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투아렉 시승기, '최고의 SUV' 칭호를 줄 수 밖에…

폭스바겐 투아렉 시승기, '최고의 SUV' 칭호를 줄 수 밖에…

발행일 2011-07-08 19:41:21 김한용 기자
보통의 슈퍼카는 '물찬제비처럼 날렵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슈퍼SUV라면 얘기가 다르다. '무시무시하다'는 표현을 써야 할 것 같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2톤이 넘는 육중한 덩치를 5.8초만에 시속 100km의 속도로 쏘아내는 차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개발 목표가 남다른 차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온로드 성능, 동급 최강 오프로드 성능, 럭셔리 세단과 동등한 승차감 등 3가지 분야 최고의 차를 한데 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 차라는 것이 폭스바겐 측의 설명이다. 목표에 잘 부합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심정으로 시승에 임했다.

국내 출시한 2개 차종은 모두 디젤 엔진 모델로 4.2리터 V8엔진과 3.0리터 V6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 이번에 시승한 차는 V8엔진을 갖춘 차다.

◆ 변신로봇 같은 외관 흥미로워

외관은 기존의 투아렉에 비해 훨씬 개성이 넘친다. 헤드램프 내부의 LED 주간등은 어디서 봐도 투아렉이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뒷모양은 이전 모델에 비해 날렵해 졌지만 존재감이 줄어들지 않은 점이 다행스럽다. 경쟁모델인 포르쉐 카이엔 신형의 경우 뒷모습이 너무 날렵하게 굽은 나머지 카리스마가 다소 줄었다는 평가도 있었기 때문이다.

차체의 높이는 5단계로 낮추거나 높여지는데,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가 다소 낮아지고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가 다소 높아진다. 차체가 낮을때는 마치 웨건형 승용차를 보는 듯 날렵해 보이는가 하면, 차체를 높이자 어떤 험로도 뚫고 달릴 수 있을 법한 본격 SUV의 느낌이 든다. 외관도 어딘가 모르게 변신 로보트를 연상케 하더니, 차체가 큰 폭으로 변화되는 느낌이 흥미롭다.

◆ 가볍지 않은 육중한 가속력 "대단해"

출력만 보면, 골프 GTI 같이 출발할 때 타이어가 노면에서 "끼기긱"하는 휠스핀을 일으키는게 기대되지만 출발할 때는 휠스핀이 일어나지 않는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대신, 그 힘을 4륜으로 골고루 배분해 온전히 차가 출발하는데 힘을 다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폭이 넓고, 그립감이 좋은 굿이어 이글F1타이어가 장착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속을 좀 더 해보면, 변속이 너무 부드럽다는 느낌도 든다. 이번에 폭스바겐에서 처음 적용한 8단 변속기가 변속 충격을 극소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 가속감을 느껴보면 저회전으로부터 높은 토크를 발휘해 상쾌하다. 가속페달을 그리 밟지 않아도 가속력은 짜릿하고 조심스럽다. 시속 100KM까지 주행시간이 5.8초라는 것은 말하자면 포르쉐 911카레라와 비슷한 수치니 당연하다.

 페달을 밟을때 으르렁대는 사운드도 운전자를 자극한다. 이번 V8엔진이 내는 사운드가 이전 V10에 비해 더 박진감 넘치는 듯하다. 순항하면 어느새 사운드는 잦아들면서 세단같은 느낌을 낸다. V8모델에는 온로드용 타이어와 범퍼립이 장착돼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극도로 억제돼 있다. 아니 1억이 넘는 독일 차에 이 정도 성능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이 차를 위해 개발된 서스펜션과 방음 대책들이 8천만원대 V6에도 상당부분 장착된다고 하니 V6오너들은 그 덕을 본다고 해야할까.


◆ 서킷 공략…스포츠카나 세울만한 대단한 기록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굳이 서울 근교의 A서킷을 달렸다.

차를 고속으로 내달려 보는데, 차가 스스로 속도에 적응하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차체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넓고 노면에 웅덩이가 있어서 군데군데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4륜구동 덕분에 조금 밀려나도 속도를 잃지 않은채 쉽게 그립을 되찾았다.

이전의 투아렉이 오프로드를 위한 차로 나온 느낌이었다면 이번의 투아렉V8은 온로드에서 달리는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강하다. 가속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코너에서 안정감이 SUV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정도다. 지난번 BMW 320i로 테스트 할 때는 한바퀴 도는 시간이 1분 50초로 나왔는데, 이번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분 10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대 출력은 340마력(4000rpm)으로 '조금 강력한' 수준이지만, 최대 토크가 국내 판매 중인 SUV 중 가장 강력한 81.6kg.m(1750~2750rpm)로 코너에서 감속 후 다시 재가속을 할 때 높은 토크를 이용해 쉽게 가속되기 때문에 서킷 기록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 특성은 국내 대부분 도로에서 운전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이렇게 스포츠 성능을 강화한 SUV라니, 이 차의 타겟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스포츠카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SUV라고 할 수 있을텐데, 스포츠카 마니아가 과연 이 차를 구입할까.

