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전기차 C40 리차지를 시승했다. C40 리차지는 쿠페형 SUV 기반 전기차로 매력적인 디자인과 풍부한 패키징을 보여준다. 특히 내연기관 시대 상대적으로 빈약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듀얼모터로 극복해 안전 장비, 사운드, IT 연결성 등 볼보 전기차의 미래는 밝다.

2022년 전기차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한 고유가를 얘기하지 않더라도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의 큰 화두다. 2021년이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에서 전기차를 선보인 원년이라면, 2022년에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대거 추가될 예정이다.

볼보자동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선언한 브랜드 중 하나다.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디젤 라인업을 단종시키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의 전환을 단행했다. 볼보는 오는 2030년 전체 라인업을 100%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다.

볼보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는 볼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전기차로, C40 리차지는 전기차로만 판매되는 최초의 볼보 라인업이다. C40 리차지는 XC40과 차체를 공유하지만 쿠페형 루프라인을 적용해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공력 개선으로 실제 가속 성능도 앞선다.

C40 리차지의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 디자인 일체감을 높였다. 공기역학을 위해 전면부를 완만하게 눕혀 대부분 유사한 형태를 띄는 타 브랜드의 전기차와 달리 볼보만의 디자인 컬러를 보여준다. 첨단 픽셀 LED 헤드램프를 적용해 점등시 첨단 분위기를 풍긴다.

후면부는 C40 리차지만의 디자인으로 완만하게 내려오는 쿠페형 루프라인과 면을 강조한 와이드한 디자인을 통해 고성능 이미지가 강조했다. 리어램프는 도어락 해제시 세레모니 기능을 갖췄다. 2개의 리어 스포일러는 고속주행시 최대 4%의 다운포스를 증가시킨다.

C40 리차지는 전장 4440mm, 전폭 1875mm, 전고 1595mm, 휠베이스 2702mm의 차체를 갖는다. XC40 리차지 대비 전장 +15mm, 전고 -40mm, 그리고 전폭과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20인치 대구경 휠이 기본이며, 사계절 타이어 적용으로 윈터타이어 부담을 덜어준다.

실내의 기본적인 구성은 XC40과 다르지 않다. 다만 XC40의 오렌지 컬러 직물 마감재는 피요르드 블루로 변경되고, 시트는 100% 레더 프리로 가죽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루프의 대부분 면적은 유리로 마감돼 개방감이 좋다. 자외선 차단 코팅으로 햇빛의 열감은 적다.

C40 리차지의 1열 시트포지션은 XC40 내연기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아주 낮은 포지션까지 지원해 상반신이 긴 성인에게도 여유롭다. 여느 전기차가 센터터널을 낮추거나 없애는 것과 달리 C40에서는 시트 바닥의 배터리를 센터터널로 이동시킨 설계가 이유다.

국내에 선보인 C40 리차지는 2개의 트림(리차지 트윈, 리차지) 중 고성능 모델인 리차지 트윈이다. 204마력 전기모터 2개와 78kWh 배터리팩으로 구성되며,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67.3kgm다. 최대 주행거리 356km, 100km/h 정지가속은 4.7초, 복합 전비 4.1kWh다.

시동 버튼이 삭제돼 키를 지니고 탑승한 상태에서 D 레인지로 변속하면 출발이 가능하다. 엔진 가동이 없는 전기차에서는 엔진 START 개념이 전자기기의 READY나 STANDBY로 달라져 어찌보면 당연한 변화다. 그 외 대부분의 기기 조작은 기존 XC40과 큰 차이가 없다.

기본적인 주행설정은 회생제동이 미비하게 개입하는, 내연기관차의 가속페달 반응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현대기아차 전기차로는 회생제동 0~1 사이 정도 설정이다. 원페달 주행을 선택할 수 있는데, 30~40km/h에서 가속페달을 놓으면 정지까지 부드럽게 제동한다.

초기형 전기차와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셋업인데, C40 역시 내연기관차에 근접한 가감속 움직임을 보여준다. 에너지 회수가 많은 원페달 주행시에도 운전자 의도에 따른 미세한 가속과 감속이 가능해 차를 접하고 5분만에 적응했다.

시내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동급에서도 좋은 편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팩으로 인해 내연기관 대비 무게가 350kg 가량 추가되는데, 중량이 차체 하단부에 집중돼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다. 또한 가벼운 차 대비 무거운 차의 유연한 승차감 셋업이 쉬운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유연한 승차감은 고속주행에서도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탄탄함을 기반으로 하지만 요철이나 범프에서의 움직임은 부드럽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CMA 플랫폼 기반의 장점도 보여지는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간헐적으로 보이는 프레임 보디 같은 뻣뻣함이 없다.

C40 리차지의 가속력은 제원상 수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대단하다. 408마력의 듀얼 전기모터는 정지가속에서 슬립조차 없이 2160kg의 차체를 100km/h까지 4.7초만에 주파한다. 이런 가속력은 최고속도인 180km/h까지 이어져 체감상 역대 볼보차 중 가장 펀치력이 좋다.

C40 리차지에는 주행성능이 강조된 투어링 섀시가 적용돼 롤이나 피칭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기본적으로 댐핑 스트로크가 긴 SUV 차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롤은 강하게 억제한다. 고속주행시 안정감도 좋은 수준이며, 차체와 타이어 셋업의 밸런스도 무난한 편이다.

전방의 엔진이 제거되면서 C40 리차지의 전후 무게배분은 50:50을 만들어냈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업계 상위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조향 지원이 강화돼 램프 구간에서도 조향 개입이 이어진다. 특히 전방 트래픽을 인식하고 급감속하는 상황 대처는 탑클래스다.   

실내는 XC40 대비 정숙함이 돋보이는데, 특히 차체 하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줄었다. 편안한 시트와 인테리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싶게 하는 마력이 있다. 차량에 내장된 T맵 내비게이션과 함께 플로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고도 음원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C40 리차지는 6391만원의 풀패키지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이런 저런 옵션을 더해야 하는 국산 및 수입 전기차와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여진다. 안전과 사운드 등 볼보 고유의 강점과 전기차의 장점이 더해진 볼보 전기차는 꽤나 이상적인 결과물로 생각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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