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모바일스쿨 홍명헌 교수
스위스의 월드와이드웹 재단은 '2012년 웹 지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인터넷 경쟁력을 10위로 평가했다. 올해 상위 10개국은 한국을 빼고는 모두 유럽과 영미 국가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 현황은 세계 4위인 반면에 정보의 자유와 개방성은 33위다. 우리시대에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대표적인 공간은 인터넷과 커피하우스다. 1969년에 탄생한 인터넷보다 약 3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커피하우스가 어떻게 발전했고,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통해 인터넷의 미래를 알아보자. 
 
오늘날, 영국의 옥스퍼드에 있는 ‘그랜드 카페’(The Grand Cafe)는 1650년에 개점한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다.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도입 초기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여 1675년에 영국 전역에 약 3000여개에 이르렀다. 커피하우스에서는 사교만 이뤄지지 않고, 때로는 정치적 의견과 반론을 제기하는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1675년 영국 황제 찰스 2세가 커피 금지령을 내렸지만, 커피하우스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누구나 1페니만 내면 출입이 가능했던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손님들이 자유로운 대화와 논쟁을 하면서 교양과 정보를 얻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페니 대학’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레시안 커피하우스는 아이작 뉴턴 등 영국왕립학회 회원들이 만나 대화와 논쟁 그리고 연구발표를 통해 근대과학의 기초를 확립한 장소였다. 에드워드 로이드의 커피하우스는 항해와 관련된 사람들의 모임장소에서 발전하여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라는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로 성장했다. 런던의 터크스헤드 커피하우스는 정치적 주제에 대해 손님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세계 최초로 투표함을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커피하우스는 근대 과학과 혁신적인 비즈니스와 새로운 정치를 태동시킨 원동력 이었다. 
 
아이작 뉴턴과 같은 창조적인 과학자들을 길러내고,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공간에 자유와 개방성을 더욱 확대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된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정보와 아이디어들이 연결되어 집단지성으로 발전하면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 커피하우스의 역사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자유로움과 개방성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꾸는 창조와 혁신의 근원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을 보며 사람들은 언뜻 한 명의 천재를 떠올릴지 모르겠지만 이들 기업을 만든 사람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혹은 세 명이다.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뿐 만 아니라 더스틴 모스코비츠, 크리스 휴스 등 공동창업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구글 역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함께 만들었다. 애플도 예외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 혼자 만든 게 아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한 명이 아닌 다수의 힘이 합해져야 제대로 된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서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은 정부의 인터넷 검열이 1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존스홉킨스 대학 강연에 나선 슈미츠 회장은 “정보 검열과 이를 피하려는 대중의 싸움은 마치 고양이가 쥐를 쫓는 것과 같다”며 “결국 이 게임의 승자는 대중이며 정부의 검열은 1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자유와 개방성을 확대하는 나라가 미래의 선진국이다. 우리나라 인터넷의 10년 후가 궁금하다. 

홍명헌 교수 〈탑라이더 mhhong@c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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