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BMW코리아는 미니 쿠퍼 디젤을 국내 출시했다. 그동안 미니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연비를 크게 개선했다.

또 일반적인 1.6리터 가솔린 엔진 수준의 최고출력과 높은 최대토크까지 갖춰 미니 특유의 운전재미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래서 미니 쿠퍼 디젤은 출시되자마자 미니 브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신나게 달리는 것과 기름값이 적게 드는 것.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들을 미니 쿠퍼 디젤은 모두 충족시켜주는 듯하다. 또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미니 쿠퍼 디젤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 듯 하다.

▲ 미니 쿠페SD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BMW코리아가 시기 적절하게 국내에 출시한 미니 쿠퍼SD를 시승했다.

◆ 미니 특유의 느낌과 BMW 디젤 엔진이 뭉쳤다

클린 디젤 차량에 오랫동안 집중했던 유럽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국산 디젤차도 가솔린 못지않은 정숙성을 지녔다. 디젤차가 조용하다는 것은 얘깃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다.

다른 세단들에 비해 엔진 소리가 두드러지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미니는 이를 즐겁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원초적 느낌을 느끼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엔진소리가 더 반갑다. 주행소음은 미니 쿠퍼 가솔린에 비해 훨씬 조용한 점이 오히려 아쉽다.

▲ 미니 쿠퍼SD에 장착된 2.0리터 디젤 엔진

공회전의 엔진 소음도 너무나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본다. 미니 쿠퍼 디젤 엔진 주변에는 엔진 소음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무패드로 꼼꼼하게 마무리됐다. 보닛 천장에도 든든한 방음재가 붙어있으며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빈틈을 마무리했다.

▲ 미니 쿠퍼 디젤은 보닛 방음처리도 꼼꼼하다

보닛 안에는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31.1kg·m의 2.0리터 디젤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미니 쿠퍼 차체 크기에 비하면 상당히 큰 엔진이다. 지난해 디젤 수입 SUV의 베스트셀링카인 폭스바겐 티구안에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2.0리터 TDI엔진이 장착된 것을 감안하면 미니 쿠퍼SD의 엔진 성능은 오히려 과하다 할 정도다.

◆ “Torque to be with you(토크가 함께하길)”

미니 쿠퍼SD는 현대차 아반떼 수준의 무게를 가졌지만 최대토크는 아반떼의 두 배를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토크만 놓고 보면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S보다 우수하다.

▲ 미니 쿠퍼SD는 높은 최대토크 때문에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미니 쿠퍼S처럼 고회전을 이용한 아찔한 운전재미는 아니지만, 중저속에서부터 쑥쑥 치고 나가는 맛은 일품이다. 엔진회전수가 2000~3000rpm 정도에서는 반응이 더욱 민첩하고 폭발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도심에 적합하고 손쉽게 원하는 속도까지 올릴 수 있어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시속 200km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 앞서 시승한 미니 쿠페S의 경우는 빠른 시간에 시속 200km까지 도달하지만, 엔진회전수가 급격하게 오르며 운전자를 자극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미니 쿠퍼SD는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 스타일이며, 차체를 쭉 밀고 나가는 느낌은 BMW 520d를 연상케한다.

▲ 최고출력 143마력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코너링도 수준급이다. 미니라면 모두 코너링시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적고 휠베이스도 짧기 때문에 민첩하고 과감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미니 쿠퍼SD도 이 장점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다만 급감속과 급가속을 계속하면 쿠퍼S에 비해 느긋한 점이 아쉽다.

◆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미니 쿠퍼 디젤

미니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내세우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최적의 성능과 높은 연료효율성을 위해 미니에 적용된 개념이다. 역동적인 드라이빙 성능과 느낌은 간직하면서도 차체 경량화 기술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 증대하겠다는 의지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BMW와 미니의 정체성이 잘 나타나있는 부분이다.

▲ 미니 쿠퍼SD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9.9km다

미니 쿠퍼SD는 뛰어난 동력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리터당 19.9km의 공인연비와 135g/km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현했다. 또 배기가스를 가능한 깨끗하게 하기 위해 디젤 미립자와 산화 촉매 변화기를 갖춰 필터 청소를 위한 추가 연료 분사를 방지했다.

▲ 묘한 매력을 가진 브리티시 그린레이싱2 외장칼라

많이 먹지도 않고, 많이 내놓지도 않으면서, 더 쏜살같이 돌아다닌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시승기간 동안 연비는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달렸지만 연비는 리터당 15km 수준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했을 때는 공인연비를 쉽게 넘기기도 했다.

◆ 높은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 미니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미니 쿠퍼D. 1월에는 64대, 2월에는 179대가 팔려나갔다. 출시되자마자 미니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또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SD도 미니 쿠퍼S 보다 월등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미니 쿠퍼 SD라면, 문짝이 두개 뿐이고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타기 불편할 수도 있다. 노면 충격은 고스란히 차내로 전해지고 가격은 웬만한 국산 준대형차보다 비싸다.

▲ 아기자기한 실내 디자인도 미니 쿠퍼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차를 사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듯 했다.

보기만 해도 즐겁고, 운전을 하면 더 즐겁다. 또 주유소 가격표를 보며 이곳저곳을 비교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런 차가 바로 미니 쿠퍼 디젤이다. 여러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또한 재미로 승화하는 개성과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에 미니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오고 여러 세대에 걸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듯 하다.  

▲ 미니는 즐거움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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