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데, 너무 좋다는 말 밖에 못하겠다"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곡 제목은 몰라도 대단한 피아니스트인지는 나도 알겠는 걸"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 1부가 끝난 후 인터미션 시간에 50대 아주머니 관객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언급한 감상평이다. 이날은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이 클래식 초보자들의 마음도 확실히 빼앗은 날이었다. 실제로 지휘자 페트르 브론스키와 그가 이끄는 교향악단,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콘스탄틴 쉐르바코프는 관객들의 잠들었던 귀가 활짝 활짝 열리게 하는 마법같은 선율을 선사해 한달치 피곤함을 단번에 날려보내게 만들었다.

첫 곡은 교향악단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몰다우'를 첫 곡으로 들고나온 교향악단은 현악기와 관악기의 조화로운 선율로 '아! 시작부터 좋은데'라는 기분을 갖게 했다. 천천히 관객들을 교향악의 세계로 안내하듯 하프와 바이올린의 피치카토가 이어졌으며, 두 강이 만나 하나의 물줄기를 형성하는 몰다우 강의 특징을 플룻과 클라리넷으로 섬세히 표현해냈다. 특히, 몰다우가 급류에 이른 순간 보여준 대서사시가 압권이다. 타악 파트 역시 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밀도감 있게 밸런스를 맞추었다.

협연자 콘스탄틴 쉐르바코프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환상적인 피아니시즘을 만끽하게 했다. 쉐르바코프가 2010년 5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내한시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그는 광적인 피아니스트적 면모보다는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크렘린의 종소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1악장부터 그의 연주는 관객의 마음에 쏙 들어왔다. '애수' '노다메 칸타빌레'등 많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 삽입돼 친숙하게 느껴지는 2악장, 3악장 모두 깊이 있는 음을 들려줬다. 특히 피아노 트릴(trill, 2도 차이 나는 음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꾸밈음)시에 감지할 수 있는 정확한 타건이 인상적이었다. '살아있는 라흐마니노프'로 불리며 1983년 라흐마니노프 콩쿨 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임이 틀림없었다.

2부에서 만난 '드보르작의 교향곡 8번'은 지휘자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곡이었다.

암보로 지휘를 한 페트르 브론스키는 퍼포먼스적인 면에서도 뛰어났다. 각 파트별로 몸을 돌려 영감을 주고받던 지휘자는 왈츠 리듬이 물결치는 3악장이 끝난 후에는 오케스트라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내보이기도 했다. 또한 공간 좌우를 많이 쓰는 여타의 지휘자와는 달리 상하 공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상자들이 지휘자의 몸놀림만으로도 교향곡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받게 했다.

앵콜곡은 '드보르작의 슬라브무곡 10번'이었다. 친절한 지휘자는 객석을 바라본 채 천천히 제목을 언급했다. 발음상 한국인이 이해하기엔 쉽지 않았지만 관객과 눈을 맞춘 지휘자의 연출에 모두들 호기심과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응시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채 두 손으로 빚어낸 수제 교향악에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6월 1일 두번째 공연 역시 하늘이 두쪽 나도 가야 할 것 처럼 보였다.

한편, 1926년 창단해 1945년 대형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확대된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은 체코 공화국의 대표 교향악단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교향악단이다. 1985년 블라디미르 발레크(Vladimir Valek)가 수석지휘자로 선임되면서 음악성이 더욱 높아졌을 뿐 아니라 유럽 제일의 방송관현악단으로 널리 인정받았다.

[프라하 방송 교향악단]은 6월1일에는 모차르트의 '피가로결혼 서곡',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주한다.

이후,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2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3일)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피아니스트 쉐르바코프는 노원과 구미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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