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만든 미니 쿠퍼S를 타던 회사원 조혁준씨. 2011년 7월 갑자기 애지중지하던 미니를 팔고 기아차 모닝을 구입했다. 그는 하루 이틀 시승이 아니라 진정한 소비자 입장에서 수개월 차를 타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 글로 보내왔다.

실제로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 기사를 게재하기로 했다. 아래는 조혁준씨의 '장기(Long Term) 시승기'.

◆ 기나긴 기다림…직접 공장에서 모닝를 출고받다

모닝이 워낙 인기 차종이다 보니 계약을 하고도 약 2달을 더 기다린 끝에 출고 소식을 들었다. 계약 당시 부대비용 절감과 수동변속기에 익숙해 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직접 출고를 선택했다. 서산에 있는 기아차 출고장까지 고속 버스와 택시를 이용했다. 불편함은 없었고 색다른 여행을 하는 기분이 좋았다.

▲ 기아차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한 주문과 출고내역(상), 출고당일 탑승한 고속 버스표(우)

출고장이 워낙 멀고 직접 출고하는 소비자가 적어선지 별다른 대기 시간 없이 바로 출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출고장 및 고객 대기실은 예상했던 것 보다 몇 배는 깨끗한 수준이었고, 직원들도 친절해 만족스러웠다. 충분히 차량을 살펴 볼 시간도 제공해 줬으나, 어차피 인수 거부를 한다 해도 다시 또 차량이 나오는 것을 기다릴 수 없으니 그리 꼼꼼히 볼 것도 없었다.

미리 준비한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설치하고 도로로 나섰다. 도로에서 수동변속기 모델을 운전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긴장 된 상태로 도로에 올라섰다.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수동변속기는 의외로 다루기 쉬웠다. 그동안 미니를 타고 도로를 종횡무진 누빈 탓에 이번에도 큰 문제 없이 적응해 갔다.

◆ 미니쿠퍼S에서 전격 '다운 그레이드', 왜?

BMW그룹의 미니 쿠퍼S 해치백 모델은 내 인생 두번째 차이자 첫번째 수입차.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카라이프를 즐기게 해준차였다. 단언코 4000만원 근방에서 즐길 수 있는 차 중 가장 재미있는 차다. 그런 차를 내놓고 갑자기 '경차'로 바꾼다는 말에 주변의 수상한 눈초리는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 현재 소유하고 있는 올뉴모닝(상)과 이전에 소유했던 미니쿠퍼S(하)

◆ 미니, 스포츠주행의 재미는 단연 최고

사실 미니를 타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다. 서킷을 원없이 달려보기도 했고, 새벽에 산길을 달리며 '와인딩 '을 즐겨보기도 했다. 가끔은 소위 '칼치기'를 하고 공도에서 과속까지 했다는 사실도 이제는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니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 경험한 뒤에는 고민이 시작됐다. 이제 업그레이드를 하느냐, 다운그레이드를 하느냐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보다 더 재미있는 차로 업그레이드는 두 배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다.

다운그레이드도 역시 새차 가격에 취등록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타던차를 타는게 차라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차는 취등록세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구입비용이나 운용비용 면에서 큰 장점이 있었다.

미니나 그 이전에 타던 차량에 비해서 감성적인 면이나 편의성 등을 얼마나 만족시켜 줄 것인가가 큰 문제였다. 적어도 이전 세대 모닝의 경우는 이런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지 못했다.

하지만 신형 모닝의 경우는 달랐다. 기아차가 내건 광고 문구인 “한번도 만나 보지 못한 매혹적인 카”라는 오글거리는 문구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구매 전 기아차 영업 사원이 소유한 차를 살펴보고 실내 여기 저기를 만져 본 순간 바로 계약을 마음먹게 됐을 정도다. 이전 세대 모닝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편의 사양이 있었는데, '이런 옵션이 경차에 붙어있어도 되나?' 싶은 황당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 차를 바꾼 결정적 요인은 미니의 '잔고장'

