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TAXI)

일명 총알택시가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적이 많았다. 지금도 총알택시가 있기야 하겠지만, 예전 도로에는 차가 지금보다 적었을 뿐더러, 따블 혹은 따따블 같은 가격 흥정 시스템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총알택시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여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생하게 기억되는 엄청난 총알택시가 있다. 프랑스산 특급총알택시 ‘푸조 406’! 영화 <택시> 이다.

▲ <택시> 포스터

<택시>는 <레옹>과 <제5원소> 등으로 헐리우드에서도 인정을 받은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카레이서 출신의 자동차 CF감독으로 유명한 제라르 삐레가 감독을 맡은 영화이다. 제라르 삐레는 푸조, 샤브, 시트로엥, 볼보 등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광고를 200편 이상 찍은 경력과 카레이서 출신으로서의 스피드, 질주, 그리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멋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넣어두었다. 영화는 90분짜리 푸조 CF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특유의 영상미와 추격씬에서의 스피드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충분히 세련됐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공항으로 가는 장면은 추격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택시에게 추월당하는 DUGATI 916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영화의 등장하는 택시는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푸조(peugeot) 406 모델이다. 푸조 역시 벤츠나 BMW처럼 차량의 등급을 숫자로 표기하는데 4XX는 중형급 세단에 속한다. 푸조406은 405의 후계차종으로 1995년 첫 출시되었다.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보다 차체가 조금 크고 고전적인 각진 디자인보다  부드러움을 강조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양산되는 차에 엔진은 3000cc V6 이지만 영화 속의 택시는 8기통 터보엔진이다. 도심에서 220Km 로 달리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개조된 것은 엔진뿐이 아니다. 실내의 스위치를 눌러 차를 변신 시키는데, 마치 가제트 형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 수준이다. 차가 들리고 바퀴가 교환되며, 범퍼 밑에서 에어댐이 나오고 트렁크에서는 날개가 튀어나온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까지 교체해주면 택시의 변신 끝이다.

▲ 풀튜닝된 푸조406택시

영화는 프랑스와 독일의 싸움, 푸조와 벤츠의 싸움이다. 프랑스에게 독일 혹은 나치란 영원한 앙숙이다. 마치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와 비슷하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파리를 점령했던 독일을 놔둘 리가 있을까. 영화에서 푸조는 벤츠에게 그 빚을 톡톡히 갚아준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푸조406도 괜찮았지만, 독일 갱단이 타고 다니는 구형 190 벤츠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클래식한 각진 대형 세단을 좋아하고, 영화 속에 나오는 벤츠 외관 튜닝도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잘 잡히게 튜닝한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특히 해드라이트 와이퍼는 벤츠의 위풍당당함을 잘 보여준다.

▲ <택시> 에 나오는 벤츠 구형 모델

1998년 프랑스는 월드컵 개최와 우승으로 프랑스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것과 동시에, <택시>의 전세계적 흥행으로 프랑스의 푸조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필자는 당시만 해도 어리기도 했고, 자동차에 많은 관심이 있지 않을 때라 푸조를 영화에서 처음 접했다. 10년이 더 지난 요즘은 푸조 차량을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덧 인기 수입차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 푸조 406

요즘 국산자동차가 해외에서 계속되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독창성 있는 디자인과 기능성과 안전성부분까지 여러 부분에 걸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가격적인 경쟁력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도 싸고 좋은 국산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곧 우리나라에서도 국산 자동차가 해외 명차를 앞서 나가는 영화가, 그리고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상영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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