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캠핑

썰물이 빠지듯 텐트가 사라졌다. 그 여름 뜨거웠던 캠핑 열풍이 조금 사그라진 걸까. 지난 주말 찾은 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몇몇 텐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모르나보다. ‘가을’이 캠핑의 계절이라는 것을.

▲ 단풍 속 캠핑. 가을 캠핑은 눈이 호강한다.

 낙엽 위 텐트, 가을 캠핑의 낭만

부스럭 사사삭. 전북의 지붕 운장산에 들어섰다.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정천면·부귀면과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는 운장산. 운일암반일암 등 유명한 코스 대신 정천면 갈룡리 갈거마을에서 복두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자연휴양림 야영장에 가기 위해서다. 휴양림은 약 7km에 달하는 갈거계곡을 끼고 있어 정취가 빼어나다. 정취에 비해 사람은 많지 않다. 복두봉으로 오르는 길이 그늘 한 점 없는 심심한 임도여서다. 휴양림은 온통 산새 소리로 뒤덮였다.

▲ 가을 캠핑 모습

야영장은 오토캠핑장이 아니다. 차를 바로 옆 주차장에 대고 텐트를 옮긴다. 50m 남짓 옮기는 데 힘이 들진 않는다. 그보다 걱정되는 건 텅 빈 야영장.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야영장은 대부분 동계 기간에 문을 닫는다. 지금 시기는 겨울철 야영장이 문을 닫기 전 끝물이다. 설상가상 전기 사용도 할 수 없다. 바로 옆 텐트는 문을 꼭 걸어 잠갔다. 바람이 무서운 건지 다른 캠퍼가 부담스러운 건지. 다정한 연인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야영장에 울려 퍼진다. 솔로캠퍼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가을 캠핑, 겨울처럼 준비하세요

해가 지기도 전에 날은 매섭게 추워진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미 9월부터 밤이 되면 한겨울처럼 추워진다고 했다. 단단히 채비를 하라는 소리다.  

▲ 가을 캠핑에는 ‘모닥불’이 진리. 사진처럼 지면에 바로 불을 지피면 자연이 훼손된다. ‘화로대’ 사용은 필수

가을 캠핑의 묘미는 ‘모닥불’이다. 화로를 사용한다면 모닥불을 필 수 있는 휴양림도 꽤 된다. 오히려 겨울에는 모닥불조차 춥게 느껴진다. 등 뒤 차가운 바람에 뒤통수가 아려온다. ‘불놀이’에는 가을만한 계절이 없다. 옆에 떨어진 낙엽을 모아 불쏘시개로 넣으며 홀로 정취를 즐긴다. 타닥타닥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 사사삭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 캠핑을 살찌운다.

아직 난로를 사용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다. 벌써 ‘난로’가 필요하다. 급한 대로 핫팩을 뜯는다. 옷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이고 바닥 공사에 들어간다. 발포식 매트리스가 없다면 지면의 찬 공기를 막을 수 없다. 차라리 스크린타프를 치고 야전침대를 펴는 게 낫겠다 싶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게 큰 단점이다. 혹시 몰라 가져온 전기담요며 전기등은 트렁크에서 개점휴업이다. 춥다고 해서 침낭에 들어갈 때 신고 있던 양말을 껴 입는 건 위험하다. 종일 땀 흘린 양말이 밤이 되면 식기 때문. ‘양말을 벗고 침낭에 들어가는 게 정석’이라는데 양말을 벗는 대신 새 양말 2개를 꺼내 갈아 신는다. 잠시 발끝이 시리는 것조차 싫다. 그만큼 가을 바람도 매섭다.

갈거계곡의 물은 여전히 시원하게 흘러내려간다. 이름 모를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사사삭 낙엽 소리는 텐트 속에서 더 크게 퍼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 텐트의 다정한 연인들은 밤 늦게까지 ‘깔깔깔’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단풍이 흐드러진 가을 캠핑의 밤은 그렇게 저문다.

▲ 가을 산에 불이 난 듯. 눈을 들면 온통 울긋불긋 단풍이다.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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