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2021년형 오딧세이를 시승했다. 신형 오딧세이는 지난 2월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로 일부 디자인이 변경되고,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미니밴 모델로는 이례적으로 주행성능에 집중해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지녔다. 미국내 베스트셀링 미니밴 오딧세이를 살펴봤다.

미니밴 세그먼트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장은 미국이다. 혼다 오딧세이는 미국내 판매량에서 매년 베스트셀링카 타이틀을 차지하는 모델로 2020년 판매량은 8만3409대에 달한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기아의 3세대 카니발은 1만3190대로 격차가 크다.

3열까지 지원하는 대형 SUV의 판매 급증으로 미니밴 수요를 흡수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의 미니밴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차박이나 캠핑 인구가 늘어나 점차 큰 차량을 소유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미니밴의 실제 거주성은 대형 SUV를 압도한다.

오딧세이는 1994년 처음 출시돼 현재 5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진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딧세이의 인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충돌 안전 테스트 규정이 강화된 시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구조적으로 약한 미니밴의 충돌 안전성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오딧세이의 충돌 안전성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에이스(ACE) 바디로 불리는 고강성 차체를 통해 스몰 오버랩이 포함된 2021 IIHS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이런 강건한 차체는 안전성 뿐만 아니라 주행성능에도 영향을 미쳐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신형 오딧세이는 일부 실내외 디자인 변경과 편의성 개선이 중점을 뒀다. 외관에서는 그릴과 리어 가니시 디자인에서 크롬 면적을 줄이고, 전면부 방향지시등과 안개등을 LED 타입으로 변경했다. 19인치 신규 휠을 도입하는 등 단정한 분위기를 강조된 방향의 변화다.

실내에서는 대시보드 무드등에 추가로 도어 포켓 무드등이 추가됐으며, 시트에 파이핑을 더해 고급감을 더했다. 가죽시트는 신규 패턴이 추가돼 단조로움을 피했다. 2열 시트를 좌우로 이동할 수 있는 매직 슬라이드에 추가로 2열 시트 폴딩 기능이 새롭게 더해졌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미니밴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안락하다. 대형 SUV 보다는 세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 타입의 포지션이다. 최근 SUV 시장에서는 인위적으로 높은 시트포지션을 유도하는 신차가 출시되고 있는데, 운전 피로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조수석 시트에 럼버 서포트 기능이 추가된 것도 이번 부분변경의 변화에 포함된다. 오딧세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내의 모든 시트가 안락하게 설계된 것이다. 1열이나 2열의 안락함은 물론 3열 시트의 구성이나 공간도 성인이 장거리 여행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3열 공간으로, 실외에서 보이는 슬라이딩 도어 이후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독특한 그린하우스 디자인은 3열 탑승자의 답답함을 해소시키기 위한 기능적인 디자인이다. 또한 8인 승차시에도 깊고 넓은 트렁크를 제공해 실질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두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상황에서 미니밴 한 대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7~8명이 탑승하면 기아 카니발의 경우 짐을 넣어둘 공간이 없어 실제로는 6인 여행까지만 가능하다. 국산 미니밴의 9인승 모델은 고속도로 전용차로 이용을 위한 기형적인 구성에 불과하다.

오딧세이의 1열 사이에 확보한 넓은 공간에 시트를 추가해 9인승으로 출시될 수 있다면, 정말 많은 수요를 끌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열이나 3열 승객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스피커를 통한 캐빈 와치, 모니터에 영상을 띄워주는 캐빈 토크는 오딧세이의 강점이다.

오딧세이에는 3.5리터 V6 가솔린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 공차중량은 2095kg, 복합연비는 9.0km/ℓ(도심 7.7, 고속 11.2)다. 제원상 출력과 토크는 경쟁차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의외의 퍼포먼스가 담겼다.

혼다가 오랜시간 발전시켜온 SOHC i-VTEC 기술이 적용된 파워트레인은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두터운 토크감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대배기량 가솔린엔진이 의외로 저회전에서 힘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해본 운전자라면 이해하기 쉽다.

오딧세이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노멀 주행모드는 오히려 스포츠모드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는 상황에서는 엔진에서 듣기 좋은 사운드까지 연출한다. 이런 적극적인 반응이 피곤하다면, 타사 에코모드와 유사한 ECON 버튼을 누르면 얌전해 진다.

동력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파워트레인은 견고한 차체와 함께 비교적 작은 차를 운전하는 감각을 전한다. 전장 5235mm, 전폭 1995mm, 전고 1765mm, 휠베이스 3000mm의 차체를 감안하면 꽤나 인상적인 부분이다. 승차감은 부드럽지만 단단함을 베이스로 한다.

또 다른 오딧세이의 특징 중 하나는 정숙성이다. 차음 윈드실드를 비롯해 1열과 2열에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적용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적인 편이다. 국산차와 비교시 준대형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숙하지만 파워풀한 주행감각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신형 오딧세이의 파워 슬라이딩 도어는 칭찬할 필요가 있다. 전동식으로 동작하는 도어는 부주의한 사용시 큰 위험이 될 수 있는데, 오딧세이는 닫히는 동작에서 작은 힘만 가해져도 다시 열리는 예민한 설정이 특징이다. 패밀리카로 고려한다면 꼭 짚어볼 부분이기도 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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