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 부근 자유로 진입램프. 코너에 진입한 차는 요동치고 있었다. 불과 시속 40km 정도의 낮은 속도였지만 차가 도로 밖으로 튀어나갈 듯 했다. 차를 운전하면서 이 속도에서 공포감을 느낀건 처음이다.

쌍용차는 12일, 일산 킨텍스(KINTEX) 제 2전시장에서 임직원과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의 LUV(Leisure Utility Vehicle)라는 '코란도 스포츠'의 보도발표회와 시승행사를 열었다.

▲ [시승기]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일산 킨텍스에서부터 파주 헤이리까지 자유로와 국도를 오가며 개선된 디자인, 새로운 엔진, 다양한 활용성 등을 장점으로 하는 돌아온 코란도스포츠를 시승했다.

◆ 가속감 좋지만, 안정감은 글쎄...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공회전 상태에서 엔진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차량 외부에서는 멀리서도 들릴 만큼 엔진소리가 컸지만 실내로 유입되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쓴 듯 하다. 전자식 4WD 시스템을 2륜구동 모드로 조정하고 출발했다. 2륜구동 모드에서는 후륜 구동으로 차가 움직인다.

첫 느낌은 매우 부드럽다. 엔진소리도 적고 진동도 미미하다. 스티어링휠은 가볍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조향감도 우수하다. 본격적으로 차량의 성능을 가늠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155마력의 최고출력으로는 2톤에 육박하는 차에 큰 감흥을 주기 부족했다. 반응이 그리 즉각적이지 못하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와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는 시점, 가속이 되는 시점이 제각각이다.

▲ 엔진 성능은 비교적 우수하지만 변속기가 받쳐주지 못한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시속 140km까지는 무난하게 속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고속 주행시 엔진소리가 거칠고 풍절음 또한 심하다. 시트와 스티어링휠로 전해지는 진동도 저속에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속주행에서 안정감이 크게 떨어지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차선변경 없이 자유로를 직진으로 달리는데도 차체는 좌우로 오르락내리락 계속 흔들렸다. 물렁한 서스펜션 때문인지 마치 배를 타고 있는 듯 위아래로 요동쳤고 요철을 지날 때면 순간적으로 접지력을 잃어 차체가 비틀거리기도 했다. 전자식 4WD 시스템을 4륜구동으로 조정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었다.

▲ 최고출력 155마력의 e-XDi200 디젤 엔진

낮은 방지턱을 지날 때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통통 튀는 느낌이 든다. 완만한 코너인데도 긴장을 풀면 차가 도로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불안감이다.

이쯤 되니 오프로드나 국도에서 더욱 좋은 성능을 보일 코란도스포츠를 굳이 고속도로에서 시승하게 한 쌍용차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어쩌면 화물을 적재하기 용이한 차량인 만큼 그에 특화된 세팅이라 볼 수도 있다. 만약 이 차에 400kg의 화물을 가득 채운상태로 달리면 불안한 차체에 안정감이 조금은 생길지도 모르겠다. 또 255/60R18인치 기본 타이어 대신 조금 더 편평비가 낮은 휠과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무게 중심이 높은 SUV는 빗길이나 코너에서 종종 전복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변속기다. E-TRONIC 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모드를 지원하고 스티어링휠 앞면과 기어노브 옆면에 달린 버튼으로 기어 변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수동모드라기 보다는 자동변속기에서 1-2-3 숫자영역으로 레버를 조작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 코란도스포츠의 핵심…“성공적인 양악수술”

주행성능에서는 여러 가지 아쉬움을 남겼지만 개선된 디자인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쌍용차 측도 이전 액티언스포츠와 코란도스포츠는 전혀 다른 차라며 후속 모델로 여기는 것조차 꺼리는 모습이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과거 사진 공개에 난색을 표하는 것과 비슷하다.

▲ 코란도스포츠의 옆모습

코란도스포츠의 핵심은 앞모습이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SUT-1 콘셉트카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얼굴을 가졌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된 쌍용차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일단, ‘코란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인하고 단단해 보인다.

▲ 뒷모습은 액티언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헤드램프는 수입 고급차에 주로 사용되는 블랙 베젤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하지만 램프 자체는 여전히 할로겐을 사용해 아쉽다.

달라진 얼굴에 비해 옆모습이나 뒷모습은 거의 바뀐 부분이 없다. 쌍용차는 윤곽을 그대로 남겨두면서도 세부적으로 다듬고 멋을 냈다. 입체적인 선과 몰딩 등을 추가해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18인치 알로이휠도 강인한 모습을 돕고 있다. 

