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2022년형 파사트 GT를 시승했다. 파사트 GT는 부분변경을 통해 차세대 EA288 evo 엔진을 탑재해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또한 최신 ADAS 장비를 기본으로 구비하고도 국산 준대형차 수준의 가격과 5년/15만km 무상보증을 제공해 유지비 부담을 줄여 주목된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로 최근 사명을 바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산하에 폭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강력한 4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추가로 포르쉐, 부가티, 세아트, 스코다, 만트럭버스, 스카니아까지 보유하고 있어 유럽차를 대표한다.

파사트 GT는 폭스바겐의 유럽 모델 라인업 중에서 아테온과 함께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모델 라인업으로 분류된다. 정통 비즈니스 세단으로 출시된 파사트 GT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유럽형 파사트로, 미국시장에 판매되는 미국형 파사트, 파사트 TSI와는 다른 모델이다.

시승한 모델은 파사트 GT의 국내 라인업(프리미엄,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4모션) 3종 중 중간에 위치하는 파사트 GT 프레스티지다. 가격은 각각 4312만원, 4901만원, 5147만원으로, 기본형 프리미엄 트림의 경우 프로모션 혜택을 더하면 38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파사트 GT의 외관은 직선과 면을 강조해 고급감을 강조한다. 전면부의 수평형 그릴과 이어지는 헤드램프는 과거의 페이톤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부분변경으로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적용, LED 시그니처가 일부 변경됐다. 범퍼 디자인은 스포티함을 더했다.

후면부는 범퍼 아래부분의 디테일이 변경돼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리어램프는 시퀀셜 방향지시등을 비롯해 웰컴 세레모니가 지원되는 최신 사양이다. 측면부의 수평으로 그려진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은 엣지의 깊이가 상당해 철판이 주는 단단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차체 크기는 전장 4775mm, 전폭 1830mm, 전고 1460mm, 휠베이스 2786mm다. 차체 크기 대비 캐빈룸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 편으로 실내공간 확보를 위함이다. 또한 MQB 플랫폼의 전륜구동 기반 모델이지만, 앞 오버행이 짧고 캐빈룸이 뒤로 치우쳐 프로포션이 좋다. 

실내는 수평 구조의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2인치 모니터, 터치식 공조장치 조작부로 구성, 최신 트렌드를 따른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제스처 컨트롤을 지원한다. 1열 열선 및 통풍, 2열 열선, 열선 스티어링 휠, 앰비언트 라이트를 지원한다.

실내공간은 유럽차로서는 대단히 넓은 수준으로, 3시리즈나 C클래스는 물론 5시리즈나 E클래스 보다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2열 독립 공조장치와 여유로운 헤드룸은 패밀리카로서의 기본기를 갖췄다. 시트는 나파가죽이 기본으로 구성돼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을 보여준다.

파사트 GT에는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7단 DSG 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0.8kgm다. 공차중량은 1594kg, 복합연비는 15.7km/ℓ(도심 13.9, 고속 18.6)다. 기존 엔진과 6단을 대체하는 EA288 evo와 7단 변속기를 통해 10마력과 연비가 향상됐다.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4기통 디젤 양산차 중에서는 최상급 수준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엔진의 음색도 조금 달라졌다.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유로 6d를 만족하는 사양으로, 2개의 SCR 촉매 변환기로 이전 엔진 대비 질소산화물을 80% 줄였다.

최근 디젤차 판매가 줄어드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개인적으로 디젤차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함께 점유율만 변할 뿐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파사트 GT를 시승하며 이런 생각이 분명해졌는데, 최신 엔진의 놀라운 효율성과 개선 가능성이 이유다.

파사트 GT를 시승하는 첫 날, 200km 주행 후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거리는 1000km에 달했다. 극한의 연비를 기록하기 위한 주행이 아닌, 도심과 고속화도로, 고속도로를 차량 흐름에 따라 주행하고, 상황에 따라 규정속도를 넘어서는 고속주행까지 진행한 결과가 이렇다.

트립에 나타난 평균 연비는 20.0km/ℓ, 연료탱크 66리터를 고려하면 1300km도 가능하다. 전기차로 400km 혹은 500km에 도달하기 위해 정속주행을 하거나, 초고속 주행시 동급 가솔린차 수준으로 연비가 줄어드는 하이브리드차와는 달리 마음껏 달리는 자유가 전제된다.

파사트 GT의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저속에서는 독일차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부드러운 모습으로, 과속방지턱을 넘는 동작이나 저속에서의 요철을 소화하는 모습은 최근 판매되는 모델 대부분이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 답력 역시 깃털처럼 가볍다.

승차감과 주행감각은 80km/h부터 달라지는데, 100km/h를 넘어서면 저속과는 확연히 다른 주행감각을 보인다. 고속에서의 승차감은 안정적이고 차분한 모습으로, 초고속 주행시 유입되는 풍절음도 적은 편이다. 파사트 GT의 강점 중 최고는 이런 고속주행에 대한 배려다.

최근 국산차의 수준이 좋아지고 주행 안정성도 향상됐지만, 규정속도를 넘어서는 고속주행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가 위치한 나라의 환경이 생각보다 많은 부분 차에 영향을 미치는데, 유럽차, 그 중에서도 독일차의 고속주행시 배려는 여전히 경쟁사를 앞선다.

고속주행시 조향 안정성, 고속주행시 저속과 같은 깊이로 밟아도 강한 부스트 압을 거는 브레이크, 초고속주행에서의 풍절음, 고속주행시 와이퍼의 기능이 유효한 최고속도, 그리고 제원상 출력을 앞서는 초고속 항속 주행시의 후반 가속과 높은 연비가 파사트 GT에 담겼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의 동작은 2단계로 구성되는데, 크루즈컨트롤 동작 후 트래블 어시스트 버튼을 누르면 적극적인 조향보조까지 지원한다. 고속도로의 구간단속이 크게 늘어난 최근 도로 상황에서 능동형 크루즈컨트롤의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파사트 GT는 상품 구성과 가격에서 강점을 보여준다. 급격하게 오른 국산차 가격으로 인해 수입차 대중화를 외치는 폭스바겐 플래그십 모델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5년/15만km 무상보증과 다양한 환경에서의 뛰어난 연비는 충분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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