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T6 스포츠를 시승했다. XT6는 캐딜락 브랜드에서 에스컬레이드와 XT5 사이에 위치하는 3열 6인승 럭셔리 대형 SUV로 차의 본질에 대한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풀 사이즈 3열 시트와 넓은 사이드미러 시야각 등 패밀리카로서의 가치가 돋보인다.

캐딜락과 같은 미국산 브랜드의 경우 세단 라인업을 정리하고,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모델 라인업 개편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 캐딜락은 과거 ATS, CTS, CT6로 구성된 세단 라인업을 CT4와 CT5로 대체하고, 국내에서 판매가 많았던 대형 세단 CT6는 단종시켰다. 

캐딜락코리아는 최근 국내 SUV 라인업을 대거 강화했다. 중형 SUV XT5 만으로 구성된 단촐한 기존 라인업에 아래로는 소형 SUV XT4를, 위로는 3열 대형 SUV XT6를 더했다. 여기에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물론 롱보디 모델 에스컬레이드 ESV까지 추가했다.

캐딜락코리아의 2022년 모델 라인업은 고성능, 고가 SUV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에스컬레이드 1억5357만원, 에스컬레이드 ESV 1억6357만원, CT5-V 블랙윙 1억3857만원으로 새롭게 투입된 모델 라인업의 가격은 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쉐보레와의 차별화로 보이기도 한다.

시승한 모델은 캐딜락 XT6 스포츠다. 2020년 국내에 선보인 모델로 미국내에서 판매되는 럭셔리, 프리미엄 럭셔리, 스포츠 중 가장 스포티한 내외관 디자인을 갖는다. 여기에 스포츠 트림에는 레드 캘리퍼 브렘보 브레이크를 비롯해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한 장비가 더해진다.

XT6 스포츠 전용 사양으로는 액티브 요(yaw) 컨트롤이 지원되는 트윈클러치 AWD 시스템, 연속형 댐핑 컨트롤 액티브 핸들링이 지원된다. 연속적으로 변경되는 댐퍼와 단단해진 서스펜션을 통해 스포티한 주행에서 차체 반응성을 강조하고, 타이트한 조향 기어비를 갖는다.

전반적인 주행 감각은 트래버스 숏 보디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차체나 서스펜션의 설계가 XT6의 무게나 출력을 감당하기에 차고 넘친다. SUV 라인업이 다양해 지면서 작은 차체를 키운 모델과 큰 차체를 줄인 SUV가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후자의 주행감각이 당연히 좋다.

캐딜락 XT6의 존재감은 블랙 보디컬러에서 좀 더 돋보인다. 직선과 면을 강조하면서, 단순하고 강렬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적용해 캐딜락 임을 강조한 모습이다. 측면에서는 2열에서 리어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볼륨감이 매력적인데, 3열까지 갖췄음에도 밸런스가 좋다.

XT6는 전장 5050mm, 전폭 1965mm, 전고 1750mm, 휠베이스 2863mm의 차체를 갖는다. BMW X5와 유사한 크기로, XT6의 전장이 70mm 길고, 휠베이스는 112mm 짧다. 전륜구동 기반 차체의 특징으로 차체 대비 실내공간이 여유롭다. 특히 3열 시트의 크기가 넉넉하다.

실내 디자인은 최근 출시된 SUV 대비 올드한 감각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이 특히 그렇다. 조작 직관성은 좋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최신 디자인을 선호한다. 실내 디자인을 신형 에스컬레이드 스타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상품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여진다.

실내를 구성하는 소재와 컬러를 통한 고급감은 우수하다.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와 스웨이드 소재의 헤드라이너, 가죽과 스웨이드가 혼용된 도어 트림, 금속으로 마감된 스피커 등 소재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출력과 해상도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파워트레인은 3.6리터 V6 가솔린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돼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kgm를 발휘한다. 공차중량은 2150kg, 국내 복합연비는 8.3km/ℓ(도심 7.1, 고속 10.5)다. AWD 시스템은 2륜 주행시 클러치를 완전히 분리해 연비를 높인다.

아이들링시 소음과 진동은 만족스럽다. 아이들링 스탑과 재시동 동작은 최신 마일드 하이브리드 대비 여유를 부리지만, 불쾌한 진동을 만들지 않아 거부감이 적다.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저부하 주행에서는 4기통만 사용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된다.

시트포지션과 시야는 동급 SUV 중에서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특히 사이드미러를 통한 시야가 아주 좋은 편으로, 좌우는 물론 상하를 비춰주는 시야각이 넓다. 캐딜락 SUV의 특성이기도 한 시트포지션은 어딘가 세단이나 크로스오버 차량이 연상될 만큼 안정적이다.

XT6의 자연흡기 엔진은 가속페달을 다소 강하게 다루면 고회전까지 호쾌하게 오가는 스포티한 성격을 보여준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나 음색도 좋은 편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의 6기통 엔진은 대부분 유사한 만족감을 보이는데, 인위적인 배기음 없이도 스포티하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우수한 편이다. 캐딜락의 경우 미국산 브랜드 중에서도 유럽차의 감각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SUV 차체로도 고속주행시 낮은 속도감과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준다. 가변형 서스펜션이 고속 영역에서는 자연스럽게 롤이나 피칭을 억제하도록 변경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페달 밟는 양에 따라 리니어하게 동작하는 방식으로, 제동 초반에 답력이 몰려 있는 차량에 익숙하면 제동이 밀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양과 속도에 따라 브레이크 부스트를 더해주는 방식으로 제동력이 뛰어난 SUV 중 하나다.

XT6의 실내 구성은 2+2+2 형태의 6인승 구성이다. 시트의 형상을 살펴보면 2열과 3열의 디자인이나 크기가 유사하다. 많은 3열 SUV가 3열 시트를 작고 단촐하게 구성한 것과 달리 풀 사이즈 3열 시트는 성인이 탑승해도 만족스러운 착좌감과 자세, 공간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울트라 뷰 선루프로 부르는 선루프는 면적이 넓은 것은 물론, 앞쪽 움직이는 유리의 면적만큼 완전히 열리는 개방감이 특징이다. 그 밖에 루프에 위치한 에어벤트, 전동으로 동작되는 3열이 지원된다. 2열과 3열 폴딩시 완전히 편평한 공간을 제공해 차박에도 효과적이다.

캐딜락 XT6의 매력은 스포츠 트림의 차별화된 섀시를 통한 주행성능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하지만 국내에는 스포츠 트림만 수입돼 비교가 어렵다. 캐딜락 특유의 존재감과 실내를 구성하는 좋은 소재들, 적절한 차체 크기와 비교적 여유로운 실내 공간은 플러스 요인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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