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신형 G90 3.5T AWD를 시승했다. 신형 G90(RS4)는 풀체인지 모델로 새로운 내외관 디자인과 함께 업계 최상위급 편의장비가 새롭게 적용됐으나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쇼퍼(Chauffeur) 모드를 통해 에어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강조해 상품성을 높였다.

신형 G90는 한국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연간 2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 신형 G90는 계약개시 첫날 1만2천대, 12일까지 누적 1만8천대를 기록, 2020년 기준 G90(1만9대), S클래스(6486대), 7시리즈(2369대), A8(539대)의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해도 성공적인 수치다.

F세그먼트로 불리는 초대형 럭셔리세단 시장은 차량의 상품성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국내 기업 오너들의 보수적인 선택과 유지보수의 편리함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에 힘입어 4세대에 걸쳐 글로벌 규격의 럭셔리카로 진화할 수 있었다.

제네시스는 기존 EQ900과 기존 G90을 통해 초대형 럭셔리세단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신형 G90를 통해 글로벌 경쟁차 수준의 최신 편의장비를 적용해 그들만의 시장에서 경쟁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시승차는 G90 3.5T AWD, 옵션가를 포함해 1억3030만원이다.

G90의 외관은 2021년 발표된 제네시스 X 콘셉트의 디자인 요소가 다양하게 반영됐다. 특히 전면부는 사실상 동일한 모습인데, 새로운 형상의 크레스트 그릴과 MLA(Micro Lens Array) 기술의 슬림한 헤드램프, 하나의 패널로 구성된 크램쉘 보닛은 일체감이 돋보인다.

후면부는 기존 G80, GV80에서 선보인 리어램프 보다 얇은 LED를 적용했다. 낮아지는 트렁크리드와 오목한 면처리는 인상적이지만, 고급감에서는 G80 대비 상위 모델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브레이크등이 점등되는 부분은 벤츠의 면발광 컬러감이 연상되기도 한다.

측면부에서는 히든형 도어그립을 통해 매끈함을 강조했다. 캐릭터라인은 후면부에서 낮아지는 포물선 형태를 보여주며, 비교적 넓은 그린하우스는 2열 도어에서 낮아져 2열 승객의 개방감을 높여준다. 기존과 달리 롱휠베이스 모델은 2열 도어를 늘린 형태로 변경됐다.

실내는 눈에 띄는 디자인보다는 소재의 고급감이 돋보인다. 패널을 가죽으로 감싸고 가죽과 플라스틱, 직물 등 다른 소재와의 컬러 통일감이 좋다. 나파 혹은 세미아닐린 가죽은 친환경 공법으로 국내에서 공급되는데, 독일 경쟁차 보다 부드럽다는 것이 관계자 설명이다.

파워트레인은 3.5리터 V6 T-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AWD 사륜구동이 조합돼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를 발휘한다. 5인승 AWD 20인치 기준 공차중량은 2110kg, 복합연비는 8.3km/ℓ(도심 7.2, 고속 10.1)이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415마력으로 출시된다.

직접 시승에 앞서 2열을 경험할 수 있는 쇼퍼드리븐 시간을 가졌다. 20여분간의 도심 구간 주행에서 2열에서의 소음과 진동은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어서는 순간 에어 서스펜션 특유의 둥실한 승차감이 새롭게 확인된다.

옵션 사양으로 2열에서는 전동 의자 조절과 1열을 완전히 앞으로 접을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는데, 1열 조수석의 등받이에는 발바닥 마사지가 제공된다. 2열 안마의자의 경우 에어셀 타입으로 단단한 안마의자의 동작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센터콘솔에 내장된 스마트 패드 형태의 콘트롤러는 공조와 오디오 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 편리한데, 자주 보이는 PASS라는 문구는 패신저 시트(조수석)와 관련된 버튼인데 직관적이지 않다. 오디오는 공간감을 강조한 타입으로 볼보 인스크립션 트림의 그것과 유사하다.

롤스로이스의 그것과 유사한 버튼형 자동문은 좋지만 몇 가지 보완점이 보이는데, 열릴 때 사람 등 저항이 있어도 그냥 밀고 열리는 점, 정차시 D모드에서도 2번 누르면 문이 열리는 점은 안전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마지막 닫히는 동작에서의 모터음이 큰 편이다.

운전석에서는 시트포지션과 각종 버튼류의 조작 편의성이 우수하다. G80의 불편했던 볼륨 조절 버튼이 커진 점이나, 크게 기울어진 A필러로 인해 좁은 헤드룸이 G90에서는 개선됐다. 시트의 착좌감은 아주 좋은 수준으로, 시트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링컨 브랜드가 연상된다.

계기판에는 전방 카메라와 연동돼 증강현실로 내비 안내가 가능한데, G80이나 GV80과 달리 어지러움이 사라졌다. 운전 중 자주 사용하게 된다. 주행보조장치의 동작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지만, 방향지시등 점등시 차선을 스스로 변경하는 동작은 이제 꽤나 자연스럽다.

기본적인 주행감각은 기존 G90와 G80의 중간 수준이다. 차분한 주행에서의 저속 승차감은 에어 서스펜션으로 인해 크게 좋아졌는데, 중고속에서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기본적으로 좌우로 차체가 기우는 롤이 크고 서스펜션의 가동 범위가 큰 여유로운 셋업을 취한다.

후륜 조향으로 인해 좁은 길에서의 민첩함은 아반떼와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후륜 조향이 더해져 고속에서의 움직임은 출렁이는 서스펜션으로도 꽤나 움직임이 좋다. 반면 굽은 길에서 적극적으로 차를 몰아붙이면 쇼퍼드리븐카의 특성으로 차의 움직임이 꽤나 둔하다.

다만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차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워 추후 재시승이 필요한 부분이다. 재밌는 점은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롤을 억제하는 기준인데, 100km/h 이하에서는 롤을 무한정 허용하고, 100km/h를 넘어서는 순간 단단하게 롤을 억제해 준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좋은 편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억제하고 능동적으로 상쇄시켜 먹먹할 정도다. 바람이 강할 경우 상대적으로 윈드실드 유입되는 소음은 허용한다. 엔진이나 구동축에서 간헐적으로 발생되는 진동은 이제는 전혀 느낄 수 없도록 개선됐다.

다만 고속에서 150km/h를 넘어서면 승차감이 일부 저하되는데,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며 미묘한 상하 진동이 발생해 쾌적함이 줄어드는 성향도 보여준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부분이나, 속도제한이 높은 유럽의 도로에서는 불만으로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제네시스 신형 G90의 완성도는 기존 모델을 고려하면 큰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독일산 3챔버 서스펜션 모델이나 후륜 조향 모델 대비 소극적인 장비 활용은 일면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G90 수요층을 고려하면 경쟁차 만큼 좋은 장비에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좋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