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식 BMW 3시리즈(코드명 E90)를 구입해 타고 다닌지 벌써 4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크고작은 여러 문제도 발생했지만 그래도 이만큼 기쁨과 만족감을 준 차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난 얘기가 됐다. 23일 BMW코리아가 성능과 기능을 월등히 보강한 신형 3시리즈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 BMW 뉴 3시리즈
시승차는 320d ED모델로 4500만원짜리, 가격이 가장 낮은 모델이다. 엔진 출력이 164마력으로 일반적인 184마력 차량에 비해 성능은 다소 낮지만 연비는 더 높은 모델이다.

서킷에서 달린 것이 아니라 평소 다니던 서울 밤길을 달려보니, 차이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기존의 3시리즈와 미묘한 차이가 있었는데, 추상적인 느낌이지만 BMW의 달라진 슬로건이 이를 쉽게 설명하는 것 같았다.
▲ 탑라이더 김한용 기자가 신형 3시리즈를 운전하고 있다.

◆ 콘셉트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 BMW의 이전 슬로건, 2006년부터는 Sheer Driving Pleasure로 바뀌었다.
기존의 3시리즈가 나올때만 해도 BMW의 슬로건은 '궁극의 운전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이었다. 하지만 이는 2006년부터 폐지되고, 이번 3시리즈는 '진정한 운전의 기쁨(Sheer Driving Pleasure / Freude am Fahr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거나, 심지어 단순하게 '즐거움(JOY)'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한다.

'궁극의 머신'이라는 거창함이나, 특별한 계층을 위한 차라는 슬로건을 버리고 이제는 모든 운전자들을 겨냥한 '즐거움'이라는 넓고 포괄적인 키워드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3시리즈도 그렇게 변했다. 이전의 3시리즈는 뭔가 기묘한 기계장치를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솔린 모델인데도 불구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크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마치 전차가 발진하듯 굳건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스티어링휠도 얼마나 무거운지 여성 운전자들이 어떻게 이걸 돌리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의 3시리즈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이제는 핸들을 좌우로 돌려보면 이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느낌이 있고, 가속감도 훨씬 가뿐하다. 승차감만 놓고보면 구형3시리즈에 비해선 신형 5시리즈를 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비교대상은 기존 3시리즈 아닌 신형 5시리즈

군데군데 5시리즈의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발전했다는 느낌도 드는 반면 3시리즈의 팬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이전 3시리즈는 5시리즈와 실내외에서 공유되는 부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차별화 된 자동차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가격이 같더라도 3시리즈를 선택하는게 훨씬 좋다고 생각해왔다. 말하자면 5시리즈가 느긋한 세단이라면 3시리즈는 단단한 돌덩이를 운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3시리즈는 5시리즈의 축소판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 신형 3시리즈의 계기반은 5시리즈와 매우 닮았다. 하지만 5시리즈만큼 수려하지는 않다.

이전 3시리즈는 타협하지 않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있었는데, 이번의 3시리즈는 5시리즈의 일부분을 가져온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외관에서도 테일램프의 디자인은 이전 3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5시리즈와 더 많이 닮았다.

기어노브도 5시리즈 스타일이다. 5시리즈 스타일은 시크하고 멋지지만, 3시리즈 기어노브라는건 모름지기 가죽으로 마감돼서 남자의 힘으로 콱 움켜쥐고 움직여야 하는게 멋 아니었던가 싶다. 이렇게 톡톡 건드리는 방식의 기어노브라니, 여성적인 느낌이 들어 아쉽다.


하지만 5시리즈와 동일한 기능의 신형 디스플레이는 정말 멋지다. 6시리즈처럼 작고 간결할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패널이 넓어지고 높이가 낮아진 덕분에 전방 시야를 가리는 범위가 최소화 되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디자인 됐다. 4500만원짜리 기본 모델인데도 이런 호사스런 내비게이션과 i-Drive(손으로 레버를 돌리고 눌러서 조절하는 기능)가 내장된 점은 놀랍다. 내장된 오디오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워낙 기능과 버튼이 많이 노출되다 보니 이전 3시리즈와 비교했을때, 간결함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전까지는 조수석에 탄 사람이 실내를 보고 "왜 이리 썰렁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오히려 독일차는 원래 그런거라며 오히려 잘난체까지 했는데, 이젠 더 이상 독일차가 간결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320d ED의 경우는 실내 내장의 질감이나 사소한 옵션이 이전 모델에 비해 뒤지는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원가 절감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하지만 상급 트림의 경우는 월등히 우수하다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 주행성능, 꽤 많이 달라졌다

신형 3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뒷좌석 공간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넉넉해졌다는 점이다. 차체와 휠베이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휠베이스가 좁으면 핸들을 조작할 때 더 민첩하게 회전할 수 있고, 휠베이스가 길면 직진 안전성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더구나 스티어링도 기존까지는 유압식파워스티어링이던게 전동파워스티어링(MDPS)로 바뀌면서 핸들 감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저속에서는 조금 부드러워졌고, 주행중에는 조금 덜 기민하게 느껴진다.

