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닛산 세피로 베이스로 출시한 르노삼성 1세대 SM5는 출시 당시 쏘나타 크레도스 레간자 등과 경쟁하는 중형 모델로 출시했지만 차체가 경쟁 모델보다 월등히 길었고 당시 품질과 내구성은 경쟁 모델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르노삼성 SM5는 한때 중형차 판매 1위 모델 EF 쏘나타와 비슷한 월별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르노삼성은 당시 경쟁 브랜드의 고질병이었던 부식에 강하고 SM5 V 모델에 한정되었지만 국내 최초로 불소도장, 아연도금강판을 적용하면서 국산차 업체 최초로 방청보증제를 내세우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M5는 경쟁 모델보다 뛰어난 품질과 함께 차체가 크고 세계 10대 엔진상에 단골 손님이었던 VQ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EF 쏘나타가 경쟁 모델이 아닌 위 급 모델 그랜저 XG가 1세대 SM5의 진정한 경쟁 모델이 맞는다고 주장한 네티즌들이 적지 않았다. 덕분에 2000년대 초 중반 SM5, 그랜저 XG, EF 쏘나타 등 단일 자동차 동호회는 물론 보배드림, 바보드림, 하이튜닝 등 자동차 커뮤니티 중심으로 SM5 등급 논란이 있을 때마다 많은 댓글들이 달릴 정도로 논쟁이 뜨거웠었다.

1세대 SM5는 1998년 출시 이후 2001년 부분 변경하고 2003년 4등 헤드램프가 적용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으며 2005년 2세대 SM5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르노삼성의 신화를 이룩한 1세대 SM5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5년식 1세대 SM5 LPG

2005년 1월 기자의 부모님이 고민 끝에 SM5 LPG 모델을 구매했다. 그 당시 SM5 LPG 모델은 택시형과 장애인용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고민 끝에 내장 재질과 편의사양이 조금 더 좋았던 장애인용을 선택했다. 그 당시 SM5 장애인용은 한 가지 트림만 출시되었으며 신차 가격은 1,419만원 이다.

부모님이 이 차를 구매했지만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주로 기자가 타면서 애프터마켓용 휠 타이어를 교체하고 스트럿바를 설치하는 등 약간의 튜닝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9년 혼자서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중고 소형차를 구매하면서 1세대 SM5 LPG 모델은 기자가 거의 타지 못했다.

1세대 SM5를 타면서 몇 가지 고장을 겪었고 배터리가 두 번 방전되기도 했지만 2005년 1월에 구매한 1세대 SM5는 지금도 가족들의 훌륭한 발이 되어주고 있다.

2015년식 3세대 SM5 노바 LPLi

현재 판매되는 SM5는 2010년 처음 출시한 3세대 SM5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새로운 신성이라는 뜻인 노바(NOVA)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SM5 노바는 2.0L 가솔린 모델이 기본이지만 국산 중형 모델 최초로 1.6L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TCE, 1.5L 디젤 엔진을 탑재한 SM5 D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SM5 LPLi 등 4가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다. SM5 LPLi는 LE와 RE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누어지며 LE 가격은 2,315만원 RE 가격은 2,515만원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SM5 LPLi는 일반인이 구매할 수 없으며 장애인, 택시, 렌터카 사업자들이 구매 가능하다. 기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LPG 연료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도 디젤이나 가솔린보다 연비가 낮고 그렇다고 LPG 가격이 월등하게 저렴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일반인들이 LPG 승용차 구매를 못하게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만 출고 후 5년이 지난 LPG 승용차는 일반인이 구매 가능하다.

르노삼성은 SM5 노바를 출시하면서 전면에 내세운 모델은 SM5 LPLi 모델이다. 1세대 SM5가 판매된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쟁 모델들이 상품성 및 내구성 등을 강화하면서 SM5 LPG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출시된 SM5 노바 LPLi 모델은 시트백 뒤에 붙은 실린더형 연료탱크 대신 스페어타이어 자리에 환형 연료탱크를 설치해 트렁크 공간을 확대했다.

