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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투아렉 시승기, '최고의 SUV' 칭호를 줄 수 밖에…
2011년 07월 11일 (월) 17:33:45 김한용 기자 whynot@top-rider.com

보통의 슈퍼카는 '물찬제비처럼 날렵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슈퍼SUV라면 얘기가 다르다. '무시무시하다'는 표현을 써야 할 것 같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2톤이 넘는 육중한 덩치를 5.8초만에 시속 100km의 속도로 쏘아내는 차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개발 목표가 남다른 차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온로드 성능, 동급 최강 오프로드 성능, 럭셔리 세단과 동등한 승차감 등 3가지 분야 최고의 차를 한데 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만든 차라는 것이 폭스바겐 측의 설명이다. 목표에 잘 부합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심정으로 시승에 임했다.

국내 출시한 2개 차종은 모두 디젤 엔진 모델로 4.2리터 V8엔진과 3.0리터 V6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이 중 이번에 시승한 차는 V8엔진을 갖춘 차다.

◆ 변신로봇 같은 외관 흥미로워

외관은 기존의 투아렉에 비해 훨씬 개성이 넘친다. 헤드램프 내부의 LED 주간등은 어디서 봐도 투아렉이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뒷모양은 이전 모델에 비해 날렵해 졌지만 존재감이 줄어들지 않은 점이 다행스럽다. 경쟁모델인 포르쉐 카이엔 신형의 경우 뒷모습이 너무 날렵하게 굽은 나머지 카리스마가 다소 줄었다는 평가도 있었기 때문이다.

차체의 높이는 5단계로 낮추거나 높여지는데,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가 다소 낮아지고 오프로드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가 다소 높아진다. 차체가 낮을때는 마치 웨건형 승용차를 보는 듯 날렵해 보이는가 하면, 차체를 높이자 어떤 험로도 뚫고 달릴 수 있을 법한 본격 SUV의 느낌이 든다. 외관도 어딘가 모르게 변신 로보트를 연상케 하더니, 차체가 큰 폭으로 변화되는 느낌이 흥미롭다.
   

◆ 가볍지 않은 육중한 가속력 "대단해"

출력만 보면, 골프 GTI 같이 출발할 때 타이어가 노면에서 "끼기긱"하는 휠스핀을 일으키는게 기대되지만 출발할 때는 휠스핀이 일어나지 않는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대신, 그 힘을 4륜으로 골고루 배분해 온전히 차가 출발하는데 힘을 다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폭이 넓고, 그립감이 좋은 굿이어 이글F1타이어가 장착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속을 좀 더 해보면, 변속이 너무 부드럽다는 느낌도 든다. 이번에 폭스바겐에서 처음 적용한 8단 변속기가 변속 충격을 극소화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 가속감을 느껴보면 저회전으로부터 높은 토크를 발휘해 상쾌하다. 가속페달을 그리 밟지 않아도 가속력은 짜릿하고 조심스럽다. 시속 100KM까지 주행시간이 5.8초라는 것은 말하자면 포르쉐 911카레라와 비슷한 수치니 당연하다.
   

 페달을 밟을때 으르렁대는 사운드도 운전자를 자극한다. 이번 V8엔진이 내는 사운드가 이전 V10에 비해 더 박진감 넘치는 듯하다. 순항하면 어느새 사운드는 잦아들면서 세단같은 느낌을 낸다. V8모델에는 온로드용 타이어와 범퍼립이 장착돼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극도로 억제돼 있다. 아니 1억이 넘는 독일 차에 이 정도 성능은 당연한지 모르겠다. 이 차를 위해 개발된 서스펜션과 방음 대책들이 8천만원대 V6에도 상당부분 장착된다고 하니 V6오너들은 그 덕을 본다고 해야할까.


◆ 서킷 공략…스포츠카나 세울만한 대단한 기록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굳이 서울 근교의 A서킷을 달렸다.

차를 고속으로 내달려 보는데, 차가 스스로 속도에 적응하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차체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넓고 노면에 웅덩이가 있어서 군데군데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지만 4륜구동 덕분에 조금 밀려나도 속도를 잃지 않은채 쉽게 그립을 되찾았다.
   

