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자동차 내외장 관리업체 '옐로우핸즈(Yellow Hands)'에서 생애 처음으로 '초순수 세차'를 경험했다. 결과는 그동안 겪었던 '손세차'에 대한 선입견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만한 것이었다.

과정만 봐도 황당하다. 세차를 한다면서 세제를 전혀 쓰지 않는다. 거품이 없으니 헹궈내는 과정도 없다. 세차가 끝나면 창문을 내리지 말라는 얘기도 하지 않는다. 창문을 열었다 닫아도 물 묻은 흔적이 전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칠만 대충 한건가 싶어 꼼꼼히 살펴보는데, 이렇게 깨끗하게 세차가 된 건 본 적이 없을 정도다. 헛 손질만 한것 같은데도 마치 왁스처리를 한 것처럼 차가 반짝거린다. 정말이지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다.

◆ '초순수 세차', 이름이 수상했는데

처음에는 '초순수 세차'라는 말을 듣고 영 께름칙했다. 이름이 뭔가 마케팅을 위해 급조한 용어같이 들린다. 과연 믿고 맡겨도 될까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초순수(Ultrapure water)'는 이산화탄소나 미네랄 등 이온이 극히 적게 녹아있는 물을 칭하는 일상적인 용어였다. 주로 전자 제조업체에서 반도체나 고밀도 전자장비를 세척하는데 사용되는 물이다. 이는 물속의 모든 불순물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이온까지 모두 제거해 H2O, H+와 OH-이온만을 남겨놓은 물을 뜻한다. 이 '초순수'는 따르는 순간부터 공기중의 이산화탄소 등이 녹아들기 때문에 저장이 불가능해 매번 새로 만들어 써야 하는 독특한 물이다. 이온이 없는 물은 전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전기 저항에 따라 초순수와 그보다 한단계 낮은 순수(Deionized water)로 나눈다.

최근 일본에서는 초순수보다 한단계 낮은 순수를 이용해 세차를 하는 체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세차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초순수는 그보다 제조 비용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옐로핸즈는 초순수를 스팀세차 장치와 결합해 적은 양의 물로 세차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스팀세차 장치와 초순수를 결합하는 장치가 옐로우핸즈의 발명 특허다.

▲ 업체 전경, 특허받은 초순수 스팀세차기, 초순수로 손을 씻으면 독특한 느낌이 든다, 초순수 스팀 세차 장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 특이한 세차 방법, 희한한 결과물

세차를 하는데 노란 옷과 노란 장갑을 낀 사내들이 달라붙는다. 먼지나 때가 묻으면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세차를 하면서 때가 묻지 않게 한다는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옐로핸즈 대표는 "대다수 세차장은 천장부터 물을 먼저 뿌리고 옆을 닦는데, 이 경우 차에 묻은 먼지를 작업자 옷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셈"이라면서 "이렇게 작업자의 더럽혀진 옷이 차에 닿기 때문에 차에 잔 상처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옆을 먼저 닦고나서 문을 연 상태에서 천장을 닦는 방식으로 해야 차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밝혔다. 하지만 초순수 스팀이 아닌 일반 물세차의 경우는 물이나 비누 거품이 흘러 내리기 때문에, 알면서도 이같은 순서로 작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이한 것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순수는 물에 이온이 거의 없어서 때나 먼지와 잘 결합하고, 따라서 이를 잘 녹여낸다는 설명이다. 호기심에 초순수로 손을 씻어보니 마치 비누칠을 한 것처럼 뽀드득 거리고, 기름기가 없어진듯 푸석푸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을 걸레로 닦아내는 것으로 세차가 끝났다. 꼼꼼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30분만에 작업이 끝났다. 너무 간단해 속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차에 광택이 달라졌다. 이전의 차는 세차를 해도 그저 깨끗한 정도였지만, 초순수 세차를 하니 얼굴이 비쳐보일 정도로 광택이 났다. 광택을 내는 층이 한꺼풀 씌워진 듯한 느낌이다.

광택이 더 살아난 느낌이라고 옐로핸즈 대표에게 얘기했더니 "이전의 비누 세차는 비누가 제대로 행궈지지 않고 차에 덧 씌워지는 것이고, 더러운 걸레를 통해 때를 오히려 입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초순수를 뿌리면 이 오래된 비누층을 벗겨내기 때문에 광택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과를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손세차와는 비교가 안되는 희한한 광택이다. 다만 앞바퀴에 있던 묵은때는 초순수로 해결되지 않아 부득이 세척제를 이용해야 했다.
 

▲ 세차 전 모습(왼쪽)과 세차 후 모습(오른쪽)
◆ 당신이 알고 있던 손세차는 엉터리

 

손세차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던 생각은 이미 허물어졌다. 고마운 마음에 세차장을 떠나다 말고 인사를 하려고 차창을 열고는 앗차하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쳤다. 물이 마르기 전에 창문을 열면 물자욱이 생겨 이를 다시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물자욱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또, 세차 후 며칠 안돼 비가 왔는데, 빗물에도 차가 거의 더러워지지 않고 그냥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해왔던 손세차는 대부분 엉터리였다. 비누가 제대로 씻겨지지 않았거나 물이 충분히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자욱이 생겼던 것이고, 먼지나 흙탕물도 쉽게 달라붙었던 것이다. 초순수 세차를 한번이라도 해보면 대부분 손세차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몇만원이나 내고 손세차를 하는 의미가 있을 듯 했다. 그렇다고 '초순수 세차'가 더 비싼것도 아니다. 강남에서는 수입차의 경우는 크기와 상관없이 국산차 고급차보다 비싼 금액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수입차 구분없이 크기로만 가격이 책정돼 있어서 준중형 수입차의 경우는 오히려 싸게 손세차를 할 수 있다. 서울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서 자주 다니기 어려운 것은 단점이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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