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이전 모델에 비해 향상된 성능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신형 CR-V를 주행해 본 구형 CR-V 오너는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동력 성능과 주행 안정성이 기존 모델과 비교해 몰라볼 정도로 향상됐다는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작년 12월, 4세대 CR-V를 출시하며 혼다 SUV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CR-V는 지난 2005년 국내 출시 이후 2008년까지 4년 연속 수입 SUV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았지만, 최근 일본 자동차의 고전과 유럽 자동차의 인기에 밀려 예년만큼의 판매를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가 야심차게 출시한 신형 CR-V가 과연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며 혼다 SUV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시승해봤다.

▲ 혼다 신형 CR-V

◆ 저속·고속 모두 만족…고속 정숙성은 동급 최고 

CR-V에 올라 타 가속페달을 밟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크고 묵직한 SUV 치고는 초반 반응이 생각보다 민첩했고, 핸들의 반응성도 예상보다 빨라 대형 SUV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신형 CR-V는 핸들 응답성이 기존 모델에 비해 40%가량 개선돼 경쾌한 느낌을 준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주행을 해 어느 정도 익숙해 지고 나니 가볍다는 생각 보다는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가속감이 부족하지 않았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120~170km/h 사이를 왕복하며 주행해 봤는데, 원하는 만큼의 가속성을 보여 마음에 들었다. 차선 변경이나 추월을 하기 위한 급 가속 시에도 충분한 가속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고속에서 풍절음과 엔진 소음 및 노면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체 정숙성이 매우 뛰어났다.

▲ 혼다 신형 CR-V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경쟁 모델에 비히 우수하다고 느껴졌다. 저속에서는 조금 민감하게 느껴졌던 핸들 반응성이 고속에 들어서니 좌우 흔들림 없이 묵직해졌고, 급 코너도 별다른 쏠림 없이 안정적으로 빠져나갔다. 시승한 차가 4륜 구동 모델인 탓도 있지만 신형 CR-V의 차체는 저중심 섀시를 베이스로 제작됐으며, 리어댐퍼의 성능이 10% 가량 향상되는 등 기존 모델에 비해 서스펜션의 세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신형 CR-V에 탑재된 2.4리터급 4기통 i-VTEC 엔진은 기존모델보다 최고출력은 20마력, 최대토크는 0.2kg·m 향상된 190마력, 최대토크 22.6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배기량에 비해 수치상의 아쉬움은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때문에 동력상의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 혼다 신형 CR-V의 파워트레인

◆ 다이어트 후 'ECON 모드' 탑재…공인 연비 달성은 어려워

트립컴퓨터를 초기화 한 다음 주행 연비를 테스트했다. 신형 CR-V 4륜구동 모델의 연비는 리터당 11.3km/다. 막히는 시내 주행과 고속 주행을 약 30분씩 번갈아 시도했다. 별다른 연비 운전을 시도하지 않고 주행한 결과 도심 7.4km/l, 고속 11.3km/l의 연비가 나왔다.

혼다코리아 측은 CR-V에는 새롭게 'ECON 모드'가 적용됐으며, 차체 중량도 가벼워져 기존 모델 대비 약 11%의 연비 향샹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일상적인 주행 방법으로 공인 연비에 도달하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인다.

▲ 혼다 신형 CR-V

신형 CR-V도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 더 많은 판매를 올릴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혼다의 주요 판매 시장은 가솔린 차량의 인기가 높은 미국이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한국 시장을 위해 디젤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신 혼다코리아는 신형 CR-V의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형 CR-V의 가격은 성능 및 연비 향상에도 불구하고 기존 모델에 비해 최대 120만원 가량 저렴하게 출시됐다. 신형 CR-V의 가격은 2WD LX 모델 3270만원, 4WD EX 모델 3470만원, 4WD EX-L 모델이 3670만원으로 국산 가솔린 SUV와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 볼륨감 넘치는 과감한 외관…실내 디자인은 아쉽지만 기능성은 뛰어나

신형 CR-V의 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에 비해 호불호가 갈린다. 이는 차 후면에 적용된 과감한 리어 글라스와 테일램프 디자인의 영향 때문인데, 어떤 소비자는 "너무 극단적으로 볼륨감을 줘 짱구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어떤 소비자는 "매끈한 라인과 볼륨감이 돋보여 스포티한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외관은 대담한 '볼드&어드밴스드'를 콘셉트로 디자인 됐다"면서 "이러한 공기역학적 바디라인으로 기존 모델 대비 약 8%의 공기 저항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 혼다 신형 CR-V의 실내

신형 CR-V를 시승하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내부 디자인이다. 혼다코리아 측은 신형 CR-V의 실내 디자인에 대해 '운전자 중심의 순간 인지 및 직관적 조작을 할 수 있는 세련된 내부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관에 비해 단조로운 실내 디자인과 내비게이션이 없는 일반적인 임포메이션 창, 원가 절감을 위해 사용된 저렴한 느낌의 소재들은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비해 아쉬웠다.

그러나 실내의 기능성은 우수했다. 전체적인 시트 포지션을 낮춰 넉넉한 머리 공간을 확보으며, 전면 유리창을 크게 만들어 운전자에게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특히, A필러의 두께가 매우 얇아져 좌회전이나 차선 변경 시 사고의 위험성을 낮췄다. 게다가 신형 CR-V의 시트는 충돌 시 충격을 제어하고 후방 추돌사고 시 탑승자의 경추 부위 부상을 감소시켜 주는 시트 구조여서 안전성이 높다.

▲ 혼다 신형 CR-V의 트렁크

2열시트는 원 모션 폴딩과 플랫 프로어(2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와 평행하게 되는 것)가 가능하다. 또, 트렁크 공간은 1053리터로 더 커졌지만 높이는 낮아져 어린아이나 여성들이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도록 했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