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는 SM3(현지명 플루언스)의 전기차를 올해 말 내놓을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국내에서도 르노삼성이 전기차를 내년중에 내놓기 위해 관련 작업을 진행중이다. 르노삼성은 전기차를 대수에 제한 없이 양산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르노는 각종 전시회 등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양산차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Porte de Varsallis)에서 개최한 '2010 파리국제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국내 기자로는 유일하게 르노 SM3(현지명 플루언스) 전기차를 시승했다.

이번에 르노가 내놓은 플루언스Z.E 전기차는 다른 전기차들과 달리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을 고려해 만든 차량이다.

현재는 충전방식으로만 동작하지만, 르노는 이 차량을 발전시켜 충전소에서 자동으로 배터리교체가 가능하게 개선해 내놓을 예정이다. 또 미국 프로젝트배터플레이스(Project Better Place)사와 공동으로 이스라엘에 전기차와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공급 할 예정이다. 르노와 프로젝트베터플레이스 사는 차량용 배터리를 차량 구매자가 소유하지 않고 리스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 '조용한 휠스핀'의 기묘한 매력

오토매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이 차는 소음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반 차량과 큰 차이가 있었다.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현대 블루온, 미쓰비시 아이미브, BMW MINI E 등 전기차를 시승했을때는 엔진 소리가 없는 대신 전기모터와 노면의 소음이 더 크게 들렸던 기억이다.

하지만 르노의 플루언스Z.E 전기차는 소음 문제에 있어 경쟁 모델을 압도했다. 최근 르노삼성이 치중하고 있는 '동급에서 가장 조용한 차'라는 목표가 이곳에서도 드러나 보이는 듯 했다.

편안함에 있어서도 다른 브랜드와 격이 달랐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실내 공간도 일반 SM3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뒷좌석의 등받이 부분이 약간 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배터리가 뒷좌석 등받이 뒤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차 위주의 전기차에 비하면 훨씬 넉넉한 공간이다. BMW의 MINI E는 원래 4인승 모델이지만 뒷좌석 전체를 배터리에 할애해 2인승으로 변경됐을 정도다.
▲ 실내는 일반 SM3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조용하고 편안하다고 해서 달리는 느낌까지 느릿한 세단은 아니었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거센 휠스핀이 일어났다. 가속페달을 잘 조정하지 않으면 코너마다 휠스핀이 일어날 듯 했다. 국내 출시된 SM3 1.6 가솔린 모델에 비해 훨씬 호쾌한 가속력이었다. 가솔린 엔진은 어느 정도 엔진 회전수가 높아져야만 최대토크가 발생하지만 전기차는 0 RPM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앞으로 조금씩 전진하는 점이나, 언덕에서 발을 떼도 뒤로 밀리지 않는 점 등, 운전하는 느낌은 일반 가솔린 차와 같았다. 다만 이 차는 변속기가 아예 없기 때문에 변속하는 충격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국내 출시된 SM3 또한 CVT를 적용해 변속충격이 없다.

배터리로 인해 무게가 무거워져선지 슬라럼(좌우로 급하게 움직여봄)을 해보면 르노삼성의 SM3에 비해 약간 더 휘청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 차는 한번 충전하면 160km까지 달릴 수 있으며 충전시간은 가정용 충전기로 10시간이 걸리지만, 급속충전 장비를 이용하면 10분안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전날 하루 종일 조수석에 앉아 안전운전을 도운 르노 직원은 "충전을 한번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시승행사를 치뤘지만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 실내에서 일부 시승한 후 차를 몰고 외부로 나가는 코스다.

◆ 미래는 전기차 시대? 이미 전기차 시대

플루언스 Z.E(SM3 전기차)는 승차감이나 주행성능 면에서 일반 승용차를 앞섰다. 또 한번 충전으로 16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면 한국, 특히 서울에서 주행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최근 여러 전기차를 차례로 시승해본 결과 전기차는 더 이상 미래의 차가 아니라 당장 실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재는 가정에서 충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차량이 보급되면 자연히 해결 가능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차량의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배터리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에서 세계 판매량의 97%를 내놓고 있는 리튬,자철석 등 희귀물질(희토류)의 가격이 여전히 높고, 이 또한 낮춰지기 보다는 오히려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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