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은 자동차 역사에 가장 암울한 시기였던 동시에 가장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시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년부터 수년간 민간용 자동차는 전혀 생산되지 못했지만 이후 다시 만들어진 자동차는 이전과 전혀 다른 제품으로 발전했다. 

이전까지는 자동차가 로망이나 과시에 가까운 물건이었다면 전쟁 이후로는 차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물건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끝낸 인류의 운송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지만,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엔진 기술 발전은 비약적인 수준이었다. 자동차를 생산하던 제조사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두 전차, 지프나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야 했다. 특히 영국 롤스로이스-벤틀리나 SAAB는 연합군의 전투기 엔진을 만들었고, 독일 BMW나 일본 후지중공업(현재 스바루 브랜드)은 독일군과 일본군 전투기의 엔진을 만들었다. 기술 전쟁이 아니라 실제로 엔진 기술을 통한 전쟁을 벌인 셈이다.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만든 독일 타이거 탱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국가의 사활을 걸고 발전 시킨 엔진 기술은 전쟁 후까지도 영향을 끼쳐 자동차 기술발전에 큰 계기가 됐다.

▲ 페르디난드 포르쉐 박사가 개발한 타이거II 탱크

경제가 어려우니 다양한 브랜드들은 실용성에 눈뜬 국민들이 탈 수 있는 매우 저렴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르노는 1947년 소형차라 불릴만한 차인 4CV를 만들었으며 이후 더욱 가격을 낮춰 전국민이 탈 수 있도록 만든 ‘국민차’ 2CV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독특한 엔진도 쏟아져 나왔다. 1950년 영국 로버사는 가스터빈을 이용한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다.

1954년 펠릭스 방켈은 방켈 로터리 엔진을 만들었다. 로터리 엔진은 닛산이나 도요타 등에서 연구가 됐지만 실제 제품이 만들어지지는 못했고 일본 마쓰다 등에 의해 실용화 됐다.

1957년 벤츠는 300SL에 최초로 카브레터가 아닌 연료분사방식의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은 요즘의 엔진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유럽은 폐허가 된 가운데 미국시장은 전쟁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부흥까지 이뤘다. 더구나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미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1960년대 캐딜락은 전투기를 흉내낸 테일핀을 붙였다.
이로 인해 60년대 미국은 크고 화려한 차를 만드는데 열중하게 됐다.  미국 전통 메이커 캐딜락은 전투기 꼬리 날개를 본뜬 테일핀이라는 독특한 장식을 더해 롤스로이스나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세계 3대 고급차로까지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 즈음 1965년에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등장해 시속 967km까지 달리는 기록을 세웠다. 1969년 벤츠는 전자식 연료분사 방식까지 적용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금지조치로 인해 두차례의 석유파동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자 경제적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최대 화두가 됐다. 유럽과 일본은 소형차를 통해 연료절약형 전륜구동차를 만들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인 도요타 코롤라 1세대 차량. (1966)

◆ 터보/슈퍼 차저…친환경시대의 변화

자동차 역사는 전쟁이나 석유파동 등을 배경으로 세대가 교체돼 왔다. 최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친환경 물결과 관련 정책도 하나의 세대교체 요인이 될 듯 하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는 흡입하는 공기를 과급해 효율을 높이는 엔진을 뜻한다. 이 장치는 이미 1885년에 고틀립 다임러가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같은 해에 이미 개발돼 있던 셈이다. 

이후 GE가 항공기용 엔진에 장착해 시연하면서 터보/슈퍼차저가 항공기에 적용됐을때의 비약적 성능향상을 알리게 됐다. 터보나 슈퍼차저 엔진이 널리 사용된건 2차대전 때 부터다. 당시 다임러-벤츠가 독일 나치의 전투기용 엔진으로 만들면서 사용됐고, 연합군 측도 롤스로이스와 GE가 전투기 엔진을 만들면서 터보엔진을 장착했다. 비행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의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서 엔진 출력이 극도로 낮아졌는데, 이때 터빈을 이용해 공기를 억지로 더 많이 압축해 넣으면 높은 고도에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기에 사용되던 터보엔진은 1960년대 들어 자동차에도 장착되기 시작했다. 엔진의 배기량과 무게를 낮추면서도 더 큰 엔진과 동일하거나 더 우수한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스포츠카 등 작은 차에서 더 강력한 성능을 내기 위해 터보차저를 장착해왔다. 1973년에는 BMW 2002 터보가 나타났고, 1974년에는 최초의 터보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터보가 나왔다. 

   
▲ 세계 최초 터보 스포츠카 포르쉐 911 터보

터보 엔진은 대부분 터빈이 돌기 시작할 때까지 오히려 굼뜨게 동작하는 현상인 '터보랙' 등의 결함을 갖고 있어 이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다. 터빈을 경량합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 큰 터빈을 두는 대신 작은 터빈을 2개(트윈터보) 혹은 3개(트라이터보)까지 나눠 장착하는 방식이 있다. 

이후 엔진 기술이 향상되면서 터보 차량의 출시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엔 차량이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환경의 적으로 지목 받게 되면서 터보차저 등을 장착하는 등 엔진 배기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 자동차 엔진 발전, 지금부터다

자동차 기술 발전이 눈부신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근본적인 변화는 크지 않다. 가솔린 엔진의 발명 자체를 따져봐도 불과 126년전의 일이다. 수만년 인류 역사 중 가솔린 자동차가  널리 사용된 건 10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다.  

처음 가솔린 엔진 발명 당시는 땅에 석유가 무한정 묻혀 있다고 여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석유 소비의 피크에 이른 상황. 앞으로는  제임스딘이 나오는 미국영화 '자이언트'의 한 장면 처럼 파이프를 꽂으면 기름이 콸콸 솟아다는 광경은 볼 수 없다. 미국 땅에서 저렴하게 채굴할 수 있는 석유는 모두 경제성을 상실했고, 비싼 석유만 남았을 뿐이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유전의 얕은 석유는 모두 채굴했으며 시추 구멍에 바닷물을 부어 떠오르는 석유를 채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마저 바닥난 유전이 여럿이다. 이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외면하던 유전을 하나 둘씩 열고 있는 상황이다. 

▲ 텍사스 오일붐 시대의 오일 필드.

간혹 논쟁하는 경우도 있지만 석유가 언젠가 고갈(혹은 너무나 비싸진다) 된다는건 명백하다. 땅속에 돈이 들어있는데 이를 파내지 않는 사업가가 과연 있을까. 석유는 국경을 넘나들며 매장돼 있기 때문에 국가간 경쟁도 더 치열하다. 같은 통에 담긴 우유를 여럿이 빨대로 빨아먹는 경우를 상상해 보면 된다. 생산을 조절한다거나 하는건 불가능하고 발견하는 순간부터 미친듯이 빨아내야 하는 자원이 석유다. 미국, 리비아, 인도네시아, 영국 등 주요 국가들도 모두 석유 자원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석유를 채굴할 수 있는 한계, 즉 '오일피크'를 넘어 더 이상은 채굴하지 못한다.

지난 2~3세대 정도는 자동차를 잘 이용했지만, 앞으로 2~3 세대 이내에는 가솔린 자동차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인류가 한번 맛본 자동차의 편리함은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석유가 아닌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고 전환점 또한 머지 않았다. 우리가 구태의연한 기술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의 엔진이 될 창조적인 자동차 구동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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