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믿어지지 않는 정도다"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F1 서킷. 운전석에 앉은 한 선배는 GS350 F 스포트를 잠시 운전하더니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도 핸들의 반응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다고 했다. BMW나 벤츠와 비교했는데, 이 차만 유독 노면에 달라붙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대단할까. 운전석에 직접 앉아 시승을 해보기로 했다.

▲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렉서스 GS 350 F SPORT의 뒤로 메르세데스-벤츠 E300이 따라오고 있다.
◆ 완전히 새로운 렉서스.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

렉서스 GS는 새로운 디자인과 플랫폼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 차다. 렉서스 브랜드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일본 본토에서도 이 차는 판매를 개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초 계획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차에 앉자 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차는 어떤 면으로 보나 그동안의 도요타나 렉서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과감해진 겉모양은 물론, 실내 내장의 고급감도 기존 렉서스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이었다.

금속, 가죽, 우레탄이 절묘하게 둘러진 실내는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이다. 디자인이 과감하면서도 탁월해 '렉서스는 미국사람들이나 좋아할 차'라는 낡은 관념을 깨뜨리는데 충분했다. 운전석에서 왼발을 놓는 번쩍거리는 풋레스트는 이 차가 달리기 위한 차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센터터널이 넓고 다리 공간의 폭이 비교적 좁은데, 이는 스포츠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 렉서스 IS-F SPORT의 실내

출발하자마자 신형 GS의 주행 감성도 이전 렉서스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전 렉서스는 지나치게 조용하고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이 차는 배기음을 풍부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일부러 소리를 키우는 사운드 제너레이터까지 적용해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낸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GS350과 GS350 F 스포트(SPORT) 등 2개 모델이다. 렉서스는 여기에 BMW 528i와 메르세데스-벤츠 E300을 경쟁차로 가지고 왔다. 독일 최고의 세단과 다른 곳도 아니고 F1 서킷에서 직접 맞붙는다니, 도요타의 배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믿어지지 않는 핸들링…뒷바퀴를 꺾어?

급가속을 할 때 엔진 사운드는 렉서스 GS가 E300이나 528i에 비해 오히려 더 크고 강력한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가속 감각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를 몰았을 때 더 든든한 느낌이 들었고, 여전히 더 나은 인상을 받았다. 독일차 주행의 기분 좋은 느낌은 단순히 기술적이나 숫자로 앞선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고, 뭔가 미스터리한 영역인 듯 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GS350 F스포트의 핸들링이었다. 중형차로 믿어지지 않는 수준의 기민한 핸들 감각이다. BMW 528i나 벤츠 E300으로는 이와 비슷한 정도의 핸들링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GS350 F스포트는 운전대를 돌리면 앞바퀴와 동시에 뒷바퀴도 함께 조향을 한다. 렉서스는 이를 LDH(렉서스 다이내믹 핸들링 시스템)이라고 표현한다. 고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저속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노면을 추종하는 능력을 크게 증가 시킨다. 그 효과가 대단해 고속에서 핸들을 돌려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 영암 서킷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렉서스 뉴 GS F 스포트의 뒷모습

LDH는 핸들을 급격하게 돌리는 상황, 즉 장애물 회피시에는 저속에서와 마찬가지로 핸들의 방향과 거꾸로 뒷바퀴를 꺾어 기민하게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기계식 4WS(4 Wheel Steering)와 달리 모든 것이 전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같은 다양한 조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경쟁 브랜드 BMW에도 뒷바퀴를 꺾는 기능이 있긴하다. 7시리즈의 일부 모델에만 이 기능이 내장되는데, LDH와 비교하면 효과가 확연히 떨어진다.

GS350에는 이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 조향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GS350은 벤츠 E300에 비하면 월등히 우수하고, BMW 528i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약간 부족한 정도다.

◆ 달려보니 장점과 아쉬움도

렉서스 GS는 호쾌한 가속감이나 강력한 사운드,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다. VDIM(전자자세제어장치)의 스위치를 꺼도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노면과 엔진의 잔진동이 실내에 들어오는 수준만 놓고 보면 오히려 벤츠나 BMW쪽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잔진동의 느낌이 나쁘지 않고, 오히려 더 안심하고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느낌도 든다. 어느쪽을 선호하는지는 순전히 소비자의 취향 문제다.

주행모드는 조그셔틀을 돌려 노말, S, S+ 등 총 3가지로 선택 할 수 있다. S모드는 변속기 모드가 스포티하게 바뀌고, S+ 모드에서는 핸들의 특성과 서스펜션의 강도까지 바뀌게 된다.

S+ 모드라고는 하지만 BMW의 스포트+ 모드처럼 ESP의 동작을 줄여줘 뒷바퀴 미끄러짐을 약간씩 즐길 수 있게 하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안전한 상황에서 더 재미있게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 렉서스 GS 350이 영암 서킷을 달리고 있다

변속기는 총 6단 자동변속기로 경쟁 차종인 BMW가 8단 변속기를, 메르세데스-벤츠가 7단 변속기를  장착한 것에 비해 아쉬움도 있다. 연비가 떨어지고, 변속을 자주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렉서스는 일찌감치 렉서스 LS용으로 8단 변속기를 장착해왔지만, 무게가 다소 무겁다는 이유로 여기 장착되지는 못했다.

◆ 실내 공간, 뒷좌석에서도 만족할 듯

기존 렉서스 GS는 렉서스의 가장 고급스런 스포츠세단이면서도 정착 판매 포지션은 애매했다. ES에 비해 비싼 차이면서도 IS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실내 공간을 내놨기 때문이다.(GS는 IS와 플랫폼을 공유해왔다) 뒷좌석 공간의 부족과 주행성능의 아쉬움으 더해져 지난해 GS는 국내서 1년 내내 52대 밖에 팔리지 않은 비인기 차종이었다.

하지만 GS는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의 허리격인 '프리미엄 중형세단'이다. 즉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같은 존재다. 그러다 보니 렉서스가 세계적으로 다시 부활하려면 반드시 이 시장에서 성공해야한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차를 만든듯 하다. 그러다보니 이전의 GS와는 단 한가지도 공유하지 않고, 나사 하나까지 새롭게 개발했다는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실제 실내 공간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번 GS의 실내 공간은 뒷좌석에 앉아서도 무릎공간이 좁지 않고 차에 타고 내릴때 머리가 천장에 닿을 걱정 없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이날 경쟁한 독일 세단들에 비하면 머리공간은 좁은 편이다. 독일 세단들은 대체로 아시아권보다 키가 훨씬 큰 자국 국민들을 기준으로 차를 만들다보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 렉서스 GS 350이 영암 서킷을 달리고 있다.

달리는 느낌은 조금 과하다는 정도다. 이 정도라면 패밀리세단이라기 보다는 스포츠세단이라는 느낌으로 타게 된다. 타보지는 않았지만 GS250이라도 그리 스트레스 받지 않고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GS에 장착되는 2.5리터 엔진은 V6로 4기통 엔진이 장착된 528i에 비해 오히려 정숙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19인치 타이어보다 노면의 잔 충격도 훨씬 잘 흡수한다는 점에서 패밀리세단으로는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렉서스 GS F 스포트 모델의 가격은 7730만원, GS350모델은 6580~7580만원이다. GS250은 5980만원이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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