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죠스바를 좋아했던 기억은 영화 '죠스'에서 느꼈던 백상아리를 닮은 앞모습과 먹고나면 입술과 혓바닥이 파랗게 물들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운 여름에 서늘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시각적 효과까지 갖춘 매력 때문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는 어린 나이에 봐서 더욱 무섭고 충격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BMW 640d 그란쿠페를 처음 본 순간, 영화 '죠스'에서 물속에서 입을 쩍! 벌리고 튀어나오는 백상아리의 그 느낌을 느끼게 한 차였다. 

BMW 차들은 패밀리 룩을 적용하고 있으면서도 각 시리즈마다 개성이 느껴진다. 시리즈마다 구분이 어렵고 비슷비슷한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와는 다르다. 하지만, BMW 안에서도 3 시리즈와 5 시리즈는 이란성 쌍둥이같이 너무 닮아버린건 언쟁의 소지로 삼진 않겠다.

한 눈에도 '640d 그란쿠페'는 어떤 성격을 띄고 있을 지 감이 오는 첫인상이다. 길에서 마주친다면 7 시리즈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에 걸음을 주춤하게 만드는 위엄은 그 오너에게도 자부심까지 줄 것 같다.

◆ 낮고 긴 차체에서 주는 위엄

640d 그란쿠페는 도어가 2개인 쿠페에서 도어를 4개로 늘리고 세단처럼 만든 차다. 전장 및 전폭과 전고를 살펴보면, 5,007x1,894x1,392mm로 7 시리즈보다 전장은 70mm 짧고 전고는 80mm가 낮아 7 시리즈보다 비율적으로 날렵하고 더 길게 느껴진다. 긴 전장에 걸맞게 축거는 2,968mm로 넓은 실내를 확보하고 있다. 

길다란 보닛은 앞에서 언급했듯 백상아리를 연상시키는 앞모습을 갖고 있다. 옆모습도 미끈한 백상아리의 몸통이 연상될만큼 날이 서 있다. 지붕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낮은 유선형의 라인은 640d 그란쿠페가 쿠페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상아리의 아가미를 연상시키는 휀더 중간에 에어브리더는 앞뒤 도어 손잡이 라인과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으로 이어져 차의 옆라인 캐릭터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멈춰 서 있는 모습에서도 달리는 듯한 날렵한 느낌을 준다. 

뒷 모습은 여느 BMW 시리즈와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앞 모습에선 위엄을 느꼈다면 뒷모습에서는 만화 캐릭터가 떠올라 앞모습과는 동일한 느낌은 아니다. 번호판이 트렁크 리드에 있지 않고 범퍼 하단에 위치한 것도 독특하다.

◆ 깊고 낮은 고급스러운 시트, 하지만 불편한 앞좌석

▲ B필러가 아닌 시트에서 시작하는 앞좌석 안전벨트

낮은 전고는 승차시에도 깊숙히 앉는 느낌을 준다. 독특하게도 앞좌석 안전벨트는 B 필러에서 시작하지 않고 시트 어깨 부분에서 시작한다. 아마도 쿠페를 세단으로 만들었다는 표시일 수도 있고, 버킷형 시트와 탑승자가 일체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트는 편하지 않다. 모양으로 봐선 누군가가 백허그를 해줄것같이 포근하게 생겼지만 허리엔 요추받침도 없고, 헤드레스트는 어깨 라인보다 약간 뒷쪽에 있어서 머리를 기대고 운전할 수 없는 이상한 포지션이 된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운전을 하는 것은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엉덩이 부분이 깊숙히 들어가며 등을 감싸듯 밀착감이 좋은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편하다. 앞좌석에서부터 뒷좌석까지 이어지는 센터터널로 뒷좌석은 2인만 탑승 가능하다. 그래서 뒷좌석에 앉아도 앞좌석같은 독립된 공간감이 느껴진다.

시트는 브라운 색상의 가죽 시트로 촉감이 무척 부드러워 고급스럽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등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차 가격에 비해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차는 쿠페를 기본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하지 않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 파노라마 선루프는 틸팅만 된다

◆ 영화 '죠스'에서 본 백상아리같은 파워풀한 퍼포먼스

영화 '죠스'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물을 박차고 보트 위의 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백상아리 모습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640d 그란쿠페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은 영화 '죠스'의 백상아리가 달려들듯 긴장감과 놀라움을 준다. 직렬 6기통 직분사 디젤 3.0리터의 엔진에서 뿜어내는 최대출력 313마력, 최대토크 64.3kg.m의 놀라운 성능은 질주하고픈 욕구를 분출시킨다. 

막히는 시내에서는 '죠스'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1,870kg의 육중한 몸집을 어슬렁거리듯 그렁그렁한 엔진 소리만 내면서 시내에선 재미를 보지 못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자 드디어 파워풀한 힘을 내뿜는다. 차가 무겁다는것도 느껴지지만 그만큼 힘도 세고 부드럽게 뿜어내는 것이 느껴진다. 

▲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하면 LED 클러스터 화면도 바뀐다 (Sport 모드)

5m의 커다란 차체가 빠르고 힘있게 치고 나가는 모습은 작은 차가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경박하지 않고 움직임이 고급스럽고, 코너에서는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이 느껴지고 안정감이 있다. 코너를 빠르고 안정감있게 돌아 나오는 것은 역시 xDrive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무거워 차체 중량이 무겁게 느껴진다. 드라이빙 모드를 Sport로 바꾸면 더욱 힘있게 달리는 느낌은 짜릿짜릿 하다.

◆ 사각지대도 많고, 장시간 운전은 힘들고…

차가 큰 만큼 사각지대도 많다. BMW 특성상 사이드 미러는 역시 작아 안그래도 차가 길어 사각이 더욱 많게 느껴진다. 낮은 루프 라인과 뒷유리 폭이 좁아서 룸미러를 통해 본 뒷 시야도 무척 좁다. 주차 시 룸미러를 통해 뒷 시야를 확보하기는 너무 힘들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모니터에 어라운드 뷰 화면이 곧바로 뜬다. 이 차에는 어라운드 뷰 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주차 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길고 넓은 차체는 주차할 때도 불편하다. 도로 연석이나 주차장 벽면과의 간격을 볼 수 있는 어라운드 뷰는 주차 시 큰 도움이 된다. 

▲ 전후좌우 독립된 카메라로 주변을 볼 수도 있고, 하늘에서 보듯 사방을 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라운드 뷰

앞에서 언급한 앞좌석 시트의 불편함은 역시나 장거리 운전에 피로도를 증폭시켰다. 장거리 운전을 한다면 목베개를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차로 장거리를 이동할 예정이라면 뒷자리에 편히 앉아 가길 권장한다. 

▲ 후진 기어를 넣으면 숨어있던 후방 카메라가 나온다

◆ 도심의 '죠스', 640d 그란쿠페

640d 그란쿠페의 길고 낮은 차체와 인상적인 앞모습은 어딜가도 주목받는 차다. 5 시리즈는 좀 무난해서 재미없고, 7 시리즈는 회장님 느낌이라 쇼퍼 드리븐 보다는 직접 운전하면서 고급스러움과 운전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하는 운전자에게 어울릴 차다. 바닷속 수많은 물고기 떼들이 노니는 곳에 백상아리가 등장하면 그 주변은 물고기들이 길을 내주듯, 640d 그란쿠페는 도심의 '죠스'같은 아우라가 있다. 

BMW 640d 그란쿠페의 가격은 1억 1,580만원이다. 

 

김진아 기자 〈탑라이더 jina_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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