◆ 오프로드 랠리에 바로 투입해도 그만

이번엔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의 성지라는 서울 근교의 모처를 달리기로 했다. 오프로드 입구에는 4륜구동 ATV를 임대해주는 업자가 있었다. 그는 이 차를 보면서 "이렇게 험한 오프로드를 저런 차로 달리면 다 박살난다"고 잘라 말했다. 너무 멀끔하게 생겼으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했다.

하지만 레버를 오프로드모드로 바꾸고 차체 높이를 한단계 올려보이자 관리자도 눈이 둥그레진다. 사실 이 차는 진입각 35도, 45도 경사까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차다. SUV라기보다는 탱크에 더 가깝다. 말없이 그의 앞을 가로질러 굉장한 속도로 오프로드로 진입한다. 뒷모습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모래연기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달려도 괜찮을까 싶은 속도로 한참을 달려 보니 서스펜션이 정말 묘하다. 코너에서는 단단한 느낌을 주면서도 군데군데 돌부리가 올라 있는 부분은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에어서스펜션을 절묘하게 세팅한 듯 하다. 더구나 덩치에 맞지 않는 단단한 강성이 인상적이다. 폭스바겐은 다카르 랠리에 3년째 우승을 도맡아 하고 있다. 랠리용 투아렉은 이 차 서스펜션과 직접적인 부품 연관성은 없겠지만, 랠리에서 쌓아온 오프로드 주행 노하우가 양산차에도 분명 녹아들어 있는 듯 했다. 비록 지금 멀끔한 양산차의 탈을 쓰고 있지만, 랠리에 투입 해도 손색 없을 듯 했다.

◆ 실내공간…가족들에게도 '좋은 아빠'소리 들을듯

짐을 싣는 과정이 남다르다. 버튼을 누르면 뒤 해치가 열리고, 큰 짐을 실어야 할 경우는 트렁크에 붙은 버튼만 누르면 2열 시트가 앞으로 넘어간다. 또, 버튼을 누르면 짐을 싣기 편하도록 차체가 저절로 낮아진다.

이 차는 대형 SUV지만, 5인승이다. 트렁크 공간까지 빈틈없이 촘촘히 의자를 박아넣는 국산SUV들과 달리 수입차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앉을만한 공간에만 의자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트렁크 공간과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것은 당연해보인다.

넉넉한 공간은 최고급 스피커 메이커인 다인오디오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로 채워진다. 차체 방음이 잘 된 덕에 스피커 전체가 인클로저(스피커통)가 돼서 음악의 질감을 한차원 상승 시켜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오디오 헤드유닛은 디자인이 조금 아쉽고 내비게이션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헤드유닛을 교체할 듯 하다.

전반적으로 온로드 스포츠 주행 성능과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모두 각 분야 최고 수준이다. 거기다 실내 공간이나 편의사양도 대단해 '최고의 SUV'라는 칭호를 주기 아깝지 않다. BMW X5에 비해선 훨씬 오프로드 성능이 강화됐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에 비해선 온로드 성능이 강화됐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물론 '최고'는 이 차뿐은 아니어서, 플랫폼을 공유하는 포르쉐 신형 카이엔 터보나 아우디 Q7 V8과도 서로 경쟁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다만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도 연비가 10.4km/l에 불과하다 것은 최근 폭스바겐 답지 않은 부분이다. 가격도 무려 1억1470만원이라고 하니 이 차를 사면 '멋진 아빠'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집안 거덜낸 남편' 소리는 분명 들을 듯 하다. 말 그대로 '최고의 SUV'를 탄다는 것은 성공한 재력가만 누릴 수 있는 사치인 듯 하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페라리 아말피 국내 출시, 640마력 프런트 미드십 스포츠카

페라리 아말피 국내 출시, 640마력 프런트 미드십 스포츠카

페라리 아말피(Amalfi)가 23일 국내에 출시됐다. 아말피는 페라리의 새로운 프런트 미드 V8 쿠페로, 페라리 로마로 시작된 그랜드 투어로의 명맥을 이어간다. 차명은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 해안의 찬란한 에너지와 삶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외관 디자인은 쐐기 형태의 측면 프로필과 실루엣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그릴을 없앤 전면부는 차체와 동일한 색상의 밴드 아래 헤드라이트와 센서를 통합해 조각 같은 볼륨감을 자랑한다.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알핀, 차세대 A110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도입

알핀, 차세대 A110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도입

르노의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Alpine)이 A110 후속 모델을 순수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전망이다.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에보와의 인터뷰에서 알핀 CEO 필립 크리프는 A110 차세대 모델이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으로 탑재될 가능성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크리프 CEO는 이번 전략 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전기 스포츠카에 대한 미온적인 시장의 반응이 고려된 것으로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기아 2세대 텔루라이드 티저 공개, 볼드한 디자인

