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넘치는 미국의 대형차를 만났다. 지난 7월에 출시된 포드의 토러스SHO다. 6기통엔진으로 무려 370마력을 뿜어내는 고성능 차다. 토러스 뒤에 붙는 SHO는 매우 단순한 뜻을 갖고 있다. Super High Output. ‘킹왕짱’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미국인들의 직설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토러스SHO는 기존의 토러스의 약점으로 지목받던 부분들을 대거 보강한 모습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에 비해 부족한 엔진 출력, 토크스티어 현상 등의 문제가 해결된 듯하다. 성능과 가격, 스타일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포드의 대형 스포츠세단 토러스SHO를 시승했다.

◆ 계기판 끝까지…직진 성능은 매우 탁월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보니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는 최단거리 확보를 위해 도로가 직선으로 펼쳐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미국차의 가장 특징 중 하나는 직진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토러스SHO를 타고 달려보니, 가속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유튜브나 해외 매체들의 동영상을 보면 포드 머스탱과 비슷한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다 초반 가속 능력은 머스탱을 앞서기까지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 출발해도 전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휠스핀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수준이다. 토크스티어 현상도 없다. 2톤에 가까운 무게와 상시사륜구동 방식 때문에 가속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속도가 붙는다. 계기판 끝까지 속도를 올리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또,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더욱 쉽게 가속되는 기분이다. 

트윈터보차저와 가솔린 직분사 방식이 결합한 3.5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은 55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 1500~5250rpm에서 최대토크 48.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차를 몰고 있는 내내 뛰어난 가속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사륜구동방식은 어떠한 주행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차를 이끈다. 특히 고속에서 요철을 지나거나 차선변경, 급커브 구간에서 인상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탄력이 좋은 스포츠 서스펜션은 차를 더욱 안정적으로 지탱해준다. 브레이크는 초반 응답성이 강한 편은 아니다. 특히 고속에서는 가속페달을 밟듯 꾹꾹 밟아줄 필요가 있다.

가속 능력과 고속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예리한 코너링은 갖추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코너링은 평범한 수준이다. 회전반경도 크고 약간의 언더스티어 현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포츠·컴포트 등 별도의 주행모드 선택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다.

◆ 길고 넓다…일반 토러스와 차별화 미미해

토러스SHO는 매우 크다. 길이는 5155mm, 너비는 1935mm, 높이는 1545mm이며 무게는 2톤이 조금 넘는다. 현대차 에쿠스와 비슷한 크기를 자랑한다. 실제로 보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막상 주차를 하게 되면 비로소 차의 크기를 알아챌 수 있다. 너비가 워낙 넓어서 웬만한 공간도 비좁게 느껴진다.

토러스SHO의 외관은 1986년 1세대 토러스가 발표된 이후 가장 멋진 모델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황소자리를 뜻하는 ‘토러스’에 가장 걸맞은 디자인이다. 우람하고 저돌적이다. 전체적인 직선을 강조한 모습이 눈에 띈다.  

토러스와 토러스SHO의 외관상의 차이는 거의 없다. 앞을 보면 전혀 구분할 수 없다. 옆모습에서는 20인치 휠 정도가 차이점이다. 뒷모습은 좌우로 배치된 듀얼머플러와 작은 리어스포일러, ‘SHO’ 엠블럼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성능 모델이니만큼 차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는 외관의 특징이 더해지면 좋겠다.

◆ 단순명료한 실내…뒷좌석 공간은 아쉬워

실내는 매우 단순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SONY의 오디오 스피커와 8인치 LCD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 그 밑으로 내비게이션 및 메뉴 버튼과 오디오 컨트롤, 공조장치 컨트롤 등이 위치하고 있다. 각각 독립적인 공간에 배치돼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버튼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

스티어링휠은 커다란 차체처럼 다소 큰 편이다. 그립감은 좋은 편이다. 스티어링휠에는 오디오, 음성인식, 크루즈컨트롤 등을 조작할 수 있는 8개의 버튼이 달려있다. 스티어링휠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스티어링휠을 잡은 채 조작하기 힘들다. 버튼의 위치가 다소 애매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 스티어링휠에는 기어변속레버인 패들시프트가 장착돼 있는데, 엄지로 밀어서 기어를 낮추고 검지로 당겨서 기어를 올리는 방식이다. 사용감에는 크게 불편이 없다. 다만 M모드에서만 작동되는 점은 아쉽다.

실내는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한 모습이 눈에 띈다. 플라스틱을 사용해도 우레탄과 동일한 무늬로 마무리했다. 눈으로 보면 감쪽같다. 이밖에 알루미늄 페달은 밟는 느낌이 우수하고 페달의 높낮이도 조절이 가능해 자신에게 꼭 맞는 시트포지션 설정에 큰 도움을 준다.

차체 크기는 에쿠스와 비슷한 수준이나 휠베이스(앞·뒷바퀴간의 거리)는 그랜저와 비슷한 수준이다. 뒷좌석 공간은 대형차 수준의 실내 공간을 갖추지 못했다. 불편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덩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트렁크는 매우 넓다. 골프백 서너개쯤은 충분히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국산 대형차보다 싼 가격

토러스SHO의 가격은 5240만원이다. 에쿠스, 체어맨W보다 저렴하고 제네시스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포드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싱크(SYNC)와 마이포드 터치가 탑재돼있지만 조작하는데 약간의 난이도가 있고, 국산차의 화려하고 다양한 편의사양을 뛰어넘기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능은 월등히 우수하고 사륜구동이란 장점도 있다. 여기에 어디 가서도 주눅 들지 않을 정도의 우람한 크기와 강인한 모습이 더해져 토러스SHO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포드 토러스SHO]
외관 = 8점 (역대 토러스 중에서 가장 멋있다)
실내 = 6점 (사용감은 좋으나 고급스러움은 부족하다)
성능 = 8점 (가속성능 하나는 스포츠카 수준이다)
승차감 = 7점 (시트는 편안하고 정숙성·안락함도 좋다)
가격 대비 가치 = 9점 (국산대형차보다 저렴하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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