미니의 잔고장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또한 다운 그레이드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아직 달리고 돌고 서는 이른바 '차량 기본기' 측면에서는 수입 차량이 확실히 우수하다. 하지만 수입차들 중 상당수, 특히 미니는 차량 잔고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수리비용이나 AS 편의성 측면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국산차 엔진오일을 교체하는데 가장 비싼 고급 합성오일로 해도 10만원이 든다고 치면, 미니는 적어도 20만원은 들 정도였다. 심지어 한번은 뒷 차축이 부러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때 BMW 센터에서는 보증기간 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설 얼라인먼트를 봤다는 이유로수리비 120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기아차 모닝은 도로 어디든 차를 몰고 나가면 쉽게 정비업체를 찾아 수리할 수 있지만, 미니는 센터를 찾는데만도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서비스 센터의 규모는 물론 친절함이나 품격도 미니 쪽이 훨씬 더 좋았으니 어느쪽이 더 좋은 서비스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신형 모닝은 기존 모닝과 달리 준중형 못지않은 편의사양과 각종 안전사양을 선택할 수 있으니, 소위 말하는 깡통차를 타는 불만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실내의 감성 품질 또한 이전 세대 모닝에 비해 월등하게 개선됐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품성 자체도 크게 개선된 느낌이 들었다.

◆ 전 트림에 수동변속기 지원…VDC, 사이드 커튼 에어백도 적용

신형 모닝을 선택하면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전 트림에서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하고 자동변속기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연비를 가장 중요한 차량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수동 변속기는 상상조차 하지않는 경우가 많은데,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면 장점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 우선 가뜩이나 출력이 모자란 1000cc 경차에 장착된 4단 자동변속기의 느긋함은 젊은 혈기에 도저히 참을 수 없겠다 싶었다. 대부분 자동변속기는 아직도 수동변속기의 치고 나가는 느낌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경제성 때문에 사는 경차에 연비가 악화되는 자동변속기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직 수동 조작이 서툰데도 불구하고 과감히 수동 변속기 모델을 선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약 전 수동변속기 모닝을 잠시 다뤄 봤는데, 예상보다 무척 쉬웠다. 수년 전 잠시 소유했던 모닝의 수동변속기와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 조작감이었다.

▲ 구매 당시의 모닝 사양, 제외 및 포함되는 옵션 내용이 알아보기 힘들어 대상이 아닌 것들을 지워 가며 확인했었다

◆ 옵션 선택은 어렵지만…

그간 국산 경차에는 없어서 불만이던 장치도 다 적용이 가능해진 점이 기뻤다. 우선 VDC나 사이드 커튼 에어백도 모두 선택 가능할 뿐 아니라, 에어백은 거의 최하위 트림부터 기본 적용된다.

선택을 한참 고민한 끝에 'VSM'이라 불리는 진화된 VDC를 선택하고, 트림은 가장 높은 럭셔리 트림, 패키지는 '하이클래스 스포츠 오렌지'를 선택했다.

▲ 프로젝션 해드렘프 및 데이라이트 기능이 포함된 LED미등(좌)과 LED테일램프, 트윈 머플러
▲ 버튼 시동(좌)과 VSM & 스티어링 휠 열선 스위치(우)
▲ 룸미러 일체형 하이패스(좌)와 대쉬보드 인테리어, 수퍼비젼 계기반(우)
▲ 수동 변속기 레버(좌)와 오렌지 시트, 실제론 다홍색에 가깝다(우)

'하이클래스 스포츠 오렌지' 옵션은 단지 내장이 예뻐 선택했다. 도저히 국산 경차로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인테리어 구성이 제공됐다. 물론 곳곳에는 완벽하지 못한 단차도 조금씩 보이고 그리 비싼 재질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조금 덜 저렴해(?) 보이는 마감이었고, 이로써 꽤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수동변속기 레버의 모양은 일품이었고, 인조 가죽시트도 꽤 맛깔스럽게 디자인 됐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기존에 비해선 환골탈태 했지만, 여전히 애프터마켓 제품 보다는 못해보여 제외시켰다. 경차에 처음 적용됐다는 선루프도 차체 강성이 염려 돼 제외했다. 그러나 전동접이식 미러는 포기할 수 없었기에, '스위트'라는 옵션 패키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현대기아차의 옵션 선택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어렵다.

출고 후 DIY로 장착하기 쉽지 않은 품목들은 어쩔 수 없이 장착해야 한다. 그러자 결국 풀옵션 사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자동변속기, 선루프, 내비게이션이 제외된 독특한 사양으로 주문하게 됐다. 덕분에 계약에서 출고까지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계약이 6월 7일이고 실제 출고가 7월 29일이었으니 거의 2달 가량을 기다려 출고 받은 셈이다.

(...다음 주에 계속)

조혁준 객원기자 〈탑라이더 skywolf@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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