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기차나 자동차는 육체의 수동성과 세계를 멀리하는 길만 가르쳐 주지만, 걷기는 눈의 활동만을 부추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걷는 동안 전에 알지 못했던 장소와 얼굴을 발견하고 몸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감각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게 된다. 가을의 문턱, 관능적인 걷기의 길 위에 텐트를 내려놓는다.

운길산 깊은 숲 속에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 멈춘다는 산. 수종사와 두물머리 덕에 더욱 유명한 곳, 운길산을 찾았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운길산역은 인파로 북적인다. 등산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송촌리를 거쳐 수종사 방향 산행을 택했다. 등산객이 많이 가는 길은 걷는 맛이 떨어진다. 자연 대신 앞사람 머리만 보다가 산행이 끝날 지도 모를 일. 수종사 코스 대신 진중리 쪽으로 난 길을 걷는다. 어느새 포장도로는 사라지고 임도가 펼쳐진다.

역에서 무려 4.2km. 꽤나 걸어 들어온 산골에 텐트와 타프가 눈에 들어온다. ‘깊은 산속 옹달샘’ 캠핑장이다. 캠핑장 옆으로 난 임도는 운길산 등산로로 이어진다. 캠핑장에서 정상까지는 걸어서 약2시간. 정상을 넘어 수종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서북능선을 타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맛보는 것 또한 산행의 매력이다. 운길산 수종사 앞뜰에 서노라면 두 물, 즉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옹달샘 한 모금에 피로를 잊고...

여러 시간 동안 걷고 난 다음에 허락되는 잠은 가히 축복이라 할 만 하다. 운길산을 훑은 두 다리가 ‘깊은산속옹달샘캠핑장’에서 편하게 쉼을 얻는다. 약 5000평 부지에 토담집 2채를 중심으로 캠핑장이 꾸며졌다. 입구에 서면 캠핑장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입구 쪽 너른 사이트부터 산 위로 아늑하게 캠핑장이 이어진다. 옛 한옥을 그대로 살려놓고 곳곳에는 장독과 오두막이 있다. 토담집 바로 앞에도 텐트를 치면 마치 고향집에서 캠핑을 하듯 푸근한 분위기다. 아래쪽 부지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작은 운동장이 마련됐다.

이름처럼 캠핑장 중심부에는 진짜 ‘옹달샘’이 있다. 청명한 지하수가 샘솟는 소가 있는 것. 차가운 지하수의 맛은 달콤할 정도로 시원하다. 그 물에 밥을 해 먹고 그 산에 모닥불을 드리운다. 모닥불과 한데서 잠자는 밤의 추억은 가장 마음에 드는 호텔 방에서의 추억까지도 쉽사리 지우는 법. 걷기와 캠핑의 관능적인 조화는 여름 휴가를 잊게 할 정도로 달콤하다.

■ 가는길

서울에서 6번 국도를 따라 팔당대교를 지나 진중3거리에서 45번 국도를 탄다. 운길산역을 끼고 진중리 방향을 따라간다. 주필거미박물관과 세정사를 지나면 깊은산속옹달샘캠핑장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운길산 정상까지는 걸어서 2시간이다. 운길산역에서 캠핑장까지는 4.2킬로미터.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70번지를 치면 된다

■ 기타정보

개수대와 화장실이 모두 갖춰져있다. 샤워시설은 있지만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캠핑장 아래쪽 사이트는 그늘이 부족하므로 타프를 챙겨야한다. 위쪽 사이트는 숲에 파묻혀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지만 전기시설이 조금 멀어 릴선을 챙겨야 한다. 텐트 1동당 1박에 전기료 포함 2만원. 황토집에서 민박을 할 수 있다. 1박에 5만원. 여유있는 캠핑장 운영을 위해 50동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주말농장 대여비는 1년에 10만원이다. (예약문의 : borracho0304@naver.com)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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