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상용차 담당 최한영 부회장이 일본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30여분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이 현대차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낸 가운데, 현대차 상용차 담당 최한영 부회장이 일본 시장에 현대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1일 일본 도쿄모터쇼가 열리는 도쿄빅사이트 전시장에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백명의 일본 기자들이 수많은 전시관들을 뒤로 하고 보잘것 없는 현대 상용차 부스에 몰려든 것이다. 이 부스에는 일본 시장에서는 인기없는 대형버스 단 한대만 전시돼 있을 뿐이었다.

산케이 신문의 한 기자는 "삼성이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제쳐버린 것 처럼, 현대차도 도요타를 제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어 일본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기자는 "닛산의 총괄 디자이너 시로 나카무라에게 물었더니 '현대차가 미국에서 감성적 디자인을 동원한게 적절했으며, 너무나 잘 하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더욱 큰 우려를 나타냈다.

▲ 도쿄모터쇼 현대상용차 부스에 몰려든 일본인 기자들. 현대상용차는 도쿄모터쇼에 출품한 모든 주요 완성차 부스중 가장 작은 규모의 전시부스를 꾸몄다.

현대차 상용차를 담당하는 최한영 부회장이 차를 언베일링 하는 내용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나자 20여명의 기자들은 부회장을 에워싸고 질문을 던졌다. 주로 현대차의 승용차가 일본에 들어오는 시기는 언제쯤이 냐는 질문이었다. 최한영 부회장은 이에 대해 30여분간 답변했다.

최 부회장은 "현대차 승용차는 일본에서 한번 쓴 맛(Failure)을 봤으며 당분간은 다시 들어올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우선 배기량과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일본에서 무려 40%가 600cc 경차(K-CAR)인데, 현대차는 가장 작은 엔진이 1.0리터급이어서 경차가 일본 시장에 걸맞지 않는다"면서 "일본은 기계식 주차장에 쉽게 들어가는 차여야 충분히 판매할 수 있는데, 현대차는 아반떼조차 일본 주차장 폭보다 넓어 일본 시장에 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의 주력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이며 일본은 중요한 시장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not our main market) 일본만을 위해 차종을 개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승용차와 버스 시장은 한국차가 들어가기 힘들지만, 우리가 들어갈만한 트럭 시장이 있으며 현대 상용차가 탁월한 기술을 보유한 만큼 조만간 일본에 진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최한영 부회장의 주요 질의 응답 내용.

- 현대차 승용차가 일본에는 언제쯤 들어오나
일본에는 팔 승용차가 없다.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40%는 경차이기 때문에 600cc등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가장 작은 엔진이 1.0리터급이어서 일본 시장에 내다 팔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본 시장만을 위한 차를 만들 이유는 없다.

또, 쏘나타 같은 차도 일본 기준으로 보면 너무 큰 차여서 일반 주차장에는 넣지 못하고 대형차를 주차하는 야외 주차장에 넣고 먼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현대차를 살 사람이 있겠나.

- 아반떼 등 소형차는 코롤라와 차 크기가 비슷한데, 이를 팔면 되지 않을까
아반떼도 코롤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폭이 월등히 넓다. 아반떼는 미국, 중국, 한국 등 주요 시장을 겨냥해 만든 차로 일본에는 역시 걸맞지 않는다.
폭을 조금 줄이면 되겠지만 일본은 우리의 주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시장만을 위해 차를 고칠 생각은 없다.

- 일본 고급차가 한국에 많이 들어간다면, 현대차로서는 위협이 아닌가
렉서스와 인피니티가 이미 한국시장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수리비와 유지비가 너무 비싸서 수입차가 널리 퍼지는데는 한계가 있다. 내 주변에도 독일차를 타는 사람이 한명 있는데, 백밀러 하나가 깨지니 200만원을 달라고 했다더라. 너무 비싸서 다시는 수입차를 타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적으로 민감한 고객들이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도 AS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 일본인 기자들이 개장도 안한 현대차 부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 내년 현대차 전망은 어찌되나.
미국 시장 등 주요시장의 총 시장 규모는 올해와 큰 변화가 없겠지만 현대차 판매는 조금 늘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미 모든 공장에서 최대치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생산규모는 1~2% 수준으로 조금만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내년에 공장을 증설하거나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려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베이징과 상하이 공장 등에서 2012년부터 생산이 늘면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미국 시장에서 주력 모델은 쏘나타보다는 아반떼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시장도 점차 소형차를 원하고 있고, 그런 면에서 GM등 미국 기업들은 내년이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들은 계속 대형차 위주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그동안 소형차를 계속 만들었으니 그에 대한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차도 그렇고, 내년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한국 트럭은 일본에 수입 안하나
트럭의 일본 수입을 매우 희망하고 있다. 일단은 버스를 내놨지만 곧 트럭도 수입할 것이다.

사실 일본은 대형버스 시장이 매우 작다. 전국을 통틀어도 연간 1500대 밖에 안된다. 그 중 작년 현대차가 판매한 물량이 겨우 100대에 불과했다. 일본은 대형 버스를 이용한 교통수단보다는 기차를 이용한 운송이 훨씬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럭은 충분한 시장이 있다. 현대 상용차도 버스보다는 트럭의 판매 비중이 높은 회사다. 일본 시장에 조만간 진출하고자 한다.

도쿄=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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