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터(Le Transporteur - Extreme, 2005)

2010 남아공월드컵 기간 동안 가장 이득을 많이 본 곳은 어디일까? 방송국, 각종 스폰서 기업, 연예인, XX녀 그리고 치킨집 되겠다. 제 시간에 치킨을 먹기 위해서는 4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닭 튀기는 게 길어야 십분 이십분이지 하는 생각으로 한 시간, 혹은 삼십분 전에 배달 시켰다가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치킨이 도착했을 것이다. 치킨 한 마리 때문에 기분상하고 골은 먹고, 치킨은 소식이 없고, 축구는 지고, 아직도 치킨은 안 오고…… 치킨 한 마리가 커지고 커져서 부부싸움, 동네싸움 날 기세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배달 업체의 생명은 신속, 정확이다.

▲ 트랜스포터2. 아우디 A8

여기에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배달원이 있다. 차에 실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신속 정확하게 배달하는 배달의 기수, 트랜스포터 프랭크(제이슨 스타뎀)! 그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트랜스포터 시리즈는 현재 3편까지 나온 상태이다. 1편의 예상 밖의 선전으로 시리즈물이 된 사례다. 영국 다이빙 선수 출신의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이 연이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영화 택시의 릭 베송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자동차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과 섬세하고 세련된 영상미는 영화 택시와 많이 닮아있다. 전체적인 시리즈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의 애마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1편에서는 BMW, 2와 3편은 아우디가 애마로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차량은 BMW 7 시리즈도 아니고 아우디 A8 또한 아니다. 트랜스포터하면 아우디 아니냐 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이다.   

▲ 무르시엘라고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과속방지턱 뿐이 아닐까

세계 최고의 슈퍼카를 생산하는 람보르기니는 원래 경작용 트랙터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회사의 창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트랙터 생산으로 많은 돈을 벌어 페라리 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페라리의 클러치가 자주 고장났다. 그는 트랙터 정비원에게 일러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페라리에 사용된 클러치가 자신의 트랙터의 것과 똑같다 것을 알게 되었다. 페루치오는 자신의 페라리 차량에 트랙터 부품을 끼워가면서 연구를 했고, 결국 엔초 페라리에게 자신이 발견한 클러치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스포츠카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엔초 페파리는 페루치오에게 당신은 농부니깐 트랙터나 계속 몰고 내 차에 대해선 불평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페루치오는 단단히 화가 나서 페라리를 능가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슈퍼카 람보르기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람보르기니 쿤타치와 미우라, 그리고 트랙터

람보르기니는 항상 극단적이고 타협을 모른다. 경쟁 차량보다 정교하고 빠르며, 시끄럽고 날렵해야 한다. 무르시엘라고는 이런 람보르기니의 라인업 중 최고의 차량이다. 무르시엘라고는 사륜구동, 미드쉽 스포츠카이다. 지붕과 땅 사이의 높이가 채 120 cm도 되질 않는 원채 낮은 쿠페의 차체가 특징이다. 영화 속에서도 고속도로 톨게이트 차단기를 그냥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람보르기니의 특징인 시저 도어를 채택해 이국적인 이미지를 살린 슈퍼카이다. 1세대 무르시엘라고에 탑재된 6.2리터 V12 엔진은 580마력의 힘을 냈고, 유럽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동력 장치를 탑재하고 있었다. 60마일 (97 km/h)까지의 가속시간은 3.8초였다. 1세대 무르시엘라고는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원래는 ‘LP580’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후속 차량들부터 출력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LP’ 라는 코드네임은 후속 차량들에게 사용되었다. LP는 Longitudinale Posteriore의 약자로, 한글로 직역하면 ‘후방 새로 배치’ 라는 뜻이다. LP580의 뜻은, ‘엔진을 후방(조금 더 자세히는 '뒷쪽 중앙')에 세로로 배치한 580마력’ 이라는 뜻이다.

▲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는 2004년과 2005년 사이에만 만들어져 쿠페보다 그 수가 현저히 적다. 무르시엘라고의 로드스터 디자이너는 스텔스 폭격기, 요트, 건축물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이것들을 표방해서 디자인한 것이다. 때문에 무르시엘라고 로드스터는 뒤쪽 부분과 엔진 커버가 무르시엘라고 쿠페와 다르다. 성능 면에서도 더욱 공격적이다. 영화 속 질주 장면에서는 E기어로 불리는 6단 시퀀셜 변속기가 나온다. 스티어링 휠 안쪽의 레버가 바로 이 것이다. 손가락으로 당기면 경쾌한 변속음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 변속기가 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 뒷편에 달린 레버가 바로 6단 시퀀셜 변속기!

영화 속의 주인공은 단연 아우디 A8 이다. 하지만 무르시엘라고가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비단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흥하고 싶었던 독일 기술자는 성난 황소 때문에 묻히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뭐 어떠한가. 지금은 기술자가 황소를 키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곧 기술자는 업그레이드 된 성난 황소를 공개할 것이다. 무르시엘라고의 후속 모델 ‘조타’에 많은 남성들은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김상영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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