기존 실린더 연료탱크가 트렁크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에 LPG 승용차의 최대 단점은 좁은 트렁크 공간이다. 좁은 트렁크 공간 때문에 휠체어 등을 제대로 적재할 수 없어 일부 장애인 운전자들은 루프캐리어를 장착하거나 트렁크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은 LPG 미니밴, SUV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형 연료탱크가 적용되면서 트렁크 공간이 가솔린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따라서 SM5 노바 LPLi를 구매하면 좁은 트렁크 공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덤으로 LPG 승용차 오너들은 자신의 자동차가 LPG 승용차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트렁크를 열면 훤히 보이는 LPG 연료탱크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LPG 연료탱크 가리개를 부착하기도 하는데 SM5 노바 LPLi 구매하면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트렁크만 보고 가솔린인지 LPG인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가솔린 모델과 현격한 출력차이를 보였던 1세대 SM5 LPG

지금 출시되는 LPG 자동차는 가솔린과 동일하게 액화 또는 기화 상태로 인젝터에 연료를 분사하는 시스템이지만 이전 LPG 자동차는 기화기에서 액화된 LPG연료를 기화시킨 후 믹서로 보내 믹서에서 미리 공기와 혼합된 상태에서 연소실로 유입되어 연소되는 방식이다.

1세대 SM5 LPG에도 ECU가 있지만 연료압력이나 혼합비율 등은 ECU가 아닌 기화기와 믹서가 담당하기 때문에 일정거리 주행 후 규정된 값을 벗어나면 다시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LPG 연료 특성상 기화기에 타르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타르제거를 해야 하며 연소가 희박한 경우 엔진 쪽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역화가 발생되기도 한다.

1세대 SM5 LPG 모델에 탑재된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7.2kg.m 힘을 낸다. DOHC 엔진이고 효율적인 연소를 도와주는 가변밸브타이밍, 가변흡기 등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지 않아 최대토크가 4000rpm 이후 나오기 때문에 실용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다. 힘이 부족하니 자연스럽게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게 되고 당연히 연비가 좋지 않다.

고속도로 및 국도 위주로 주행하면 리터당 10km/l 이상 연비를 보여주지만 서울 시내만 주행할 경우 5km/l 정도의 나쁜 연비를 기록하기도 한다. SM5 LPG 엔진의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가져온 4단 자동변속기인데 이 변속기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튼튼하지만 동력손실 없이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록업클러치가 없기 때문에 효율성은 떨어진다.

가솔린 모델과 성능이 동일한 SM5 노바 LPLi

SM5 노바 LPLi의 최고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m의 힘을 낸다. 종전 시스템이 연료를 기화시킨 후 베이퍼라이저에서 공기와 함께 연소실로 보내졌지만 LPLi는 액상화된 연료를 고압으로 유지하면서 인젝터를 통해 연소실에 분사한다. 즉 가솔린 엔진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베이퍼라이저와 믹서가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타르를 제거할 필요가 없어지고 역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ECU가 완전히 연료분사량을 제어하기 때문에 정밀한 연소가 가능해져 연비와 출력상승은 물론 배출가스 저감된다.

거기에 SM5 노바 LPLi 엔진의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는 CVT 즉 무단변속기가 기본으로 적용되었는데 SM5에 적용된 무단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내부의 유압이 아닌 두 개의 풀리 사이에 금속벨트를 걸어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한다. 따라서 이론상 동력손실이 없고 풀리의 크기가 가변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주행 상황에 맞춰 적절한 엔진회전수를 유지한다.

시속 80-100km/h 정속 주행하는 경우 리터당 15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하며 경기도 하남시부터 서울 가산동까지 측정한 시내 연비는 리터당 6.9km/l이다. 만약 1세대 SM5 LPG로 비슷한 구간을 주행했다면 리터당 5km/l 정도 나왔을 것이다.

2005년식 SM5 LPG VS 2015년식 SM5 노바 LPLi 인테리어 비교

먼저 2005년식 SM5 LPG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단순한 편이다. 그리고 SM5 노바 LPLi와 비교해서 윈드실드 각도가 세워져 있고 A 필러가 얇아 전면시야 확보가 잘 되어 있다.

만약 10년 전에 시승했다면 전면시야가 갑갑하다는 느낌이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윈드실드 각도가 점점 완만해지고 루프강성 확보를 이유를 A필러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전면시야가 갑갑하고 좌회전할 때 A필러가 시야를 가리는 모델들이 많아졌는데 최근 출시된 차들 위주로 시승하다가 1세대 SM5 LPG를 운전하니 시야가 참 쾌적하게 느껴졌을 정도였다.

SM5 노바 LPLi 인테리어는 심플하면서도 투박한 1세대 SM5 LPG 인테리어와 비교해서 복잡하면서도 부드럽게 탑승자를 감싸는 느낌이다. 1세대 SM5 LPG에 없는 순정 네비게이션 르노삼성 고유의 플라즈마 이오나이저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볼 수 없지만 스티어링휠 우측 컬럼에 오디오 볼륨과 라디오 채널 트립 정보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컨트롤 버튼이 있다.

