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차 K5와 현대차 쏘나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했지요. 여러분들도 기사나 시승기를 통해 이미 대단한 연비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을 보셨을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연비가 나오는가라는 세부적인 사항 말이죠. 그것을 적어보려 합니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다른 상당 수 브랜드에 비해 한차원 앞서있습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연료효율면에서도 21km/ℓ의 공인 연비를 기록했는데요. 이 정도라면 동급인 캠리 하이브리드(19.7km/ℓ)에 비해 우수하고, 다른 어떤 중형세단보다 우수한 연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 초 강원도 양양에서 개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시승행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시승행사장까지 가는 동안에는 폭스바겐 제타를 탔습니다. 폭스바겐 제타는 아시다시피 22.2km/l를 내는 1.6리터 블루모션 모델과 18km/ℓ 연비의  2.0리터 TDI 모델이 있는데, 이날 탄 것은 18km/l를 내는 2.0리터 TDI 모델이었습니다.


행사장까지 가는 150km의 여정동안 길이 막히기도 했고, 휴게소에도 들렀고, 꽤 밟으면서 주행했는데도 연비는 17km/l 가까이 나왔습니다.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구간이 길었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도열해 있었습니다. 앞부분 디자인이 좀 독특합니다. 쏘나타면서도 아반떼를 연상케하는 헥사고날 디자인을 채택해 호불호가 갈릴만도 합니다.


이날 현대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왕대회를 열었습니다. 일반적인 시승행사는 다음날로 미루고, 이날은 오로지 연비에만 전념해보라는 것이죠.

▲ 쏘나타 하이브리드

길이 그리 막히지는 않았지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가는데, 1등은 23.9km/l였고, 저는 21.8km/l였습니다. 산길이라고 해도 용쓰면 공인연비인 21.0km/l보다는 높은 연비를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다들 연비 운전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어떤 기자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최저속도인 시속 40km로 달렸고, 어떤 기자는 사이드 밀러를 접고 운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 차는 연비를 높이겠다며 앞차에 바짝 붙어 공기저항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바짝 쫓아오는 것을 눈치챈 앞차 운전자는 워셔액을 뿌리며 저항하기도 했는데요. 여튼 재미있는 경쟁이었습니다.

가지각색의 기발한 운전방법이 나오기도 했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닫았다는겁니다. 날이 더워지니 얼마나 진땀이 나고 정신이 몽롱해지던지 70km 거리를 달리는 동안 탈진해버릴 것 같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진땀나는' 연비 경쟁이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선 기존 자동차와 조금 다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그래픽.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그림이다.

모터로 차를 구동시키는 구간에선 연비가 99.9km/l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엔진과 모터가 같이 돌아야 하는 구간은 12km/l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 두 구간을 절묘하게 이용해야 연비가 높아집니다.


모터로 차를 많이 움직일수록 연비가 비약적으로 향상 되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그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배터리가 너무 작고 모터힘이 작기 때문입니다. 모터힘이 부족하니 조금만 밟아도 엔진이 돌아야 하고, 배터리가 작기 때문에 자꾸 괜히 엔진을 돌려서 충전해둬야 하는겁니다.


 

◆ 풀 하이브리드카의 연비 높이는 방법


하이브리드카에서 연비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배터리를 쓰는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카의 배터리는 헤드램프, 오디오, 스타트모터 등을 구동하기 위한 12V 저압 배터리와 구동모터 및 고부하 장치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고압 배터리, 2가지가 장착돼 있습니다. 모터힘으로 주행하다가도 고압배터리가 줄어들면 즉시 시동이 걸리므로 저압배터리보다는 고압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많이 충전되도록 운전하는게 관건입니다.


1) 우선, 하이브리드카는 에어컨 컴프레셔가 전기로 동작합니다. 보통의 자동차는 에어컨이 엔진축에 연결돼 있어서 넉넉한 엔진힘을 이용해 냉방을 하지만 풀 하이브리드 차들은 모두 별도의 모터를 동작시켜 에어컨 컴프레셔를 돌립니다. 에어컨은 가정에서도 전기를 매우 많이 먹는 제품이니 하이브리드차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겠죠.


2) 또, 아시다시피 브레이크 마스터실린더라는 부품이 브레이크 배력을 위한 진공을 축적시키는데요. 엔진 시동이 꺼졌을때 진공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풀하이브리드차들은 진공이 부족할 때마다 역시 전기모터를 동작시켜 진공을 만듭니다. 브레이크를 살살 밟으면 발전기의 저항력만으로 감속하므로 충전에 도움이 되지만, 급정거를 한다거나 정차시에 괜히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는다거나 하면 진공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연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3) 중립을 넣으면 충전이 이뤄지지 않으니 정차시를 제외하면 항상 D 모드를 사용합니다.


모두들 정말 열심히 운전하고, 고생한 후에 경치 좋은 카페에 들렀습니다. 이날 날씨 정말 좋더군요.



