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렉스턴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승했다. 더 뉴 렉스턴 스포츠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전후면 외관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하고, 트림을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레저용 수입산 픽업트럭의 판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산 픽업트럭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쌍용차의 내외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형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됐다.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의 이미지 리딩격 모델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다란 차체 대비 저렴하게 느껴지는 가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국산 중형 SUV의 가격이 4천만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렉스턴 스포츠는 3천만원 중반 가격에 쓸만한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시승한 모델은 3165만원의 칸 프레스티지로 사륜구동 시스템, 다이내믹 패키지, 루프랙 등 640만원의 옵션이 더해진 3805만원으로 구성됐다.

쉐보레가 완제품으로 수입한 콜로라도가 3830만원, 포드 레인저가 4990만원에서 시작해 예전 병행 수입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시절과 달리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적어진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은 소비자들에게는 항상 더 좋은 선택지를 제공해 환영한다.

시승차에는 쌍용차에서 임의로 장착한 애프터마켓 타이어가 적용됐다. 출고시 옵션으로 제공되지 않는 사양으로 쿠퍼타이어의 디스커버 S/T 265/60R18 제품이다. 트레드 패턴으로 미뤄볼 때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강조된 타입으로 타이어 측면부 디자인이 공격적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도심에서 타기에는 덩치가 상당하다. 전장 5405mm, 전폭 1950mm, 전고 1865mm, 휠베이스 3210mm로 어지간한 주차라인의 좌우를 꽉 채우고, 앞쪽 주차라인을 차체가 한참 넘어선다. 복잡한 도심에는 부담스럽지만 덩치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다.

이번 부분변경의 핵심은 전면부 외관 디자인이다. 미국의 대형 픽업트럭이 연상되는 대형 그릴과 세로형 LED 안개등이 더해져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보닛과 펜더의 기존 금형을 유지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두툼해진 펜더 역시 차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전면 범퍼 하단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위한 레이더 반사판이 보이는데 출시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차선유지보조와 함께 적용될 계획이 어떤 이유에서 무산된 것으로 보여진다. 최신 ADAS가 적용을 위해서는 유압식 대신 전자식 스티어링 휠이 적용돼야 한다.

후면부에서는 범퍼 디자인을 바꾸고, 리어램프를 LED 면발광 스타일로 변경했다. 두툼한 플라스틱 마감재를 더한 트렁크 도어는 미국형 픽업트럭 스타일이다. 금형을 바꾸지 않은 변화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디자인 부서의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됐다.

실내 디자인은 A필러에 손잡이를 더한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다. 블랙 헤드라이닝, 나파가죽시트에 신규 브라운 컬러가 도입되는 변화가 있다. 출시 때부터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호평 받았던 시트는 꽤나 편안하다. 프레임보디 특유의 올라 타는 시트포지션도 그대로다.

시승차는 다이내믹 패키지가 적용돼 전고가 기본형 대비 10mm 높다. 다이내믹 패키지에는 사이드 스텝, 블랙 휠 등 꽤나 알차게 구성돼 있는데, 플로팅 무드 스피커라고 불리는 대시보드 중앙의 스피커는 마감이 조악하다. 실내 도어 손잡이의 마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2.2리터 4기통 LET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m(at 1600-2600rpm)를 발휘한다. 4WD 기준 공차중량은 2180kg(2WD 2070kg), 복합연비는 10.0km/ℓ(도심 9.1, 고속 11.3)다.

렉스턴 스포츠가 처음 출시된 2018년에는 꽤나 준수한 사양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6단 자동변속기가 아쉽다. 가격대가 더 높은 SUV 렉스턴에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차별화 포인트이기도 하다. 2000rpm 전후의 실용 엔진 회전에서 최대토크가 나와 가속이 매끄럽다.

실내에서의 정숙성은 예나 지금이나 렉스턴급 차량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소음은 물론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도 거의 없다. 전륜(FF)에 동력을 전달하는 흔한 국산 SUV와 달리 후륜(FR)에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시트나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이 없어 쾌적하다.

도심에서의 일상적인 주행은 대형 SUV를 모는 감각이다. 높은 시트포지션로 인한 넓은 전방시야는 승용차 대비 여유를 갖게 한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스트레치드 리무진과 유사한 점을 고려해 회전시 차량 안쪽으로 파고드는 공간이 크다는 점만 감안하면 무난하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렉스턴 라인업 차량의 공통된 장점이다. 고속도로에서 어지간히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이 유지된다. 다만 고속에서 스티어링이 크게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안정성이 쉽게 떨어지며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한다. 바꾼 타이어로 인해 그립이 더욱 좋지 않다.

양산차에서는 차급에 따른 승차감이 크게 다른데, 차체 크기나 공차중량에서 비롯되는 차이가 적지 않다. 렉스턴 스포츠의 경우 대형 SUV 렉스턴의 섀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수한 편이다. 노면의 충격이 전달될 경우 1.5톤의 차체와 2톤의 차체는 질감이 다르다.

오프로드에서는 프레임보디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자잘한 요철에서는 모노코크 SUV 대비 좋을 것이 없지만, 큰 요철은 보다 유연하게 소화한다.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에 대한 걱정이 적은 것도 장점, 출고용 타이어를 대신하는 오프로드 타이어의 주파력도 강점이다.

하지만 오프로드 주행시 픽업트럭의 고장에서 만들어진 미국산 픽업트럭의 서스펜션 셋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한계로 생각된다. 거친 노면을 고속으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요철을 소화하는 승차감이나 기대 이상의 휠 트러블을 통한 험로 주행 능력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런 오프로드 주행 성능의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지형적인 차이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주말 캠핑용으로 구입한다면 기본형 모델에 사륜구동을 더한 3천만원 사양에 300만원대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으로 하드탑 아웃도어 패키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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