이전의 투아렉이 오프로드를 위한 차로 나온 느낌이었다면 이번의 투아렉V8은 온로드에서 달리는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강하다. 가속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코너에서 안정감이 SUV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정도다. 지난번 BMW 320i로 테스트 할 때는 한바퀴 도는 시간이 1분 50초로 나왔는데, 이번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분 10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대 출력은 340마력(4000rpm)으로 '조금 강력한' 수준이지만, 최대 토크가 국내 판매 중인 SUV 중 가장 강력한 81.6kg.m(1750~2750rpm)로 코너에서 감속 후 다시 재가속을 할 때 높은 토크를 이용해 쉽게 가속되기 때문에 서킷 기록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 특성은 국내 대부분 도로에서 운전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이렇게 스포츠 성능을 강화한 SUV라니, 이 차의 타겟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스포츠카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SUV라고 할 수 있을텐데, 스포츠카 마니아가 과연 이 차를 구입할까.

◆ 오프로드 랠리에 바로 투입해도 그만

이번엔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의 성지라는 서울 근교의 모처를 달리기로 했다. 오프로드 입구에는 4륜구동 ATV를 임대해주는 업자가 있었다. 그는 이 차를 보면서 "이렇게 험한 오프로드를 저런 차로 달리면 다 박살난다"고 잘라 말했다. 너무 멀끔하게 생겼으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했다.

하지만 레버를 오프로드모드로 바꾸고 차체 높이를 한단계 올려보이자 관리자도 눈이 둥그레진다. 사실 이 차는 진입각 35도, 45도 경사까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차다. SUV라기보다는 탱크에 더 가깝다. 말없이 그의 앞을 가로질러 굉장한 속도로 오프로드로 진입한다. 뒷모습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모래연기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달려도 괜찮을까 싶은 속도로 한참을 달려 보니 서스펜션이 정말 묘하다. 코너에서는 단단한 느낌을 주면서도 군데군데 돌부리가 올라 있는 부분은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에어서스펜션을 절묘하게 세팅한 듯 하다. 더구나 덩치에 맞지 않는 단단한 강성이 인상적이다. 폭스바겐은 다카르 랠리에 3년째 우승을 도맡아 하고 있다. 랠리용 투아렉은 이 차 서스펜션과 직접적인 부품 연관성은 없겠지만, 랠리에서 쌓아온 오프로드 주행 노하우가 양산차에도 분명 녹아들어 있는 듯 했다. 비록 지금 멀끔한 양산차의 탈을 쓰고 있지만, 랠리에 투입 해도 손색 없을 듯 했다.
   

◆ 실내공간…가족들에게도 '좋은 아빠'소리 들을듯

짐을 싣는 과정이 남다르다. 버튼을 누르면 뒤 해치가 열리고, 큰 짐을 실어야 할 경우는 트렁크에 붙은 버튼만 누르면 2열 시트가 앞으로 넘어간다. 또, 버튼을 누르면 짐을 싣기 편하도록 차체가 저절로 낮아진다.

이 차는 대형 SUV지만, 5인승이다. 트렁크 공간까지 빈틈없이 촘촘히 의자를 박아넣는 국산SUV들과 달리 수입차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앉을만한 공간에만 의자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트렁크 공간과 뒷좌석 공간이 넉넉한 것은 당연해보인다.

넉넉한 공간은 최고급 스피커 메이커인 다인오디오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로 채워진다. 차체 방음이 잘 된 덕에 스피커 전체가 인클로저(스피커통)가 돼서 음악의 질감을 한차원 상승 시켜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오디오 헤드유닛은 디자인이 조금 아쉽고 내비게이션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비자들 중 상당수가 헤드유닛을 교체할 듯 하다.
   

전반적으로 온로드 스포츠 주행 성능과 오프로드 주행성능이 모두 각 분야 최고 수준이다. 거기다 실내 공간이나 편의사양도 대단해 '최고의 SUV'라는 칭호를 주기 아깝지 않다. BMW X5에 비해선 훨씬 오프로드 성능이 강화됐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에 비해선 온로드 성능이 강화됐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물론 '최고'는 이 차뿐은 아니어서, 플랫폼을 공유하는 포르쉐 신형 카이엔 터보나 아우디 Q7 V8과도 서로 경쟁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다만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도 연비가 10.4km/l에 불과하다 것은 최근 폭스바겐 답지 않은 부분이다. 가격도 무려 1억1470만원이라고 하니 이 차를 사면 '멋진 아빠'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집안 거덜낸 남편' 소리는 분명 들을 듯 하다. 말 그대로 '최고의 SUV'를 탄다는 것은 성공한 재력가만 누릴 수 있는 사치인 듯 하다.
김한용 기자 whynot@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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