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4대 준중형인 현대 아반떼, 기아 포르테, 쉐보레 크루즈, 르노삼성 SM3 등이 지향하는 바는 실상 모두 비슷하다. 소형차지만 중형차 못지 않은 공간과 편의사양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내외 크기 부터 중형차에 육박한다. 전세대 플랫폼이어서 가장 작은 기아 포르테의 휠베이스가 2650mm이고, 아반떼와 SM3등은 휠베이스가 2700mm에 달한다. 이는 한세대 전 중형차인 NF 쏘나타보다는 30mm작고, 토스카와 같은 크기다.

이런 준중형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혼다 시빅을 시승하면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소형차에 대한 우리 개념과 너무 달라서다.

 ◆ 소형차니 스포티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준중형차'라는 단어의 의미를 곰곰이 따지고 보면 '중형에 못지 않은 차'라는, 마치 '중형차를 사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 사람들을 위한 차'로 느껴진다.

하지만 혼다 시빅을 타보면 이 차는 어렵게 중형차를 흉내내 만든 차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소형차를 지향한 듯 하다. 크기부터 이전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가 오히려 30mm 더 작아져 스포티한 유럽형 시빅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누워있는 앞유리 등 인테리어의 마술로 실내 공간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격한 사운드가 울려퍼진다.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고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일부러 조금 큰 사운드가 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향하는 바가 워낙 스포티해서다.

운전대 직경도 아담해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국산 준중형차는 운전대를 보면 중형차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지만, 작은 운전대는 차를 민첩하게 움직이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레이스카나 스포츠카는 모두 운전대 직경이 작다.

그렇다고 기존 시빅처럼 시트가 지나치게 딱딱하다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실 고급스런 가죽시트에는 주름까지 잡혀 있어 푹신한 시트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시속 150km로 코너에 들어섰지만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충분히 더 달려도 될만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다만 갑자기 횡풍이 불면서부터는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상황에도 조금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 했다. 노면 소음도 스포티하다기 보다는 시끄럽게 들렸다. 역시 소형차는 소형차다.

◆ 시빅이 현대 아반떼를 이길까?

현대 아반떼는 올해만 이미 내수시장에서 11만대를 넘게 판매한 국내 최고 베스트셀링카지만, 일본에는 한대도 수출하지 못한다. 사실 그동안 몇차례 일본에 진출해봤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일본에 코롤라와 시빅이라는 막강한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든 소형차는 결국 성능과 라인업, 운전감각도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 가보니 가격과 공급망, 부품조달 등이 모두 홈그라운드의 잇점이 크게 작용해 우리 기업이 넘기 힘든 높은 벽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차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시빅의 가격은 2690~3690만원으로 경쟁모델 '아반떼'보다 값이 1천만원 비싼데, 그보다 월등히 우월한 소구점을 찾지 못하면 우리 소비자들이 이 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신형 시빅은 다른 국산차에 비해 훨씬 잘 달린다. 이전 시빅에 비해서도 더 세련되고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갖췄고, 고급스런 실내 디자인과 편안한 거주성이 매력적인 차다. 현대 아반떼가 독식한 시장을 빼앗아오기는 어렵겠지만 스포티한 감각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 다가설 수 있도록 장점을 부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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