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70 3.5T AWD를 시승했다. GV70는 후륜구동 콤팩트 SUV로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과 각종 사양이 적용됐다. 특히 묵직한 스티어링 휠과 주행감, 고속주행 안정감은 과거 벤츠가 연상된다. 다만 높은 출력과 다르게 연비 위주로 셋업된 기어비가 아쉽다.

시승차는 GV70 3.5T AWD 풀패키지로 가격은 7350만원(개별소비세 5.0% 기준)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포함된 AWD,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2, 파퓰러 패키지2, 빌트인 캠 등이 적용됐다.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는 스포츠 패키지 선택시 탑재된다.

GV70의 차체 크기는 전장 4715mm, 전폭 1910mm, 전고 1630mm, 휠베이스는 2875mm다. 외관은 제네시스 고유 디자인과 함께 역동성이 극대화됐다. 개인적으로 쿼드 헤드램프 및 리어램프, 크레스트 그릴 등의 디자인 완성도는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높아 보인다.

실내 메인 테마는 타원형 요소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5인치 디스플레이, 터치식 공조기 등이 탑재됐다. 특히 2열 레그룸은 180cm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 공간이 16cm 이상 남는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과 열선 및 통풍을 지원해 패밀리카로도 제격이다.

GV70 3.5T에는 V6 스마트스트림 G3.5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1초가 소요된다. 복합연비는 21인치 휠, AWD 기준 8.3km/ℓ(도심 7.3, 고속 9.9)다.

GV70 3.5T의 가속 페달과 엔진 반응은 같은 엔진을 얹은 GV80 3.5T와 다르다. GV80는 스포츠모드를 제외한 컴포트, 에코모드 등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엔진이 한 템포 늦게 반응하는 반면, GV70는 주행모드와 무관하게 가속 페달과 엔진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GV70 3.5T는 비교적 낮은 13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덕분에 초반 발진 가속이 경쾌하게 이뤄진다. 가속 페달에 압력을 조금만 가해도 속도가 빠르게 높아진다. 도심과 자동차 전용 도로, 고속도로에서 엔진 출력에 대한 부족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GV70 3.5T의 스티어링 휠 감각은 묵직하다.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다른 차량과 비교해 가장 무거운 느낌이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유사하다. 스티어링 휠의 기어비는 타이트하게 셋업돼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속주행에서의 스티어링 휠 조작은 주의가 필요하다.

에코모드는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이상 엔진 회전수 2300rpm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속하며, 변속감은 부드럽다. 무단변속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쾌한 초반 발진 가속감과는 달리 60km/h 이상에서 재가속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한 템포 늦게 진행된다.

컴포트모드는 에코모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다만 60km/h 이상에서의 재가속이 에코모드와 비교해 조금 더 경쾌하다. 스티어링 휠은 에코모드, 컴포트모드에서도 묵직하다. 스포츠모드로 변경하면 정차시 rpm이 소폭 상승한다. 스티어링 휠도 한층 더 무거워진다.

스포츠모드는 시프트업 시점을 최대한 늦춰 엔진의 최대토크와 최고출력은 최대한 활용한다. 엔진음도 한층 스포티해 진다. G70 부분변경을 통해 선보인 가변 배기 시스템의 부재는 아쉽지만, 5500rpm에서 시프트업시 부밍음이 들려온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기존의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과 달리 rpm에 따른 엔진음, 배기음까지 구현됐다. 이질감도 적다. 스포츠모드에서는 퓨얼컷에 다다르는 고회전 구간에서 수동 모드로 변속시 등 뒤를 때리는 듯한 변속 충격이 연출된다. 100km/h 이상에서의 재가속은 수동 모드를 추천한다.

연비 위주로 셋업된 8단 자동변속기는 스포츠모드 주행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때면 스스로 변속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가속을 지속하지 않는 이상 빠르게 기어 단수를 높인다. 100km/h에서 8단 기어가 체결된다. 기어 변속이 최대한 억제된 G70 부분변경과 다르다.

따라서 100km/h 주행중 선행차 추월을 위해 가속 페달 킥다운 스위치를 눌러도 2단 이상 내려가지 않아 재가속감이 다소 더디다. 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DCT 변속기와 유사한 변속 속도를 자랑한다. 8단에서 3단까지 빠르게 내릴 수 있으며, 즉각적으로 힘이 전달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GV70의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G70 부분변경과 유사한 감각이다. 전방 카메라로 인식한 노면 정보로 서스펜션 감쇠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단단하지만, 요철 혹은 고르지 못한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

60km/h 이하의 도심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강조된다. 스포츠모드는 승차감이 극단적으로 단단해진다. 다소 물렁하게 느껴진 GV80 스포츠모드와는 크게 차이 난다. 빠른 속도로 요철과 고르지 못한 노면을 통과하면 운전자에게 충격을 일부 전달할 정도다.

또한 고속주행시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차체가 통통 튄다. 서스펜션 모드 스포츠는 와인딩 주행에 어울린다. 롤링 현상 억제 능력이 뛰어나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연속된 코너링에서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치 스포츠 세단을 주행하는 감각이다.

곡선 구간 진입후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자세제어장치의 개입 없이 빠르게 탈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패키지에 제공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적용할 경우 더 빠른 코너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LSD는 좌우 바퀴 구동력을 자유롭게 배분한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차체가 통통 튀는 것 외에 고속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차체가 지면으로 낮게 가라앉는 감각으로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낮은 속도감은 섀시와 서스펜션의 완성도가 엔진의 성능을 이긴다고도 표현한다. 브레이크 셋업도 눈에 띈다.

단단하게 셋업된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고성능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으로 브레이크 패달에 가해지는 답력에 따라 제동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3.5T는 콘티넨탈의 전륜 4p 모노블럭 브레이크가 탑재된다. 풀브레이킹시 차체 거동도 안정적이다.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고속도로 주행보조II는 성능이 개선됐다. 방향지시등 작동으로 교통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차선을 빠르게 옮긴다. 점선과 실선을 구분한다. 연비 위주의 기어비에도 누적 연비는 아쉽다. 와인딩(10km)이 포함된 100km 주행 누적 연비는 5km/ℓ다.

GV70는 주행 성능, 편의 사양, 실내 정숙성 등 대부분의 완성도가 제네시스 차량 중 가장 높다. 일각에서는 높은 가격을 지적하지만, 동급 수입차와 비교하면 가성비가 좋다. 엔진의 내구성과 차량 결함만 없다면, 제네시스의 후광(Halo)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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