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반떼 N을 시승했다. 아반떼 N은 고성능 N 브랜드의 가장 최신 모델로 그간 선보인 N 브랜드 특화 기술을 모두 담아냈다. 동급 가격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재미있는 요소들은 단언컨대 현대차가 최초다. 하지만 커진 차체로 인해 재미가 반감된 부분은 아쉽다.

신형 아반떼(CN7) 기반의 아반떼 N은 출시 이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모아온 모델이다. 먼저 국내에 선보인 벨로스터 N이 수요가 적은 3도어 구조의 벨로스터를 기반으로 한 것과 달리 아반떼 N은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활용이 가능한 아반떼 기반으로 범용성을 지녔다.

벨로스터 N이 고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만을 겨냥한 모델이라면, 아반떼 N은 패밀리카를 사야하지만, 조금 특별한 모델을 원하는 수요까지 수용할 수 있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비즈니스카 기반의 M5나 왜건 기반의 RS6를 꾸준히 내놓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반떼 N 시승을 마치며 느낀 현대차의 아반떼 N 상품 기획 목표는 고성능차의 대중화로 생각된다. 아반떼 N은 기존 벨로스터 N과 다르게 일상적인 주행을 고려한 다소 부드러운 서스펜션 셋업이 특징이다. 심지어는 N 모드에서도 벨로스터의 그것과 달리 부드럽다.

아반떼 N의 외관은 전면과 측면, 그리고 후면에서까지 고성능차 이미지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차체 하단부에 레드 스트립은 전후면 범퍼의 블랙컬러 디테일과 함께 대비를 이룬다. 전면부 범퍼의 검게 추가된 디테일은 도장이 적용되지 않아 고급감을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후면 하단부는 가장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대구경 듀얼 머플러팁이 기본형 아반떼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어울림이 좋다. 기본으로 적용된 리어 스포일러는 포르테쿱의 굴곡진 트렁크리드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매끈한 립스포일러를 적용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내는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를 제외하면 그냥 아반떼와 동일하다. 해당 가격대에서 블랙 원톤으로 특별함을 만들어 내려는 것은 욕심이다. 100만원짜리 스포츠 버켓시트는 시트포지션을 10mm 낮춰준다. 하지만 전동 조절과 통풍 기능을 포기하기에는 덥게 느껴진다.

2열 공간이나 트렁크 공간은 노멀 아반떼와 동일해 패밀리카로서 부족함이 없다. 리어 스티브 바로 인해 트렁크와 실내 공간이 나뉘는데, 2열 폴딩은 제공한다. 가격은 수동 변속기 기준 3212만원, 자동 변속기 3402만원으로 5년전 판매되던 골프 GTI 보다 1천만원 저렴하다.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4기통 터보엔진과 8단 DCT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28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 40.0kgm(2100~4700rpm), NGS 동작시 20초간 290마력으로 강화되는 오버부스트 기능을 갖췄다. 공차중량 1485kg, 복합연비 10.4km/ℓ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함께 출시된 코나 N과 동일하고, 공차중량은 아반떼 N이 30kg 가볍다. 275마력의 벨로스터 N과 비교하면 아반떼 N이 25kg 무겁다. 대신 아반떼 N은 차체 크기가 압도적으로 큰데, 전장 4675mm, 전폭 1825mm, 전고 1415mm, 휠베이스는 2720mm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아반떼 N 5.3초, 코나 N 5.5초, 벨로스터 N 5.6초다. 최고속도는 아반떼 N과 벨로스터 N 250km/h, 코나 N 240km/h다. 제원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아반떼 N과 코나 N에는 커진 터보차저와 강화된 냉각 시스템이 새롭게 탑재됐다.

현대차는 새 엔진을 'N 전용 가솔린 2.0 터보 플랫파워 엔진'이라고 강조하는데, 최고출력이 5500~6000rpm에서 플랫하게 유지된다. N 모드의 '파파팡'하는 후연소 사운드는 3000rpm 이상에서 가속페달을 뗄 경우, '펑'하는 뱅 사운드는 5000rpm 이상 업시프트시 연출된다.