◆ 간결한 실내 디자인…소재, 마감은 아쉬워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7년전에 나온 액티언스포츠와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기어노브에는 카본무늬를 입혔고 계기반의 디자인이 바뀐 정도의 차이다.

센터페시아는 심플함이 돋보이고 각 버튼이 큼직해 처음 타보는 사람이라도 무리없이 각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운전자 중심으로 구성돼 운전을 하면서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 코란도스포츠 실내

센터페시아는 블랙 톤과 메탈그레인을 결합해 세련됨을 강조했다. 언뜻 보기에는 미래의 차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각종 플라스틱 소재나 마감이 허술한 점은 아쉽다. 또 크게 개선된 외관 디자인에 비해 실내는 이전 모델에서 크게 나아진 점이 없는 것도 아쉽다.

▲ 코란도스포츠의 계기반

스티어링휠의 그립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디자인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앞면에 달린 버튼을 효과적이고 보기 좋게끔 배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나아진 점은 계기반 정도인데 이것도 다른 경쟁 차종을 압도할 정도로 화려하거나 시인성이 뚜렷한 수준은 아니다. 액티언스포츠보다 나아졌다는 정도다.

◆ 편안한 앞좌석에 비해 좁고 불편한 뒷좌석

천연가죽소재를 사용한 시트는 운전자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쿠션감을 가졌다. 또 코너에서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은 SUV 치고는 우수한 편이다. 코란도C는 운전석만 전동식 파워시트였지만 코란도스포츠는 조수석까지 전동식 파워시트를 장착했다.

▲ 뒷좌석 공간은 앞좌석에 비해 턱없이 좁다

앞좌석 실내공간은 양호한 편이다. 머리 공간이 다른 SUV에 비해 약간 부족한게 흠이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정도다.

레저 유틸리티 차량이라고 했지만, 앞좌석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큰 단점이다. 앞좌석에는 변변한 컵홀더도 마련돼 있지 않고 도어포켓의 크기도 너무나 작아 뭔가 넣기에 옹색했다. 그래선지 시승차에 생수 한병도 제공되지 않았다.

조수석 쪽에는 장바구니나 쇼핑백 등을 걸어놓을 수 있는 고리를 마련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뒷좌석도 역시 수납공간이 부족했지만 그보다 다리공간의 협소함이 더 심각하다. 큰 차체로 인해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기대했지만 정작 뒤에 앉아 보니 장시간 탑승하기는 조금 불편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뒷문 입구가 좁고 문의 형상이 불필요하게 날카롭게 만들어진 점 또한 이해하기 어려웠다. 

▲ 뒷문짝 끝부분이 날카롭게 돋아있다

◆ 코란도스포츠…"평일까지 바꿔주길"

실내가 다소 투박하고 뒷좌석 공간이 협소하더라도, 픽업트럭을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코란도스포츠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차 중에서 닷지 다코타가 있다지만 판매량이 워낙 적어 현재는 판매가 중단됐다. 코란도스포츠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픽업트럭인 셈이다.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도 6인승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만 주력 마케팅을 화물용으로 몰아가고 있어서 레저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좀 남세스럽다. 코란도스포츠는 승용과 화물, 2가지 용도로 멋지고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 쌍용차 코란도스포츠를 설명하는 핵심 문구인 ‘주말을 바꿔라’

일반 승용차는 트렁크에 골프백에 몇 개 들어가느냐로 화물적재량을 가늠한다. 하지만 코란도스포츠는 최대 400kg까지 차곡차곡 골프백을 쌓을 수 있다. 골프백의 무게를 15kg이라고 치면 25개는 너끈히 실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닫혀 있는 트렁크가 아닌 오픈형 대용량 리어 데크로 인해 대형가구나 가전제품을 옮길 때 용달을 부를 필요도 없다.

코란도스포츠는 ‘세컨드카’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쌍용차가 코란도스포츠를 설명하는 핵심 문구인 ‘주말을 바꿔라’처럼 주말 레저용으로 사용하기에 이처럼 안성맞춤인 차량도 드물다.

픽업트럭이라는 점은 큰 경쟁력이다. 더욱이 경쟁상대도 없고 가격도 2041만원에서부터 2723만원까지로 비교적 합리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의미에서 코란도스포츠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또 활용성과 실용성이 높은 만큼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본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꼼꼼함과 세심함이 부족한 점은 크게 아쉽다. 조금 더 다듬고 상품성을 높였다면 주말이 아닌 평일까지 바꿀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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