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차 K7과 혼다 어코드

◆ 혼다 어코드 오너 기아차 K7을 만나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정두식씨(49)는 지난 2011년 8월 혼다 어코드를 구입했다. 어코드를 구입하기 전에 타던 차는 현대차 EF쏘나타다. 그는 EF쏘나타를 10년 동안 몰았다. 새 차를 사려고 벼르던 그는 일본차가 잔고장도 적고 10년이 지나도 처음 그대로의 승차감을 유지한다는 주변소리에 어코드를 구입했다.

신발을 사면 온통 신발만 보이고 가방을 사면 남의 가방만 보이는 법. 어코드를 구입하고 만족하며 타고 있지만 국산 신차가 그의 눈에 밟혔다. 각종 언론이나 주변에서 국산차의 품질이 이미 일본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K7 2.4 프레스티지를 일주일간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래는 그가 작성한 가아차 K7과 혼다 어코드의 비교 시승기.

▲ K7을 시승한 정두식씨(49)가 K7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국산차가 이렇게 좋아졌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어코드를 구입할 때 그랜저, K7도 후보에 올랐지만 직접 살펴볼 정도로 무게감이 들지는 않았다. 막연한 수입차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K7를 시승해보니 어코드를 구입할 때 시승해 본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 일본 브랜드 차량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어코드보다도 엔진성능은 조금 낫다.

▲ K7에는 2.4리터 GDi 엔진이 장착돼 201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어코드와 K7은 동일하게 2.4리터 엔진이 장착됐지만 K7이 더욱 경쾌한 느낌을 준다. 엔진 회전수를 주시하며 비교한 결과, 어코드는 2000rpm에서 대략 시속 80km의 속도를 내는데 반해 K7는 1500rpm 언저리에서 그만한 속도를 낸다. 막히는 시내도로에서 툭 치고 나가는 순발력도 뛰어나다.

고속에서도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어코드는 속도에 탄력이 붙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K7는 그보다 몸놀림이 가볍고 고속에서도 어느 정도 힘이 남는 기분이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언덕이 많은 곳 중 하나다. 특히 황령산 언덕은 10여년전만해도 힘이 부족한 차는 정상까지 오르기 벅찰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이다. 두 차량의 등판능력을 비교해보니 K7이 더 뛰어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았음에도 힘차게 차고 올라가는 성능은 부럽기도 했다.

▲ 정두식씨는 "K7은 힘이 좋고 경쾌하다"고 말했다

또 정상에 도달했을 때 어코드의 경우는 사이트 브레이크를 손으로 힘껏 당겨서 차를 세워야 하는데 반해 K7은 버튼 하나로 가볍게 주차가 가능하다.

K7에 장착된 GDi엔진의 성능이 우수한 것은 인정. 반응도 민첩하고 힘도 좋다. 또 엔진 회전수가 낮은 만큼 연비도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어코드의 종합적인 주행성능이 더 앞선다고 말하고 싶다. 어코드는 패밀리세단 답지 않은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졌다. 또 제동성능도 상당히 뛰어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그에 반해 K7은 서스펜션이 다소 물렁하고 스티어링휠 조작감이 정교하지 못한 것 같다. 또 고속에서는 차체가 통통 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 다양한 편의사양, “내 차에 달고 싶다”

K7과 어코드를 비교했을 때 가장 격차가 크게 나는 부분은 편의사양이다. 작년에 구입한 혼다 어코드도 연식은 최근 것이나 차량 자체가 출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최신 편의사양이 부족하다. K7을 시승해보니 내 차엔 없는 것이 너무 많아 부럽기도 했다.

▲ 정두식씨는 "K7에는 일본차에 없는 다양한 편의사양이 장착됐다"고 말했다

일단, 스마트키. 어코드는 접이식 열쇠에 지나지 않지만 K7은 주머니에 스마트키를 넣고 차에 접근만 해도 “주인님 어서오세요”라고 하는 듯이 사이드미러가 펴지고 도어 손잡이에서 빛을 발한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막내딸 같다고 할까. 반응도 뛰어나다. 넓은 지하주차장 어디에서도 버튼을 누르면 즉각 반응한다.

핸들이 따뜻해지는 열선 스티어링휠도 부러웠던 기능이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입김을 불어가며 손을 녹일 필요도 없다. 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녹는 기분이다.

겨울이라도 차 속에서 햇빛을 오랫동안 받으면 덥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 에어컨을 틀기는 그렇고 창문을 열면 너무 춥다. 통풍시트는 이를 한 번에 해결해준다. 몸에 땀이 많은 편이어서 통풍시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통풍시트는 제 몫을 톡톡히 한다. K7에서 한 가지를 빼내 어코드에 단다면 주저할 것 없이 통풍시트를 선택하겠다. 자고로 남자는 하체가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 K7 2.4 프레스티지에는 슈퍼비전 클러스터, 무드조명, 열선 스티어링휠, 가죽시트, 앞좌석 통풍시트,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K7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 버튼들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성됐다. 하지만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어코드가 더 낫다. 어코드는 간결하고 구성이 더 짜임새 있다. 또 K7의 단점은 내비게이션 화면의 해상도다. 별도의 영상을 재생했을 때 어코드에 비해 화질도 큰 차이를 보이며 후진할 때도 영상이 선명하지 않다.

◆ 실내공간은 비슷…“K7은 길고 어코드는 넓다”

시승 기간 동안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식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자주 다녔다. 아이들의 얘기가 명료하지는 않아도 누구보다 객관적일 것 같아서였다. 아이들이 귀찮아할 것 같았지만 실내공간이나 승차감 등에 대해 물어봤다. 아이들도 나처럼 새 차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지 실내 이곳저곳을 살피며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 집 차랑 비슷한 것 같은데 다리를 쭉 펴도 엄마 의자에 발이 안 닿네”라며 연신 발을 뻗었다. 또 “넓긴 한데 조금 답답해”라고 말했다.

▲ 실내 공간은 두 차량 모두 여유롭다

두 차량의 실내공간은 비슷한 수준이다. 두 차량 모두 패밀리세단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K7은 뒷좌석 다리공간이 넉넉한 편이고 어코드는 앞좌석, 뒷좌석의 어깨 공간이 넓다. 아이들은 원래 다리공간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어깨 공간이 넉넉한 어코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K7은 날렵한 디자인 때문에 창문의 크기가 작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창밖을 보는 시간이 많은데 어코드가 창문 면적이 더 넓어서 아이들에게 개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선루프를 열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큰 선루프를 경험해보긴 처음이다. 아이들은 천장 전체가 유리로 된 것이 마냥 신기한지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봤다.

▲ K7를 시승한 어코드 정두식씨가 부산 국제요트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국산차 무시하면 안되겠다”

10년 만에 접한 국산 신차는 여러 가지로 크게 발전한 모습이다. 내 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후회해본적도 없지만 K7의 몇 가지 장점은 부럽게 느껴진다.

EF쏘나타를 10년 탔고 어코드를 또 다시 10년 동안 탈 작정으로 구입했다. 앞으로 9년 동안 어코드를 타야하는데 이번 시승 때문에 괜한 바람이 들까 걱정도 된다. 요즘들어 도로에서 K7만 눈에 들어와 큰일이다.

다음번에 차를 구입하게 된다면 국산차를 반드시 고려해 볼 생각이다. 또 그때가 됐을 때 얼마나 더 발전돼 있을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된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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