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승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로 구성된 코스에서 프레임 보디 픽업트럭의 매력을 보여줬다. 출시된지 4년여가 지난 렉스턴 스포츠는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소프트웨어는 꾸준히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쌍용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외에서 매월 3천대(국내 2천대, 해외 1천대) 가량의 판매고를 유지하며 쌍용차를 지탱하고 있다. 2015년 출시돼 7년이 넘은 티볼리나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판매가 저조한 코란도와는 다르게 쌍용차의 효자 모델이 되었다.

신규 모델 개발이 어려운 자금 상황에서 기존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활용한 리디자인, 리포지셔닝 모델의 개발은 모델 라인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는데, 코란도 차체 기반의 토레스가 사전계약 첫날 1만2천대를 기록하며 쌍용차 미래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픽업트럭이 가세하며 픽업트럭 선택지를 늘려주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모델은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다. 2018년 출시 이후 2021년 부분변경, 칸의 추가로 상품성을 다시 한번 높였다. 

이어 쌍용차는 2021년 12월 렉스턴 스포츠 상품성 강화 모델을 출시했다. 디자인 특화 트림 익스페디션을 라인업에 추가하고, 전자식 스티어링 휠(R-ESP),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차선유지보조를 도입했다. 그리고 지난 6월 3천만원대 전후 가성비 트림 어드밴스를 도입했다.

시승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 익스페디션이다. 기본가 3985만원에 사륜구동(200만원), 내비게이션(60만원), 어라운드뷰(90만원), 사이드&커튼 에어백(40만원)이 추가된 4375만원 사양에 커스터마이징으로 벙커롤바(95만원)가 추가됐다. 20인치 휠은 18인치로 다운된 상태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BF굿리치 올터레인 타이어로 교체된 모델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 기본형 모델의 2990만원 대비 가격이 50% 이상 추가된 다른 차량이지만, 레저용 픽업다운 멋스러운 분위기는 한층 강화됐다. 이런 스타일 차량으로는 여전히 가장 저렴하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임시도로 주행을 비롯해 좌우 반복되는 웅덩이를 지나고, 불규칙한 요철을 지나며, 경사면을 가로질러 주행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바위를 타고 넘고, 개울가를 거슬러 오르는 하드코어 오프로드 코스는 아니지만, 비포장도로 감각은 충분히 전한다.

렉스턴 스포츠에는 2.2리터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다. 유로6D 스텝2 버전으로 변경되며 최고출력 202마력(+15마력), 최대토크 45.0kgm(+2.2kgm)로 강화됐으며 ISG 시스템이 추가됐다. 공차중량 2175kg, 복합연비 10.2km/ℓ다.

차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은 우수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픽업트럭에서 상용차 감각을 예상할 수 있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 렉스턴 기반의 파생 모델로 정숙성이 좋은 편이다. 저회전에서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적고, 흡차음재를 대거 보강한 결과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보디 온 프레임 차량의 차체 구조가 유리하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최저지상고(203mm)가 높은 설계에, 보디 하부에 견고한 프레임이 버텨주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SUV는 도심형 모델로 설계, 최저지상고가 낮아 차체가 손상되기 쉽다.

깊게 파인 웅덩이를 타고 넘는 모습은 세단이나 도심형 SUV가 흉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2H, 4H, 4L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시 4L 모드를 선택하면 사륜구동 체결과 함께 저속 기어비가 설정돼 강한 토크로 험로를 주파한다.

4L 모드 선택시 차량을 정차시키고 N 모드에서 3초 가량 기다리면 계기판에 4L 모드 아이콘이 점등된다. 진흙길이나 모래사장 등 바퀴의 구동력이 사륜에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ESP까지 눌러 꺼야 한다. 그래야 바퀴가 스핀하더라도 험로를 탈출할 수 있다.

험로 주행에서는 스티어링 휠 파지법도 달라지는데, 엄지 손가락을 림 안쪽으로 넣지 않고 바깥 쪽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 타이어가 강한 요철을 지날 경우 스티어링 휠이 튕기며 손가락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는 닫아 나뭇가지로부터 몸과 얼굴을 보호한다.

렉스턴 스포츠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경험은 편안했다. 요철을 흡수하는 감각이 부드럽고, 차량 곳곳에 더해진 크래딩을 통해 도장면 손상에 대한 걱정도 덜한 편이다. 20인치 휠 적용시 전하던 잔진동은 18인치 휠과 부드러운 올터레인 타이어가 상당 부분 흡수해 준다.

3D 어라운드뷰 시스템은 험로주행을 염두한 소비자라면 꼭 추가해야 할 옵션이다. 가파른 언덕의 정점을 지나는 상황과 같이 전방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도 안전하게 노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로 차량의 전후좌우를 선택해 볼 수 있는 것도 유용한 기능이다.

온로드 주행에서는 새롭게 추가된 차선유지보조, 후측방충돌보조가 보다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고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차량 특성상 민첩한 조향이 수반되지는 않지만, 경고와 조향유도의 역할은 충실하다. 조향감도 좋은 편이다.

디지털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I는 세련된 모습이다. 렉스턴에서 그대로 가져온 1열 시트의 안락함과 나파 가죽의 착좌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열 거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해당 차급의 특성이다. 조립 품질이 떨어지는 팝업식 스피커는 불필요한 옵션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은 일상주행에서는 만족스럽지만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는 상황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저회전 토크를 강조한 나머지 고회전 영역에서 힘이 빠진다. 또한 6단 자동변속기는 연비 향상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평균 연비는 9~10km/ℓ 수준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상품성은 가격 경쟁력에서 기인한다. 준중형 SUV의 가격이 3천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커다란 픽업트럭을 소유할 수 있다. 전동화, 첨단화가 정답처럼 얘기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통적 가치에 충실한 가성비 차량은 필요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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