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21일 기자들을 상대로 시승행사를 개최하고 신형 터보엔진의 특장점을 공개했다.

'쏘나타 2.0 터보 GDi'는 271마력의 강력한 퍼포먼스로 스포츠카의 느낌이 날 것이라 예상했다. 폭스바겐 골프 GTI나 아우디 A4등 스포츠 성능을 강조한 차들도 211마력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짜릿한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3.0리터급 차를 몰고 있는 느낌이었다. 알고보니 현대차가 이 엔진에 부여한 임무가 '고성능 추구'가 아니라 '다운사이징(소형화) 추구'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현대차 측은 이 차의 엔진이 2.0리터인데 알페온3.0에 비해서 토크와 마력이 월등하고, 어코드 3.5에 비해서도 강력하다고 발표했다. 반면 닛산 알티마의 3.5리터 엔진(270마력)은 비교에서 빠졌다.

쏘나타 2.0 터보는 성능은 월등히 우수한데도 가격은 2960만원으로 기존 2.4 GDi(최고급형 3000만원)에 비해 오히려 약간 저렴해졌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개별소비세가 2.0리터부터는 10%인 반면 2.0리터 이하는 5%여서 2천만원 기준으로 100만원 가량의 세금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구입할 때 내는 취등록세나 자동차세 인하까지 더하면 소비자의 체감 가격은 더 낮아진다.

기존 2.4GDi와 출력을 비교 해보면, 최고출력은 70마력, 최대토크는 11.7kgm나 더 높아진 셈이다. 반면 연비는 불과 0.2 낮아졌을 뿐이다. 12.8km/l면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우수한 연비다.

현대차는 이 엔진의 역할을 V6 3.5리터를 대체하는 쪽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니 쏘나타 터보는 잘 달리는 면 보다 정숙하면서도 꾸준한 가속력을 강조한 듯 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엔진이 나올 수 있었던 주요 기술을 상당수 설명했다. 국내 다른 브랜드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현대차는 모두 스스로 만들다보니 기술자가 모든 것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 연구원이 밝힌 현대기아차 터보엔진의 특징

1. 가솔린 직분사 연소시스템

가솔린 직분사는 터보와 조합했을 때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터보는 공기를 실린더에 밀어넣는 장치인데, 이때 공기가 압축되면서 온도가 오르게 된다. 일반적인 포트분사식 엔진의 경우 압축 중 연료가 스스로 불이 붙으면서 노킹이나 실화(mis-fire)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연료가 없는 상태로 공기를 미리 압축하고, 여기에 연료를 뿌리기 때문에 실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연료자체가 차가운 상태로 분사되기 때문에 공기를 식혀주는 효과는 덤이다. 이같은 이유로 더 높은 압축비를 설정할 수 있고, 하이옥탄 연료가 아닌 일반유를 넣고도 터보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현대차 기술진의 설명이다.

2. 전동식 웨이스트게이트를 적용한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쏘나타의 터보는 배기매니폴드와 일체형 모듈로 만들어져 있다. 장치를 별도 장착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더 가볍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 장착된 '웨이스트게이트'란 터보로 보낼지 그냥 배기관으로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장치다. 엔진회전수(RPM)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을때 터보를 거치지 않고 바이패스 시켜 터보차저가 최적의 상태로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장치로 인해 쏘나타 터보가 이른바 '플랫토크'를 이루도록 설계됐다.

예전에는 트윈터보 가솔린 차량도 많았지만, 최근엔 트윈터보 보다 트윈스크롤 터보를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배기구를 실린더별로 구분해 양쪽으로 뽑는 것까지는 트윈터보와 동일하지만, 트윈터보와 달리 한개의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예전과 달리 터빈 자체가 가벼워져서 효율면에서 트윈스크롤터보가 더 우수하기 때문에 요즘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트윈스크롤터보를 이용한다. 참고로 요즘 터보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BMW는 이 기술을 트윈파워터보라고 칭한다.

 

 

3. 오일펌프 일체형 밸런스 샤프트

NF쏘나타 때부터 2.0리터 4기통 엔진에 빠진 밸런스 샤프트 모듈(BSM)이 이번 엔진에는 들어가 있다. 이것이 없으면 진동이 심해 엔진을 구성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대기아차 연구소는 이것을 빼고도 진동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술을 만들어 정숙성을 약간 희생하고 출력과 연비를 높이는 쪽으로 제품군을 정했다. 하지만 출력이 충분한 2.4리터 엔진이나 터보엔진에는 BSM이 장착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밸런스샤프트 모듈 감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이번에는 오일펌프와 일체형으로 개발했다. '오일펌프'는 오일팬에 있는 오일을 주걱으로 퍼올리는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주걱을 조금 더 무겁게 만들고 밸런스에 맞게 동작하게 함으로써 밸런스를 맞추는 것과 동시에 오일도 퍼올리는 역할을 하게 만든 것이다.

4. 흡배기 연속 가변밸브타이밍

저RPM에서는 흡배기를 적게, 고RPM에서는 흡배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밸브를 여닫는 시기를 조금씩 지속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BMW에서 말하는 가변밸브타이밍(VANOS)나 혼다의 VVT와 비슷한 기술이다.

5. 에어가이드 장착 인터쿨러

요즘 판매되는 모든 터보차들은 공기를 압축할 때 뜨거워지는 것을 줄이고자 인터쿨러를 장착하게 돼 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인터쿨러에 바람이 모아져 들어갈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장착했다는 설명이다. 이 가이드(덕트)를 이용하면 공기가 더 차가워지고 압축률이 높아져 성능/연비/응답성이 좋아진다고 한다. 물론 미미한 수준이겠지만 이런것까지 테스트 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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