여기서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연비운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서로 얘기하고나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타도록 돼 있어서 그런대로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속도로가 포함된 구간에서는 무려 26.5km/l를 기록한 팀이 나왔습니다. 뉴스핌 김기락기자와 경제투데이 임의택 선배팀이었는데, 참 인내심이 대단한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룸을 들여다보니 일반 세단에 비해 훨씬 복잡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정돈이 잘 된 느낌

이날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찾기 위해 시승을 시켜주는 것일텐데, 오히려 연비를 높이려면 무진장 애써야 한다는 점이 드러나 보여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끝마친 후 다시 폭스바겐 제타를 타고 시승에 나섰습니다.


제타는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차죠. 뒷좌석을 앞으로 눕히고 커다란 물건을 실을 수도 있구요. 당연한 얘기같이 들리지만, 사실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가 트렁크를 차지해서 골프백 하나도 넣기가 어렵거든요.


이날 탄 차는 2.0리터 TDI모델로, 공인연비가 18km/l라고 적혀있는 모델인데요.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리셋을 시킨 후 약 50km를 주행했는데, 계속 주행할 수록 연비가 조금씩 오르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휴게소만 들어갔다 와도 즉시 1~2km는 줄어들테지만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면 평균연비는 점차 올라서 주행할 수록 27km/l을 넘는 연비를 기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건 고속도로에서의 연비고 일반도로에서의 연비는 이보다 훨씬 떨어질겁니다.

하지만 이 연비가 나올때, 제타는 물론 에어컨도 켜고, 물론 100km 이상의 고속으로 씽씽 달리고, 물론 남자 3명이 편안하고 느긋하게 각종 물건을 쌓아놓고 달린 수치입니다. 이렇게 대충 운전했는데도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연비가 나온다는게 놀라웠습니다.

◆ 폭스바겐 제타는 어떤 차?

어쨌건 이날 탄 폭스바겐 제타 2.0은 1.6모델에 비해 당연히 성능이 우수합니다. 140마력 시속 200km까지도 쭉 치고 나가는 느낌도 좋고, 32.6kg.m의 토크는 초반 가속에서 휠스핀을 쭉쭉 일으켜줍니다. 0-100km가속은 9.5초로 그런대로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ISG가 장착돼 있지 않아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서울시내에선 연비가 그런대로 괜찮다는 정도지, 획기적으로 좋아졌다고 느끼지는 못할겁니다.

1.6리터 블루모션 모델은 105마력으로 출력이 조금 떨어지는 듯 하지만 실제 몰아보면 결코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0-100km 가속시간이 11.7초라는데 저속에서는 25.5kg.m에 달하는 '토크빨'로 쭉쭉 밀어붙이는 느낌이 좋습니다. 더구나 2.0리터 모델에는 6단 DSG가 장착됐는데, 1.6리터 모델에는 7단DSG가 장착돼 있어서 적은 엔진의 힘으로도 초반에 밀고 나가는 느낌이 조금 더 좋고 부드럽게 설계된 느낌입니다.

◆ 하이브리드와 디젤, 왜 연비차이 생기나

이날 시승한 하이브리드차와 디젤차에서 디젤차의 공인연비가 약간 낮았는데, 고속도로를 직접 달려본 결과는 디젤차가 더 우수했다는 결과를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여러분들의 실제 주행상황에서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냐면 하이브리드의 주안점이 도심 주행에서 연비를 높이는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도요타 프리우스 등은 시내 연비가 고속도로 주행 연비보다 더 좋게 나올 정도 입니다. 감속하면서 얻은 전기를 재가속할 때 사용해야 하는데, 감속 없이 계속 정속 주행만 하면 배터리를 금방 소모하게 되거나, 모터를 사용할 시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연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더 나쁜 점은 하이브리드차에 기존 가솔린 구동계 외에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 등이 추가되고, 구조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일반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고 나면 오히려 일반 차에 비해 연비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속도로에서는 '연비가 왜 이리 안나오나'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디젤차는 반대의 문제가 있습니다. 정속주행에서는 위에서 보신대로 어마어마한 연비와 성능을 보이지만 압축착화 방식의 오버헤드로 인해 공회전이나 저RPM에서 연비가 나쁩니다. 디젤차에 ISG(정차중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기능)를 장착하면 연비가 대폭 향상되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고속 정속주행을 하면 휘발유 엔진 차량에 비해서 소리도 작은데(RPM이 낮기 때문), 저속 주행에서는 디젤 소리가 거슬린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젤에 하이브리드를 다는 것이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이브리드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디젤 승용차는 상상도 못하고, 디젤의 최대 시장인 유럽은 하이브리드를 싫어하기 때문에 디젤 하이브리드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년전부터 푸조를 비롯한 몇몇 회사들이 디젤 하이브리드를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얼른 내놓으셔서 하이브리드와 디젤 모두 선입견 없는 한국 시장에 먼저 도입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차를 구입할 때 디젤과 하이브리드를 놓고 어떤 차를 골라야 하나 고민하실 수 있겠는데요. 막히는 시내 주행이 잦은 운전자는 하이브리드가, 시외나 한적한도로를 달리는 일이 많은 운전자들은 디젤(그것도 수동변속기)이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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