기아 2세대 텔루라이드 티저 공개, 볼드한 디자인

기아는 22일(현지시각) 2세대 텔루라이드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의 북미시장 전용 모델로, 지난 2019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개발, 생산되는 모델로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는다. 오는 11월 20일 공개될 예정이다. 2세대 텔루라이드는 기아가 이어온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 기조 아래 슬림한 수직형 호박색 LED 주간주행등을 통해 와이드한 차체

뉴스이한승 기자
[시승기] 볼보 ES90, 이상적인 시트포지션과 승차감 구현

[시승기] 볼보 ES90, 이상적인 시트포지션과 승차감 구현

볼보 ES90 울트라 싱글모터를 프랑스 현지에서 시승했다. ES90은 볼보의 최신 아키텍처 SPA2 기반 플래그십 전기 세단으로, 세단의 안정감과 SUV의 공간감을 함께 만족한다. 특히 배터리팩 대비 여유로운 실주행거리와 이상적인 시트포지션, 에어 서스펜션의 편안한 승차감은 인상적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26년 차세대 전기 플래그십 EX90과 ES90을 한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볼보의 전동화 전략의 핵심으로도 보여지는 이들 모델은 순수 전기차를 위한 SPA

수입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포르쉐 마칸 GTS 공개, 516마력..1억7303만원부터

포르쉐 마칸 GTS 공개, 516마력..1억7303만원부터

포르쉐가 신형 마칸 GTS를 공개했다. 마칸 EV의 5번째 파생 모델인 마칸 GTS는 최고출력 516마력, 최대토크 97.4kgm의 듀얼 전기모터를 통해 100km/h 정지가속 3.8초, 200km/h까지 13.3초가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250km/h다. 독일 기준 가격은 10만4200유로(1억7303만원)부터 시작된다. 신형 마칸 GTS는 마칸 터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리어 액슬 전기모터가 탑재된다. 파워 유닛에는 고효율 900Ah 실리콘 카바이드 (SiC) 펄스 인버터가 적용된다. 런치 컨트롤시 오버부스트 출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혼다 CR-V, 출시 30주년..하이브리드 SUV의 기준

혼다 CR-V, 출시 30주년..하이브리드 SUV의 기준

혼다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 'CR-V'가 출시 30주년을 맞이했다고 22일 밝혔다. 혼다는 이번 30주년을 기념해 CR-V 30주년 기념 로고와 CR-V의 역사를 한눈에 담은 전용 웹사이트도 공개했다. 혼다는 CR-V 출시 30주년을 맞이하며, CR-V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도 전 세계 고객의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혼다 CR-V는 'Comfortable Runabout Vehicle(편안한 다목적 차량)'의 약자로, 사람들의 일상에 더 즐겁고 풍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미니 JCW 어센틱스 출시, 미니코리아 20주년..60대 한정판

미니 JCW 어센틱스 출시, 미니코리아 20주년..60대 한정판

미니코리아가 한정 에디션 'MINI JCW 어센틱스(Authentix)'를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JCW 어센틱스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니 특유의 고-카트 감각을 극대화하고, 2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미니 샵 온라인을 통해 단 60대만 한정 판매되며, 가격은 5710만원이다. MINI JCW 어센틱스는 MINI 특유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JCW만의 스포티한 디테일, MINI코리아 설립 20주년 기념 요소들이 어우러져 MINI의 정체성인 '고-카트 감각(Go-Kart Feeling)'을 시각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볼보자동차 ES90 총괄

볼보자동차 ES90 총괄 "볼보 역사상 가장 똑똑한 전기차"

"볼보 ES90은 세단의 세련된 비율과 SUV의 활용성을 결합한 새로운 타입의 순수 전기 세단입니다" 볼보자동차 ES90 글로벌 제품 및 사업 총괄 프레드릭 린드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프랑스 니스에서의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볼보 ES90은 2026년 한국에 출시될 럭셔리 전기차다. 프레드릭 린드는 볼보 ES90의 강점에 대해 "ES90은 스칸디나비아 감성의 심플하고 정제된 디자인이 볼보만의 정체성"이라며, "탁월한 정숙성, 차분한 드라이빙 감각은 고요한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비스틱, '2026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선정

캐딜락 비스틱, '2026 독일 올해의 차' 럭셔리 부문 선정

캐딜락의 프리미엄 3열 순수 전기 SUV '비스틱(VISTIQ)'이 '2026 독일 올해의 차(GCOTY)'에서 럭셔리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 10월 13일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40명의 글로벌 자동차 전문가들이 디자인, 혁신성, 실용성, 성능,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비스틱은 상징적인 디자인과 7인승 3열 공간, 그리고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시스템,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23개 스피커 AKG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한 첨단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