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래버스 부분변경 하이컨트리를 시승했다. 트래버스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안전 및 편의사양이 강화됐으며, 서스펜션이 기존보다 더 단단하게 조정됐다. 특히 안정적인 주행감은 경쟁모델을 압도한다. 하이컨트리는 최상위 고급 트림이다.

한국지엠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 완제품 수입 모델을 수입차로 분류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처음으로 트래버스 하이컨트리가 도입됐는데, 하이컨트리는 쉐보레의 대형 SUV와 RV에만 적용되는 브랜드 최고 트림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출시가 예정된 타호도 하이컨트리 단일 트림이다. 한국지엠은 수입 모델의 가격을 미국 현지보다 싸게 혹은 유사하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AWD의 국내 가격은 6430만원으로 미국(5만4990달러, 약 6500만원) 수준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미국 달러 환율을 고려해도 수입 모델의 국내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현지 사양과 같으며, 가격을 맞추기 위해 옵션을 삭제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신형 트래버스에도 ‘프리미엄 케어 서비스’를 확대 적용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트래버스는 부분변경을 거치며 전면부에 쉐보레 최신 패밀리룩이 반영됐다. 이전 모델의 상단 헤드램프는 하단으로 이동됐으며, 기존 상단 헤드램프 자리에는 날렵하게 디자인된 LED 주간주행등이, 하단에는 ‘ㄱ’자 모양의 LED 보조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그릴도 변경됐다.

리어램프 내부에는 수평감과 날카로움이 강조된 그래픽이 사용됐다. 하이컨트리에는 20인치 투톤 루나 그레이 머신드 알로이 휠, 고드릭 엑센트 갈바노 크롬 전면부 그릴, 하이컨트리 레터링 등 전용 사양이 탑재됐다. 실내는 기존의 공간 활용성을 유지하며 편의성이 개선됐다.

8인치 슈퍼비전 컬러 클러스터가 제공된다. 하이컨트리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일부에 스웨이드 소재가 사용됐으며, 젯블랙&클로브 천공 천연 가죽 시트, 하이컨트리 로고가 각인된 헤드레스트, 1열 도어 실플레이트, 하이컨트리 전용 프리미엄 플로어 매트 등이 추가됐다.

버튼 하나로 3열 좌석이 자동으로 폴딩되는 3열 파워 폴딩, 주행 중 경고를 진동으로 알려주는 운전석 햅틱 시트, 자동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가 기본이다. 자동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는 독특한 기능인데, 외부 온도가 낮으면 열선, 높으면 통풍 기능을 스스로 작동한다.

신형 트래버스의 실내 레이아웃은 기존과 같다. 다양한 터치식 버튼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 화려함이 강조된 타 브랜드 모델들과는 차이가 있다. 올드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버튼 디자인과 배열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는 편하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넓은 실내와 대비된다.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에는 화면 높낮이 및 확대/축소 기능이 추가됐다. 신형 트래버스의 시트 포지션은 낮다. 지상고가 조금 높은 세단을 주행하는 느낌이다. 2열에는 독립 시트가 적용됐다. 키 180cm 기준 2열 레그룸은 상당히 넓으며, 3열도 레그룸과 헤드룸이 여유롭다.

실내 공간 활용성은 트래버스의 강점 중 하나다. 모든 좌석에 듀얼 USB 포트가 탑재됐으며, 곳곳에 컵홀더 등 다양한 수납공간이 배치됐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51ℓ, 3열 폴딩시 1636ℓ, 2열 및 3열 폴딩시 2780ℓ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트래버스 부분변경의 파워트레인은 3.6리터 6기통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 전륜/사륜구동을 상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처블 AWD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36.8kgm다. 복합연비는 8.3km/ℓ, 최대 견인력은 2268kg이다.

트래버스의 초반 발진 가속감은 아주 경쾌하고 여유롭다. 차체 크기와 2t에 달하는 공차중량을 잊게 만든다. 최대토크가 2800rpm부터 발휘되는 덕분이다. 52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3.8 가솔린과 여유로움에서 차이가 있다. 재가속시 펀치력도 좋다.

낮은 rpm부터 높은 rpm까지 풍부하게 활용한다. 쥐어짜 내는 듯한 저배기량 가솔린 터보 엔진과 비교되는 6기통 자연흡기 엔진만의 맛이다. 4000rpm 이상부터 들려오는 미국산 6기통 특유의 엔진음은 스포티하게 들릴 수 있으나, 반대로 엔진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다.

스위처블 AWD는 다이얼 조작으로 주행 중에도 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주행 중 구동 방식이 바뀌는 것을 운전자가 알아차리기 어렵다. 사륜구동은 전륜구동과 비교해 가속감이 묵직하다. 트레일러 견인 모드와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트래버스 부분변경의 승차감은 탄탄하다. 다소 출렁거렸던 기존 트래버스와 다른데, 서스펜션 셋업이 기존 트래버스는 오프로드에 맞춰졌다면, 트래버스 부분변경은 도심 주행에 최적화됐다는 것이 한국지엠 관계자의 설명이다. 저속에서는 물렁하고 편안한 승차감이 강조된다.

반대로 고속에서는 기존과 다르게 단단함이 강조된다. 특히 약 100km/h 이상에서 더 단단해지는데, 범프 구간을 빠르게 통과하면 한두 번의 바운싱으로 자세를 잡는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운전자에게 불필요한 충격을 전달하지 않아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연속된 코너 주행에서는 좌우 롤링을 일부 허용하지만, 기존 트래버스처럼 출렁거리지 않아 안정적이다. 고속으로 코너를 주행할 경우 차체 쏠림을 최대한 억제한다. 스티어링 휠 감각은 아쉽다. 스티어링 기어비가 타이트하지 않아 직결감과 빠른 조향 응답성을 느끼기 어렵다.

트래버스 부분변경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적용됐다. 노면 소음은 잘 차단됐지만, 80km/h 이상부터 A필러로 풍절음이 조금 크게 유입된다. 기어 레버에 배치된 수동 변속 버튼은 다소 불편하다. 수동 모드로 급가속시 기어가 고정되는 부분은 아주 매력적이다.

신형 트래버스는 모든 트림에 정차/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후방 보행자 감지, 전방 충돌 방지 등 15개의 능동 안전 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30km/h 이상부터 켤 수 있으며, 선행차와의 간격 조절이 자연스럽다.

트래버스는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기존의 단점으로 꼽혔던 승차감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공간감과 6기통 자연흡기 엔진, 주행 감각은 비슷한 크기의 국산차와 비교될 만큼 여전히 매력적이다. 대형 SUV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추천한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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