1세대 SM5 LPG 운전석 시트는 등받이는 물론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지만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며 특히 시트 높낮이 조절하려면 다이얼로 돌려야 한다. 착석감은 평평하고 쿠션이 딱딱해서 장거리 운전할 때 엉덩이와 허리가 약간 부담스럽고 코너를 돌 때 몸이 제대로 지지를 하지 못한다.

뒷좌석 공간은 SM5 노바를 포함해서 현재 출시되는 중형차보다 좁다. 또한 헤드레스트가 없기 때문에 뒷좌석에 오랫동안 앉기 불편하다.

3세대 SM5 노바 LPLi의 운전석 시트는 손가락 하나로 시트백은 물론 시트 높낮이 요추받침대 등을 설정할 수 있는 전동식 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거기에 메모리 기능까지 구비되어 운전자가 2명 이상일 때 자기가 원하는 시트포지션을 저장할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자체는 조금 작아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시트에 앉으면 상당히 편하다. 다만 시트포지션이 1세대 SM5 LPG 모델보다 약간 높아 키가 큰 운전자들은 조금 어색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며 뒷좌석 시트포지션은 적당히 높은 편이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어 헤드룸이 좁아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뒷좌석에 앉을 때 천장에 머리가 닿지는 않는다.

10년의 차이, 10년의 변화 그리고 잃어버린 10년

사실 이 기사는 시승기라기 보다는 비교기에 더 가까운데 SM5 노바 LPLi에 대한 시승기가 많은 관계로 일반적인 시승기가 아닌 르노삼성의 이미지를 높인 주역 1세대 SM5와 비교를 해보고 싶어 1세대 SM5와 비교해 보게 되었다. 2005년식과 2015년식 딱 10년 차이가 나는 모델을 비교한 셈인데 당연히 모든 면에서 지금 판매되는 SM5 노바 LPLi가 더 좋다.

원래 자동차는 후속 모델이 구형 모델보다 모든 면에서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1세대 SM5하고 현재 출시되는 3세대 SM5 노바 LPLi하고 비교해 보면 답은 뻔히 나온다. 당연히 지금 팔리는 SM5 노바 LPLi가 모든 면에서 더 좋다. 그럼에도 1세대 모델과 비교한 이유는 1세대 모델이 단종된 이후 LPG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경쟁 모델의 높은 상품성과 저렴한 부품비용에 밀렸기 때문이다.

택시 렌터카 등의 사업자들이 LPG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경제성이다. 여기서 경제성은 유류비는 물론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소모품 교환비 등을 포함한다. 또한 택시의 경우 승객의 편안한 탑승도 고려해야 하는데 르노삼성 SM5의 경우 닛산 티아나 베이스인 2세대 모델은 뒷좌석 공간이 좁고 갑갑했으며 전반적으로 시트가 작게 설계되어 시트가 크고 편안한 NF 쏘나타 점유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부품비용이 경쟁 업체보다 전반적으로 비싼데 택시, 렌터카 사업자 입장에서는 엔진오일 등 소모성 부품 교환할 때 조금이라도 더 저렴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SM5 LPG 모델은 이 부분에서 경쟁 모델보다 부품비 자체가 비싸고 부품 교체 난이도가 높아 공임비도 더 비싸다. 아마 3세대 SM5 소유한 오너들이라면 에어컨필터 교체할 때 극악의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아무리 SM5 노바 LPLi가 상품성과 품질 내구성이 좋다고 해도 소모품 교체비용 때문에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적은 SM5 대신 쏘나타, K5 등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입장에서 이 글이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나마 환형 LPG 탱크 덕택에 SM5 노바 LPLi는 경쟁 모델보다 공간활용성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르노삼성은 SM5를 국내에서 3만대 이상 판매하고 LPG 모델은 40%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택시 사업자들을 위해 르노삼성 직영정비소에 익스프레스 레인이라는 택시 고객들을 위한 정비망도 갖춘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브랜드의 독과점을 누리고 있는데 특히 LPG 자동차 분야는 더욱 심하다. 과거를 잊으면 미래도 없다. 라는 말이 있는데 1세대 SM5가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으로 인정을 받은 영광의 히스토리가 있다. 르노삼성은 1세대 SM5 성공사례를 지금이라도 다시 되짚어 보아야 하며 르노삼성이 제시한 올해 판매목표를 달성했으면 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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