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시승한 벤틀리의 전통을 얘기하자면 '코치빌더'라는 독특한 판매 방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코치빌더 혹은 코치메이커, 때로는 카로체리아로 불리는 기업들은 1630년경부터 만들어졌으며, 마차를 만드는 장인 업체들을 뜻했다. 그러던 것이 1800년대 후반,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나타나면서 마차를 만들던 업체가 자동차의 차체를 만들게 됐다.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라는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는 대신, 말이 없는 마차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으므로 엔진과 섀시 부분은 자동차 제조사가, 차체부분은 코치빌더가 만드는게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마차를 만들던 회사 외에도 1910년 이후로는 신생 차체 제조 회사들이 줄지어 탄생했으며 피닌파리나나 이탈 디자인 등도 차체를 제조하는 회사로 출발하게 됐다. 차체를 만드는 회사와 섀시를 만드는 회사는 이후도 오랫동안 나뉘어있었다.  이후 대량생산의 등장과 함께 제조사가 직접 차체를 만드는 방식이 일반화 되자 상황이 뒤바뀌었다. 전통적인 마차 제조 장인들은 설 자리를 잃는 듯 했다.

▲ 핸드백 브랜드 '코치'의 로고
하지만 가격이 비싼 고급 자동차의 경우 달리는 성능 못지 않게 시트나 실내 등의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따라서 고급 차의 차체는 신생 자동차 회사가 아닌 전통적 고급 마차 제조사가 만들게 됐다. 마차에 들어가는 럭셔리한 가죽 시트나 금테를 두른 실내, 고급스런 부품들은 코치메이커들의 전문분야였기 때문이다.

벤틀리는 30년대에 8리터 초대형 엔진을 장착한 '벤틀리8리터(Bentley 8 Litre)'를 만들었다. 1930년도에 이미 당시 롤스로이스보다 비싼 1850파운드의 가격이 매겨졌고 소비자는 이 섀시를 사서 코치빌더를 찾아가 차체, 좌석, 지붕 등을 얹어 차를 완성해야 했다.

이같은 생산방식은 모든 차가 개성을 갖고, 매력 있게 보이게 했지만 값이 엄청나게 비쌌고 대량생산도 불가능했다. 벤틀리 8리터 또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차 중 한대지만, 너무 비싼 가격으로 인해 벤틀리를 문닫게 한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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