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팰리세이드 2.2D를 시승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된지 3년 3개월이 지났지만 내외관 디자인이 현재까지 유지되며 국산차로서는 꽤나 긴 디자인 주기를 보이는 모델이다. 오는 6월 부분변경을 앞두고 있지만, 디자인과 상품성에서는 여전히 좋은 경쟁력을 보여준다.

팰리세이드는 국산 대형 SUV를 대표하는 모델로 3열 7인승 SUV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 선보인 기아 텔루라이드와 함께 미국내에서도 좋은 판매를 이어왔으며, 2020~2021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SUV이기도 하다.

팰리세이드의 높은 인기는 출시 초기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주효했다. 2.2 디젤 3622~4177만원, 3.8 가솔린 3475~4030만원으로, 하위 모델인 싼타페TM과의 가격 차이가 300~4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고급화된 실내와 여유로운 3열의 가치는 가격 차이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에 캘리그래피, VIP 등 다양한 고급화 트림을 추가해 이제는 최상위 트림의 가격이 5183만원까지 올라 가격 경쟁력이 희석됐지만, 대중적인 브랜드 모델로는 화려한 옵션 구성을 자랑한다. 시승차는 팰리세이드 캘리그래피 7인승 2.2D AWD 모델이다.

팰리세이드는 전장 4980mm, 전폭 1975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900mm의 차체를 갖는다. 전장과 전폭은 국내에서 운영하기 불편하지 않은 마지노선까지 키웠지만 해외 경쟁차와 비교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트래버스의 경우 전장 5230mm, 휠베이스 3073mm다.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수직형 헤드램프로 존재감을 강조한 모습이다. 역삼각형의 입체 패턴이 나열된 전면 그릴과 전후방 범퍼 하단부 크롬 스키드 플레이트는 캘리그래피 전용 디자인으로, 빠졌을 경우 고급감에서 차이를 보인다. 보디 컬러 클래딩도 고급감을 높여준다.

측면부에서는 독특한 윈도우 그래픽이 눈에 띄는데, 팰리세이드의 고유한 디자인이다. 직선과 면을 강조한 측면부는 무난하지만 고급스러움을 높이는 부분이다. 20인치 휠과 전 모델에서 벌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풀 LED 리어램프는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사양들이다.

실내 디자인과 소재, 구성은 3년전 기준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연상될 고급 사양이었다. 대시보드를 감싸는 가죽 소재와 메탈릭 버튼, 부드러운 촉감의 공조장치 조작부는 현대차 SUV의 실내 고급감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주행 모드 다이얼은 여전히 좋은 디자인이다.

3열 7인승 시트는 기능면에서 만족감이 높다. 캘리그래피 기준 1열 전동 시트와 통풍까지 지원되는 2열, 3열 전동 시트는 파워 폴딩 뿐만 아니라 3열 등받이 각도까지 전동으로 조절된다. 3열 등받이 전동 리클라이닝 기능은 소외될 수 있는 3열 승객에게 축복과도 같다.

파워트레인은 2.2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HTRAC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 20인치 7인승 기준 공차중량 2020kg, 복합 연비는 11.3km/ℓ(도심 10.4, 고속 12.5)다. 동급 가솔린 모델은 295마력, 36.2kgm, 8.9km/ℓ다.

스마트스트림 버전이 적용되지 않은 2.2 디젤의 진동과 소음은 여느 현대기아차와 다르지 않다. 최근 출시된 신형 쏘렌토나 싼타페 부분변경에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디젤에 타이밍 벨트가 사용된 것과 달리 타이밍 체인이 적용돼 소음은 다소 있지만 내구성에서 앞선다.

누적 주행거리가 5만km에 달했지만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은 크지 않다. 전자식 기어버튼의 적용 등 물리적으로 실내와 연결된 부분이 줄어든 것이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호오가 있는 전자식 기어버튼의 경우 버튼을 누를 때 다소 길게 누르면 오작동이 발생되지 않는다.

일상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다소 단단한 타입이다. 팰리세이드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의 테스트가 오랜 시간 진행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승차감보다는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생각된다. 2인 승차시 다소 낭창한 경쟁차와 달리 주행감각이 좋다.

이같은 승차감은 하위 모델인 싼타페와도 구분되는 부분으로, 싼타페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부드러운 셋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과거 독일차와 같은 단단한 셋업을 선호하거나 1인 승차가 빈번한 운전자에게는 환영받을 설정이나, 6인 이상 승차할 경우에는 피로감이 있다.

도로의 요철을 소화하는 동작에서 3열 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이 다소 큰 편에 속하는데, 향후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좋은 수준으로, 날카로운 핸들링을 보이거나 코너링 한계가 높지는 않지만, 무난하면서 평균보다는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대형 SUV나 미니밴과 같은 다인승 차량의 경우 1~2인 승차시와 6~7인 탑승시 승차감이 크게 달라지는데, 가변형 서스펜션을 적용하지 않는 이상 모두 만족하기 어렵다. 현대차의 서스펜션 셋업이 주행성능에서 다시 부드러운 쪽으로 향해 부분변경시 변화가 예상된다.

고속주행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꽤나 적은 편이다. 윈드실드와 1열, 2열에 차음유리를 사용하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상쇄시킨다. 서라운드뷰 모니터는 해상도가 좋아 팰리세이드와 같은 대형 차체를 주차하는 상황에서 쓰임새가 좋다.

고속화도로에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가 동작돼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을 줄여주는데, 과속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은 수입차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고속도로에서의 차선유지 기능은 만족감이 좋은 반면, 전방 급정차 상황에서는 반응이 다소 늦다.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크게 높인 주인공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성은 현대차 SUV 최다 판매 모델 타이틀이 설명한다. 오는 6월 부분변경을 통해 스마트스트림 엔진 적용을 통한 연비 향상과 3열 승차감의 개선이 예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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