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21년 국내에 선보인 부분변경 모델로 개선된 디자인을 통해 상품성을 높였다. 특히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저중심 설계와 이질감이 적은 파워트레인을 통해 경쟁차 중 가장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자랑한다.

2022년 기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모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유가 시대와 함께 반 디젤 정서가 확산되며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의 강점과 내연기관차의 장점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구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신차 출시에 따른 관심은 전기차가 높지만 충전에 대한 불안감, 장거리 주행시 충전 계획의 불확실성, 제한된 차종, 높은 차량 가격 등 차량 운영에 있어 감수해야 할 다양한 문제점으로 구입을 주저하게 된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은 다름 아닌 하이브리드차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해 연료 효율성을 높인 하이브리드차는 최근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고, 세단 중심에서 SUV로의 라인업 확대, PHEV 모델 투입 등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중형세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베스트셀링카다. 국내에 판매되는 어코드는 2.0 하이브리드와 1.5 가솔린 터보의 2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된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2.0 가솔린 터보는 판매가 중단됐다.

부분변경에는 전면부 그릴 크롬 디테일, 19인치 대구경 휠, 혼다 센싱 스위치 개선,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유지보조(LKAS) 기능 개선, 안드로이드 오토 추가, 후진 하향 사이드미러, 1열 통풍시트, 와이퍼 결빙 방지, 10-스피커 오디오 등 상품성이 개선됐다.

다양한 사양이 추가됐음에도 가격은 4650만원으로 2018년과 큰 차이가 없다. 4년간 국산차 가격이 크게 상승해 체감 가격은 오히려 저렴해졌다. 어코드의 전면부는 외관 디자인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9-LED 헤드램프와 보닛의 디자인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가깝다.

10세대 어코드는 전장 4905mm, 전폭 1860mm, 전고 1450mm, 휠베이스 2830mm로 기존 9세대 어코드 대비 전장과 전고는 줄이고, 전폭은 확대해 낮고 와이드한 프로포션을 확보했으며, 휠베이스는 55mm 늘렸다. 10세대부터는 유럽형과 미국형 모델이 하나로 통합됐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통해 넓은 실내공간을 강조한다. 특히 비교적 낮은 시트포지션과 개방감이 좋은 전측방 시야는 동급 경쟁차 중 가장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보여준다. 운전석에서의 포지션은 유럽차에 가까운 설정으로, 버튼과 다이얼 조작부 디테일이 좋다.

공조장치 조작시마다 다이얼에 빨강 또는 파랑 조명이 들어온다. 어깨 부분까지 감싸는 1열 시트와 여유로운 2열 공간, 2열 등받이의 적절한 기울기는 패밀리카로서 큰 강점이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조작이 좋지만, 패널에 위치한 물리 버튼이 고급감을 낮춘다.

파워트레인은 2.0리터 VTEC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kgm, 전기모터는 184마력, 32.1kgm, 시스템 합산 215마력을 발휘한다. 공차중량 1570kg, 19인치 휠 기준 복합연비는 17.5km/ℓ(도심 18.0, 고속 17.0)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직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현대기아차의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직병렬은 2개의 전기모터, 병렬은 1개의 전기모터와 변속기로 구성된다. 어코드의 경우 변속기가 적용되지 않고 전기모터가 변속기 역할을 겸한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차급을 넘어서는 정숙함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의 특징이기도 한데, 동일한 NVH 대비책을 갖춰도 일반 내연기관차와의 정숙성 차이가 크다. 어코드의 경우 일상주행에서 엔진의 가동을 알아채기 어려워 대부분 전기로 움직이는듯 하다.

이런 설정은 하이브리드차 만족감에서 큰 차이를 벌여놓는다. 하이브리드차에 적용되는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가동시 높은 엔진 회전과 함께 소음을 수반한다. 어코드는 냉간 시동시를 제외하면 주행시 엔진 개입에 따른 소음과 진동이 동급 경쟁차 중에서는 가장 적다.

어코드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엔진과 전기모터 동작이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과거 모델이 극단적으로 전기모터로 주행한 것과 달리 부분변경을 거치며 엔진의 개입이 비교적 잦아졌다. 이는 최근 하이브리드차의 트렌드로, 동력 성능을 높여 감성 만족도를 높인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배터리 잔량을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배터리 충전이 계속해서 이뤄져 100% 수준을 유지해 준다. 컴포트 모드와 스포츠 모드에서의 연비 차이는 1km/ℓ 수준으로, 184마력 전기모터가 더하는 강력한 펀치력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체감 출력은 200마력대 중반으로 1570kg의 경량화 차체를 민첩하게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굽은 길에서의 움직임은 해당 세그먼트에서는 돋보이는 수준이다. 코너 진입시 감속과 코너링, 가속과 함께 코너를 탈출하는 상황에서의 움직임과 밸런스가 꽤나 좋다.

출고용 타이어는 평범한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235/40R19지만 로드 홀딩이 좋다. 코너링 한계를 오가는 주행을 즐기는 오너라면 여름용 타이어 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동급 경쟁차도 저중심 플랫폼으로 진화했지만 스포츠성은 어코드가 뛰어나다.

일상주행에서는 승차감이 강조된 서스펜션 셋업으로 편안함이 강조됐다. 액티브 컨트롤 댐퍼를 기본으로 적용해 스포츠성과 승차감을 함께 만족한다. 주행 모드에 따른 승차감의 변화는 크지 않은데, 고속 주행이나 횡 가속력이 크게 작용시 만족스러운 적절한 셋업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섀시와 파워트레인, 주행 감각이 좋아 스포티한 하이브리드 세단의 성향을 보여준다. 일반 중형차 세그먼트 하이브리드차가 운전 재미와 거리가 먼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4천만원대 차량에서 높은 연비, 운전 재미를 원한다면 어코드가 답에 가깝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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