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처럼 매서운 바람이다.

비자림 깊은 숲속에 텐트를 쳤는데도 바람이 사정없이 분다. 텐트를 마구 흔들어댄다. 폴이 부러질 것처럼 휘어진다. 바늘만 대면 펑 하고 터지는 풍선처럼 텐트가 부푼다. 오름에 묻혀 있던 저주받은 영혼이 다 쏟아져 나와 텐트를 흔드는 것 같다.

텐  트  가  사  시  나  무  처  럼  흔  들  린  다.

무섭다.

텐트와 함께 송두리째 날아갈 것만 같은 공포가 밀려온다. 오늘 같은 바람이면 산굼부리에 깃든 억새도 뿌리째 뽑힐 것 같다. 우도 보리밭의 성긴 돌담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잠은 요원하고, 새벽은 멀다.

그 밤

생애 처음 간절한 마음으로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김산환 칼럼리스트 〈탑라이더 mountainfi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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