓ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정숙하다. 6기통 가솔린 모델의 강점이기도 한데, 4기통 디젤과 비교시 연비와 저회전 펀치력, 세금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앞선다. 윈드실드와 1, 2열에 차음유리가 적용되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추가되며 실내 정숙성은 GV80에 가까워졌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팰리세이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저속에서의 승차감 개선이 눈에 띈다. 기존 팰리세이드의 서스펜션은 단단한 경향이 강했는데, 이 부분을 부드럽게 개선했다. 3세대 SDC(Selective Damping Control) 밸브 적용 댐퍼가 사용돼 주행시 잔진동을 줄여준다.

또한 2열 휠하우스에 흡음재를 추가하고, 트렁크 하단의 서브우퍼 상단 커버를 재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디퍼렌셜 기어 마운팅 부시 형상 개선과 유리의 두께를 늘리는 변화도 고속주행시 NVH 개선에 도움을 준다. 정숙성 향상과 승차감 개선은 분명한 변화다.

반면 고속주행시에는 개선된 서스펜션 셋업 변화의 차이가 크지 않게 느껴지는데, 미세하게 고속주행시 안정감이 낮아진 것으로도 생각된다. 싼타페TM과 팰리세이드 초기 모델은 모두 뉘르부르크링에서 유독 많은 테스트를 거친 모델인데, 개선의 방향이 안락함으로 향한다.

기존 팰리세이드의 2열과 3열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로 생각된다. 저속에서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만 고속에서는 변화가 미비한 부분은, 더 크고 무거운 차체가 고려된 플랫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런 면은 미국산 대형 SUV가 앞선다.

팰리세이드의 강점 중 하나는 주행시 차체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팰리세이드의 차체는 전장 4995mm, 전폭 1975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900mm로 대형 SUV 세계에서는 작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시야가 좋은 편이라, 싼타페와 비교해도 부담되지 않는다.

반면 실내공간은 싼타페나 쏘렌토 대비 여유롭기 때문에, 다인승차가 잦은 가정이라면 활용도에서 꽤나 차이를 보인다. 특히 3열 시트 사용시에도 트렁크 공간이 확보되는 점은 하위 모델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또한 3열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부분은 높게 평가된다.

특히 전자식 변속버튼의 작동 로직 변화는 부분변경에서 가장 칭찬하고픈 부분이다. 기존 현대차의 전자식 변속버튼이 변속 딜레이로 인해 오작동 가능성이 있었는데, 부분변경 모델에서는 P->D로 변속시 P->R->N->D로의 과정을 거쳐 기존 레버식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기존에는 P->D로 변속시 점프 방식을 사용해 안전성의 문제로 변속 딜레이는 물론,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지 않으면 변속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규 작동 로직을 통해 오작동 가능성이 크게 줄었고, 버튼의 조작 반응성이 빨라져 주차가 한결 편해졌다.

그 밖에 팰리세이드 부분변경은 IIHS 2.0 측면 충돌 시험을 고려해 차체 보강이 이뤄졌다. 충돌 속도 60km/h(10km/h 상향), 충돌체 무게 1900kg(400kg 상향)에 대응하기 위해 B필러와 플로어 보강재를 더했다. 최근 선제적 충돌 테스트에서의 낮은 점수는 보완될 전망이다.

HDA2나 제네시스와 동일한 HUD 적용은 과분할 정도다. 자동차선변경도 자연스럽다. 운전을 완전히 맡길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의 하드웨어에서 구현하는 상위권 완성도를 보여준다. 가격이 올라서 불만이라도 패밀리 SUV 범주에서 팰리세이드의 상품성은 인정하게 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