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는 국내 들어온지 벌써 1년이 됐지만 아직 인지도를 충분히 높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바루의 인지도와 상관없이 전문가들은 이 차의 성능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얼마나 우수한 성능을 갖췄기에 그런지 호기심 어린 심정으로 시승했다.

스바루의 우수한 성능은 크게 두가지 특징이 그 원인이었다. 박서엔진(수평대항엔진)과 상시 사륜구동이 그것. 박서엔진은 엔진의 중심을 낮추고 진동을 극소화 해 코너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주행이 가능하고, 상시 4륜 구동은 미끄러짐을 줄여줘 눈이 많이 내리거나 산길이 많은 지역에서 더욱 인기가 높다.

◆ 스바루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실내 공간 넓네

레거시의 외관은 전면부가 길고 후면부가 짧은 형태로 최근 자동차 디자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여기 스바루 특유의 개성이 넘치는 디자인을 더해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디자인을 개성이라고 여기는 층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고풍스럽다고 느끼는 층도 있다. 

스바루의 실내는 지난 40년 동안 심플한 디자인을 지켜온 스바루의 고집이 느껴진다. 불필요한 버튼들을 최대한 줄였고, 핸들과 계기반을 제외한 대부분을 네모 모양으로 반듯하게 집어 넣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질리지 않는 스바루 특유의 디자인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휠 베이스가 2750mm로 신형 쏘나타보다 45mm 정도 짧지만, 쏘나타처럼 뒷좌석 천장을 쿠페 스타일로 급격히 떨어뜨리는 멋을 부려놓지는 않아서 2열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은 훨씬 넉넉하다. 시트도 요즘 유행하는 단단한 스타일이 아니라 부드러운 타입이어서 착좌감이 부드럽고 편안했다. 스타일을 위해 기능적인 부분을 희생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것이 스바루의 철학이다.

◆ 고속 주행 탁월…강력한 성능과 귀를 즐겁게 하는 엔진음

가속페달의 느낌도 단단하고 가속감도 초반에는 상당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핸들의 조작감도 일본차 답지 않게 생각보다 무거운 편이었다. 중반 이후의 가속감과 반응이 훨씬 놀랍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밟으면 몸이 뒤로 젖혀지며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직선로에서는 순식간에 120km/h를 넘어 160km/h까지 조금의 더딤 없이 거침없이 올라갔다. 140~160km/h 사이의 고속에서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급가속을 할 때면 으르렁거리는 특유의 배기음이 귀를 즐겁게 했다.

◆ 성능은 인정…연비는 다소 아쉬워

레거시 3.6 모델에는 3630cc 6기통 박서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34.2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스바루에 적용된 5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시 충격이 적다. 저단으로 변속을 할 때는 놀랍게도 회전수 보상 기능이 있어 변속충격이 적고 더욱 빠른 변속을 가능하게 한다.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기능이다. 핸들 옆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 레버를 당겨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100km 정도의 거리를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7.6km/l가 나왔다. 레거시의 공인연비가 9.1km/l인 것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준수한 편이지만 자랑할 수준은 못된다. 레거시 계기반에는 순간 연료 효율을 알려주는 게이지가 장착 돼 연비 운전을 도와주기도 한다.

◆ 고속 코너 능력…롤러코스터 타는 짜릿함

북악스카이웨이에 도착했다. 팔각정을 수 차례 오르내리며 레거시의 고속 코너링을 시험해봤다. 오르막길이던 내리막길이던 레거시의 성능은 놀라웠다.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안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코너에서는 저절로 브레이크에 발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레거시를 타는 동안은 오히려 가속페달 쪽으로 발이 움직였다.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며 달리는 느낌이 참 매력적이다. 4륜구동과 저중심 엔진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코너링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지만 겨울 눈쌓인 도로를 달릴 때면 훨씬 더 매력적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스바루코리아는 지난 겨울, 지산리조트에 스바루 라운지를 열고 레거시로 슬로프를 주행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승용 기자 〈탑라이더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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