아마 MDPS화 되면서 저속에서 핸들을 훨씬 가볍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함부로 가볍게 만들지 않은 것은 기존 3시리즈 핸들 감각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팬들의 반발을 우려한 것 같다. 역시 일부 운전자만 아쉬워 할 것으로 보이고, 대다수 운전자들은 반길만한 세팅이다.

신형 3시리즈에는 주행모드를 설정하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기능이 있다. ED 모델의 경우 ECO+, Normal, Sport 등 3가지, 나머지 모델은 Sport+까지 총 4가지가 있다.  ECO+는 현대기아차의 Active ECO 기능과 유사하지만 기능이 더 다양하고, Sport 기능은 원래 있던 변속기의 S모드와 같았다.

직접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BMW 모델에도 있는 Sport+는 ESP를 제한적으로 동작하게 하는 기능이다. 전자자세제어장치(ESP)를 끄지 않고, 최소한으로 개입하도록 유지 시켜주는 기능이므로 레이스를 즐기는 운전자들이 기뻐할 기능이다.

차량 성능을 살펴보기 위해 U턴을 하면서 급가속을 해봤다. 이전 같으면 끼익!~ 하고 뒤가 돌았을텐데, 이번 320d ED 모델은 출력이 다소 낮아져서 그런지 조금 미끄러지고 말았다.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출력은 아니었지만 속도는 쉽게 올라갔다. 시속 180km부터는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지만 리터당 23.8km의 연비를 가진 차임을 감안하면 이해 해줄만 하다.

디젤 세단치고는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 외부에서는 큰 차이를 모르겠지만, 실내에서 약간의 소음이 느껴진다. 보닛을 열어보면 이전보다 차음재가 적게 들어간게 눈에 띈다.



BMW 320d ED 시승기 요약

[단점]
- 실내가 복잡하고 저렴한 소재의 사용
- 핸들은 조금 부드럽지만 덜 기민하다
- 8단 변속기는 스포티함이 떨어진다. 가끔 멍해질 때도 있다.
- 직진 주행성능은 이전과 구별할 수 없다.

[장점]
- 뒷좌석은 무릎공간이 딱 10mm정도 늘어난 느낌이다. (자료상은 17mm)
- 내비게이션이 내장된 디스플레이가 멋지다.
- 8단 변속기는 6단에 비해 부드럽다.
- 연비가 극도로 우수하다.
- 신형 5시리즈에 있어 부럽던 옵션들이 대부분 추가됐다.

 

◆ 짜릿함 보다는 편안함…아쉽지만 당연한 결과

BMW 3시리즈는 작고 짜릿하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차였다. 하지만 이제 신나기는 하지만 조금은 부드럽고 여유있는 세단으로 다시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사실 그렇다고 크게 아쉬워 할 것은 없다. 3시리즈의 로망을 그리워 하는 이들을 위해서 현행 3시리즈와 크기가 비슷한 신형 1시리즈가 나왔기 때문이다.

BMW는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맞는 차를 내놓고 있는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전 모델의 경우  3시리즈와 5시리즈를 저울질하고 당연히 3을 사야 한다고 주장 해왔는데, 이번 업그레이드 후에는 돈을 좀 보태서 5시리즈를 사라고 할 것 같다. 5시리즈가 더 크고, 더 편안한건 당연하고, 이번 3시리즈는 주행감각에서 큰 차이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제조사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게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격은 기존에 비해서 조금 싸졌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수준이다. 신형 320d ED의 연비는 자동변속기까지 장착하고 리터당 23.8km다. 일반 320d의 연비도 리터당 22.1km나 된다. 판매가격 또한 이피션트다이내믹스는 4500만원, 320d 기본 모델은 4880만원, 모던은 5410만원, 스포츠는 5540만원, 럭셔리는 5650만원이다. 기능은 현격하게 늘리고도 이 정도 가격을 유지했다니 BMW 코리아가 이 차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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