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걱정 없이 막 밟고, 잘 달리는 차야말로 최고의 차 아닌가”

시승을 마친 한 기자가 CR-Z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짧은 시승 코스를 아쉬워하는 듯 했다.

지난 10일, 혼다코리아는 경기도 가평군 아난티클럽에서 자동차 기자들을 초청해 CR-Z 시승회를 진행했다.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약 36km를 주행한 기자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지켜 세웠다.

CR-Z는 지난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10 일본 올해의 차(Car fo the year Japan, J-COTY)에 선정됐다. J-COTY 측은 CR-Z와 관련해 "하이브리드 기술에 의한 높은 연비와 주행의 즐거움을 우수하게 양립했다"며 “이래지향적인 디자인 또한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혼다코리아가 재도약의 초석으로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 하이브리드카 CR-Z를 시승했다.  

◆ 날렵하게 잘 빠진 외모…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CR-Z은 둔해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3도어의 날렵한 해치백 스타일은 현대차의 벨로스터나 폭스바겐의 시로코와 유사하다. 

CR-Z의 길이는 4080mm, 너비는 1740mm, 높이는 1395mm이며 휠베이스는 2435mm다. 휠은 16인치이고 공차중량은 1215kg이다. 2인승이므로 길이나 휠베이스는 다소 짧지만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차 답게 넓고 낮은 차체는 인상적이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우수하다고 생각된다. 하이브리드 차량이기 때문에 공기역학적인 요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작했음에도 스포티한 개성을 잘 살려 인사이트나 도요타 프리우스와 차별화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도어손잡이이 등은 좋지만 너무나 평범한 휠은 아쉽다.

앞모습에서는 다이내믹한 범퍼 하단의 모습과 무난한 듯 보이지만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헤드램프, 볼륨감 넘치는 보닛이 특징이다. 공기역학을 위해 A필러를 최대한 낮춘 모습에서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뒷범퍼도 볼륨감이 넘친다. LED 테일램프를 장착해 시인성과 미적인 요소를 동시에 높였다. 인사이트의 뒷모습을 잘 깎고 다듬은 모습이다.

시승하는 내내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CR-Z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도로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확실히 끌어당기기 충분하다. 실제로 시내를 주행할 때 행인들의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외장색상은 빨강, 검정, 은색, 흰색 등 4가지뿐이다. 밝고 화려한 색상이 추가된다면 젊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 미래지향적이고 운전자 중심인 실내 디자인

실내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계기판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오락을 하거나 일본의 자동차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아벤타도르가 높은 가격의 슈퍼카인만큼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럽긴 하다. 어쨌든 CR-Z의 계기판은 일반차량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모습이고 정보전달력도 우수해 젊은 소비자들이 크게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 화려하고 많은 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눈에 피로를 느끼는 기자도 있었다.

스티어링휠의 크기는 일반적인 소형차 수준이지만 두껍고 잡는 감촉이 우수했다. 스티어링휠 앞면에는 크루즈컨트롤을 조작하는 버튼만 달려있다. 사운드시스템을 조작하는 버튼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휠 뒷면에는 기어조작버튼인 패들시프트가 장착돼있다. 사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CR-Z는 주로 센터페시아에 존재하던 각종 버튼을 스티어링휠 뒤편으로 배치했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만큼 운전석 쪽에 여러 조작버튼을 집중 배치했다. 비행기 조종석인 콕핏(Cockpit)처럼 실내를 디자인하는 많은 차량 중 가장 뛰어나 보인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실내 디자인을 갖췄지만 품질이나 마감에서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킷 타입의 가죽시트는 생김새도 멋들어지고 가죽의 느낌이나 마감도 우수하다. 또, 코너를 돌 때 탑승객의 몸을 확실하게 지지한다. 알루미늄 페달도 사용감이 우수했고 바닥 카페트나 천장의 소재도 좋고 마감도 꼼꼼했다.

앞좌석 뒤편에는 짐을 실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칸막이를 앞쪽으로 접으면 골프백 2개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 3가지 주행모드 선택가능…스포츠모드는 특히 발군

CR-Z는 주행 환경에 따라, 혹은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차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시동을 걸면 기본적으로 설정되는 노멀(Normal)모드, 연비 향상에 최적화 된 이콘(Econ)모드, 다이내믹한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Sport)모드 등 3가지 주행모드 선택이 가능하다. 각 모드별로 변화가 크게 느껴져 마치 다른 차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시승하면서 대부분을 스포츠모드로 설정했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소형차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덕분에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올렸다. 시속 160km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간다. 1.5리터 엔진과 약 14마력정도의 전기모터가 결합해 동급 배기량의 차량보다는 가속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스포츠모드로 고속주행을 하면 전기모터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한다. 또, 무단변속기와 결합된 엔진 소음도 귀에 거슬린다. 노멀모드나 이콘모드에서는 덜한 편이다. 연비에 초점을 맞춰 운전하면 문제되지 않을 부분이다.

저속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답지 않은 멋진 사운드가 들린다. 혼다 측은 스포츠 하이브리카라는 특성에 걸맞게 CR-Z의 엔진 사운드를 튜닝했다고 한다. 우렁차게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은 여느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코너링이다. CR-Z의 코너링은 발군이다.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코너를 너무 쉽게쉽게 빠져나간다. 서스펜션도 매우 단단하다. 여기에 넓고 낮은 차체가 더해져 날카로운 코너링을 가능하게 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차량 뒷부분이 쉽게 미끌어지기도 한다. 또, 브레이크 성능이나 195/55R 타이어 셋팅은 아쉽게 느껴진다.

CR-Z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20.6km다. 이 수치는 노멀모드로 주행에 얻은 수치다. 혼다 측에 따르면 이콘모드로 주행하면 약 5% 정도 연비가 상승하고 스포츠모드로 주행하면 약 5% 정도 감소된다. 주로 스포츠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주행했지만 리터당 18km의 연비를 기록했다.

◆ 갖출 것은 다 갖춘 엄친아지만 너무 개성이 뚜렷해

혼다 CR-Z는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다. 개성 넘치는 외관과 독특한 실내 디자인, 우수한 성능과 주행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여러 요소들, 우수한 연비 등 부족한 것이 없다. 지난해 일본에서 괜히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형 3380만원,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모델이 3490만원이다. 3천만원이면 국산 준대형차를 살 수 있는 가격이지만 CR-Z를 보면 적당한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취향이다. CR-Z는 여러 부분이 뛰어나긴 하지만 호불호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개성이 강한 차다. 더욱이 2인승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이면서 2인승, 3도어 해치백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젊은 소비자들이 기름값 걱정을 덜하면 즐겁고 짜릿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