미디어 시승은 인제 서킷 주변의 굽은 길 주행과 슬라럼, 서킷 풀 코스 주행으로 진행됐다. 정차시 공회전 엔진 회전수는 N 모드에서 900rpm, 노멀 모드 750rpm으로 차이를 보이는데, 900rpm 이하에서의 정차시에는 엔진의 진동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노멀 모드에서의 아반떼 N은 평범한 세단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쇠력이 조절되는 전자 제어 서스펜션은 최대한 풀어져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서 충격을 전달하지 않는다. 가속시 기본적인 엔진 흡기음은 만들어내지만 배기구에서는 어떤 소리도 만들지 않아 조용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감쇠력이 강해지지만 여전히 부드럽다. 후연소 사운드는 연출되지 않고, 5000rpm 이상에서의 업시프트시 뱅 사운드는 만들어낸다. N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을 최대한 조이지만, 딱딱하지 않다. '파파팡'하는 후연소 사운드는 N 라인업 중 가장 볼륨이 크다.

가변으로 동작되는 이런 배기 사운드를 3천만원대 출고 사양 자동차에서 보증수리까지 누리며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아반떼 N의 가치는 충분하다. 아반떼 N의 서스펜션 셋업이 기존에는 M 브랜드의 빡센 성향을 보였다면, 이제는 AMG의 여유로움으로 돌아섰다.

굽은 길은 아반떼 N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하지 않아도, 오르막 코너에서 가속시에는 e-LSD가 바깥 바퀴에 힘을 몰아줘 코너를 파고든다. 내리막 코너에서는 살짝 제동 후 선회하면 245/35ZR19 미쉐린 PS4S 타이어가 끈끈한 그립을 보여준다.

현대차의 다른 N 모델이 단면폭 235mm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아반떼 N은 245mm를 사용한다. 전륜 브레이크 로터 디스크는 360mm로 19인치 휠에서도 허전함이 없다. 또한 고마찰 로우 스틸 패드를 적용해 제동력 향상과 한계 상황에서 제동력 유지를 돕는다.

전륜구동차를 굽은 길에서 빠르게 타면 항상 걱정되는 부분은 리어 쪽의 그립이다. 벨로스터 N에서는 뛰어났고, 아반떼 N도 역시나 끈끈한 리어 그립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아반떼 N이 긴 휠베이스와 비교적 무른 서스펜션으로 인해 후륜이 따라오는 속도가 느리다.

또한 내리막 고속 코너에서의 언더스티어 시점이 비교적 빠르게 느껴진다.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전륜에 하중을 실어야 예쁘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벨로스터 N이 대충 코너에 던져져도 받아주는 것과 달리 차의 한계에 대한 운전자의 이해도가 보다 크게 작용해 보인다.

서킷 주행은 풀 코스 랩 타임 2분20초 전후의 속도로 진행됐다. 앱과 차량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GPS를 통해 자동으로 랩 타임을 계산해 랩 타임을 기록한다. 앱에서는 차의 가속과 제동, 횡가속을 최고 랩타입 기록과 비교해 보여주는데, 공짜로 쓰기에 미안하게 좋다.

랩 타임 기록시 스마트폰의 후방 카메라를 활성화 시키는 기능이 있는데, 모두가 궁금해 하던 계기판 옆 허전했던 그곳에 스마트폰 위가 살짝 나오게 붙이면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애프터마켓을 위한 배려라고 해두자. 이 모든 기능이 기본형 모델부터 제공돼 놀랍다.

서킷 내의 코너를 주파해 나가는 모습은 N 모델에서 기대하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가속과 제동, 코너링, 그리고 재가속으로 이어지는 동작에서의 밸런스가 좋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타이어 폭이 늘어났지만 승차감도 고려한 셋업은 코너에서 다소 무겁다.

대신 커진 차체로 인해 직선로에서의 주행안정감이 좋아졌다. 노멀 아반떼와 달리 리어 스티프 바 뿐만 아니라, 전륜쪽 차체 하단과 전륜 마운트에 보강재를 더하고, 다른 소재의 부싱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쉽게 지치지 않는 브레이크는 당연하지만 좋은 변화다.

아반떼 N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가지 감성 아이템이 담겨있다. 결이 다르지만, AMG의 배기 사운드, M의 등을 때리는 변속감, 포르쉐의 버튼식 오버부스트를 N의 스타일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서킷에서는 어설픈 스포츠카를 앞서는 실력까지 갖춘 만능 재주꾼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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