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의 웃음과 감동이 함께하는 뮤지컬 [연탄길](연출 유혜정)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이철환의 산문집을 무대 위에 옮긴 작품이다. 원작 에피소드 총 120여 개 중, 독자들로부 터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에피소드 6개를 묶어 4개의 스토리로 구성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이번 작품은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고, 2010년 창작팩토리 우수공연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1년 4월 22일부터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 올려진 [연탄길]을 직접 관람한 결과 왜 이 작품이 따뜻한 뮤지컬인지 알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에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작품을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함, 볼거리 위주인 여타의 뮤지컬과는 차원이 다르다. 원작이 갖고 있는 '희망에너지'를 대단하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었다.

박주현 작곡가와 김정리 음악감독의 손을 거친 음악은 적재적소에 나와 극 이해에 도움을 주었으며, 배우 최영화(청소부 경화 엄마 역 외 신촌반점 여주인)와 추정화(Y대 여교수 경화 역 및 갈비 집에서 일하는 민희엄마 역)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실제 삶처럼 느껴질 정도로 맛깔지고 진솔했다. 최인숙 안무 감독이 짠 대극장 안무 역시 각 에피소드의 핵심을 잘 집어내고 있었다.

옴니버스 형식인 만큼 각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사회자 역할이 있어야 한다. 배우 이필승이 사회자 역할 및 무능한 민희 아빠 및 무명화가 역할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철가방 종구(일명 J)가 네 에피소드 곳곳에 끼어드는 점 역시 이번 작품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연극 '친정엄마' 등를 제작한 월드쇼마켓과 (주)아트인조아가 공동 제작한 [연탄길]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딸을 대학교수로 키워낸 청소부 경화 엄마 사연, 비구상 추상화인 '레몬 엘로우'만을 그리는 화가와 그런 화가에게 돈을 빌리러 온 친구, 실명으로 태어난 딸을 위해 자신을 눈을 대신 주고 싶어하는 젊은 엄마 이야기가 겹쳐지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이 장면에서 배우 이훈진이 보여주는 택시 운전 장면도 상당히 깜찍하고 연극적 상상력이 가득하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레몬 엘로우’ 그림과 음악 역시 작품이 추구하는 ‘희망 에너지’를 더욱 확장시켰다. 이쑤시개가 들어있는 갈비를 먹은 민희네 가족이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부르는 넘저인 '이대로 밤을 세워도 좋아' 역시 자꾸 따라부르게 된다.

창작뮤지컬 [연탄길]은, 2012년도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될 예정이다. 연극대본으로는 “오아시스세탁소습격 사건”이 2010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됐다. 뮤지컬대본으로 교과서 실리는 것은 연탄길이 최초이다. [연탄길]은 즉각적인 재미를 선사하지 않는다. 대신 잔잔한 감동이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이어진다. 관객들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도 특징이다.

22일까지 서울 용산 아트홀 공연을 마친 후,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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