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Z4 M40i를 시승했다. Z4는 BMW의 로드스터 라인업으로 Z4 콘셉트카의 내외관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Z4 M40i는 4인승 컨버터블에 밀려 사라져가는 정통 2인승 로드스터로 스타일과 실용성, 승차감, 퍼포먼스까지 두루 만족시킨다.

자동차의 다양한 세그먼트 중에서 오픈카는 드림카에 가장 가까운 모델 라인업이다. SUV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밀려 소외된 세단 라인업 조차 쿠페, 특히 오픈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오픈카는 소수의 선택을 받고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하기에는 꼭 필요한 모델이다.

BMW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2도어 로드스터 라인업을 이어가기 위해 토요타와의 협업으로 3세대 Z4(G29)를 선보였다. BMW Z4는 토요타 수프라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있어, 포르쉐의 718 카이맨, 그리고 박스터와 유사한 형제 라인업으로 박스터와 경쟁한다.

2002년 처음 선보인 1세대 Z4(E85)는 Z3의 후속 모델로 출시됐다. 크리스 뱅글의 과감한 외관 디자인과 10초만에 개폐되는 소프트탑이 특징이다. 2세대 Z4(E89)는 하드탑 컨버터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3세대 Z4(G29)는 다시 소프트탑이 적용된 모델이 판매된다.

Z4의 외관 디자인은 긴 보닛과 휠베이스를 통해 정통 로드스터의 비율을 완성했다. 프론트 오버행이 과거의 Z4 대비 길어 매력이 반감되지만, 보행자 충돌 안전성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최근에는 극단적으로 짧은 오버행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면부는 상어를 떠올리게 한다.

Z4의 차체는 전장 4324mm, 전폭 1864mm, 전고 1304mm, 휠베이스 2470mm로 낮고 와이드한 프로포션이다. 이같이 낮고 와이드한 스포츠카는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지만 실물은 시선을 잡아둔다. 기존 Z4 대비 차체는 커진 반면 휠베이스는 26mm 줄었다.

줄어든 휠베이스는 민첩한 핸들링에 도움을 준다. 특히 뒷바퀴 바로 앞에 운전석이 위치해 코너링에서 차체 앞부분이 코너에 진입하면 차의 뒷부분은 선회와 동시에 따라온다. 특히 오픈카 특성상 차체 강성이 저하되기 마련인데, 2인승 로드스터는 강성 확보에 유리하다.

실내는 운전자 중심 레이아웃이다. 전자식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공조장치 조작부는 Z4 이후 출시된 3시리즈와 4시리즈에도 적용됐다. 앰비언트 라이트와 하만카돈 로직7 사운드가 적용되며,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의 디자인은 최근 선보인 전기차 ix50의 것과 유사하다.

Z4 M40i에는 3.0리터 6기통 터보엔진(B58)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0.9kgm를 발휘해 초기 340마력 대비 강화됐다. 공차중량 1580kg, 100km/h 정지가속은 4.1초, 최고속도는 250km/h다. 복합연비는 10.2km/ℓ(도심 9.2, 고속 11.9)다.

Z4의 시트포지션은 스포츠카답게 아주 낮은 위치까지 지원한다. 두툼하고 감촉이 좋은 스티어링 휠과 부드럽지만 좌우 지지력이 좋은 버네스카 가죽시트는 등쪽 쿠셔닝이 뛰어나다. 지면과 가까운 시트포지션과 시트 바로 뒤에서 들리는 휠하우스 돌 튀는 소리는 반갑다.

Z4는 스포츠카 중에서는 운전 시야가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데, 특히 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후방 시야가 좋다. 포르쉐 911이나 박스터의 경우 리어 펜더를 부풀려 시각적으로는 좋지만 운전 시야를 크게 가린다. 하지만 리어 펜더 볼륨감이 너무 빈약한 점은 아쉽기도 하다.

정차시에는 고성능 모델 특유의 부밍음이 강조된 설정이다. 직렬 6기통 엔진의 구조적 특성상 실내로 진동은 거의 전달하지 않는다. 배기음은 에코와 컴포트에서는 낮게 울리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볼륨이 꽤나 커진다. 급가속 변속시에는 블리핑 사운드까지 연출한다.

Z4 M40i 모델은 Z4의 최상위 모델로 스포츠 주행과 관련된 대부분의 장비를 기본으로 갖췄다. M 스포츠 디퍼런셜, 4-피스톤 M 스포츠 브레이크, 어댑티브 M 서스펜션,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 가변식 스포츠 스티어링이 기본이다. 타이어는 미쉐린 PSS가 적용됐다.

일상주행에서 Z4는 의외로 편안한 승차감을 전한다. 기본적으로 댐핑 스트로크가 짧지만 요철을 소화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과거의 오직 코너링을 외치던 딱딱한 셋업이 이제는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까지 포용한다. 때문에 장거리 운전시 피로감이 크게 줄었다.

이런 류의 차량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코너링 성능이다. 낮은 차체와 넓은 스탠스, 짧은 휠베이스, 여기에 따끈하게 데워진 PSS 타이어는 운전자가 예상한 궤적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 하지만 코너링 탈출시 빠른 가속이나 과진입에서는 앙칼지게 리어를 흘려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솔직한 고성능 후륜구동 스포츠카다. 사륜구동에 커진 차체와 치밀한 전자장비로 운전자가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속이는 최근의 스포츠카와는 달리 날것의 느낌이 여전히 살아있다. 운전석이 뒷바퀴 바로 앞에 위치하는 2인승 로드스터에는 대안이 없다.

타이트한 코너가 이어지는 길에서 뚜껑을 열어 젖히고 주행하면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창문까지 모조리 내리면 코너를 지날 때마다 좌에서 우에서 들이치는 바람과 뒤에서 들려오는 배기음이 기분을 한껏 고조시킨다. 외부기온 23도의 4월은 오픈 주행에 최적이다.

동승자가 머리카락 날리는 것을 싫어한다면 창문을 올리면 된다. 2인승 로드스터의 경우 롤오버바 사이에 위치한 간단한 방풍막으로도 바람이 거의 들이치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은 이따금 머리 위로 손을 뻗어주면 느낄 수 있다. 시트 뒤의 스피커는 출력이 만족스럽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좋은 편이다. 스포츠 모드로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여도 납득 가능한 승차감을 보인다. 스포츠카 특유의 고속에서 차체를 상하로 끊임없이 움직여 승차자를 괴롭히는 현상이 적어도 Z4에서는 없다. 작은 차체에서 가능한 최상급 승차감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오픈카의 개체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당장 BMW Z4의 경쟁차 벤츠 SLK는 단종된지 오래되었고, 포르쉐 박스터는 1억원을 넘어 2억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4인승 오픈카는 운동성에서 로드스터에 비할 바가 아니다. Z4 M40i의 가치는 여기 있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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