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을 위해서 리스트의 곡들로만 이루어진 공연 ‘리스트매니아’가 16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2011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이하 SSF)의 일환이다.

19세기의 비르투오조 리스트를 기념하는 이번공연은 피아노 곡들만이 아닌 첼로, 바이올린 등과 함께 연주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첫문을 연 피아니스트는 상하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자 KBS교향악단의 객원 지휘자인 슈종이었다. 리스트의 '오베르만의 골짜기'를 연주한 그는 홀로 겪는 절망, 고뇌, 환희를 손 끝과 얼굴에 집중해서 보여주고 들려줬다. 이어 피아니스트 김영호와 첼리스트 조영창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슬픔의 곤돌라 S.134’ 와 ‘피아노를 위한 잊혀진 로망스S.132’를 연주했다. 첼로의 음율한 선율과 피아노의 합일이 일품이었다.

1부의 마지막은 파스칼 드봐이용의 ‘순례의 연보 이탈리아 제 2년 7번 -단테의 원고를 읽고’였다. 소나타풍의 판타지로 더 잘 알려진 이번 작품을 드봐이용은 단테의 파란만장한 여행담을 직접 체험한 듯 피아노 음에 실어냈다. 그는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실내악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필립 그라팽,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 등의 연주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맺어오고 있다.

2부 프로그램은 보다 더 대중적인 리스트 작품들로 구성됐다. 리스트 생전에 출판한 작품 중 유일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바다의 낭만에 의한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S.128’을 피아니스트 조재혁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이 들려줬다. 두 연주자의 뛰어난 실력도 물론이거니와 배려깊은 호흡이 눈에 띄었다. 조재혁은 환하게 웃는 주미 강의 손등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독일 본 베토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베토벤’이란 수식어를 달게 된 피아니스트 유영욱은 ‘리스트의 3개의 연주회용 연습곡’과 ‘헝가리 광시곡 2번’을 들고 나와 관객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특히, ‘헝가리안 광시곡’ 중 라싼풍의 느린 부분과 프리스카풍의 빠른 부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더니 카덴차 부분에서 진면목을 확인하게 했다. 이어 피아노 의자에서 곧 튕겨나갈듯한 열정을 내보이며 곡을 마무리했다. 청중들이 박수로 환호했음은 물론이다.

마지막은 ‘피아노(김영호), 바이올린(강동석), 첼로(에드워드 아론)를 위한 헝가리 광시곡 9번’ 이었다. 각 연주자들이 세밀하게 박자를 맞추듯 주고받으면서 곡을 연주해 갔다. 작은 체구의 강동석(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호흡을 중심에 두고 상대적으로 덩치가 커보인 첼리스트 에드워드 아론이 보조를 맞추는 식이었다. 10명의 아티스트가 리스트로 시작해서 리스트로 마치는 이번 공연은 리스트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건반소리에 취할 '열정'은 22일까지

한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22일까지 계속되며 현재 5개 공연을 남겨놓고 있다. 모두 세종체임버홀에서 공연한다. 명사 ‘피아노’에 ‘더욱’ 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접미사 ‘issimo’가 붙은 단어인 '피아니시모'란 주제에 걸맞게 건반 악기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대한전선'과 함께하는 5월 19일 ‘앵글로-아메리칸 커넥션’은 앵글로-아메리칸 즉,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 또는 연관이 있었던 작곡가들인 하이든, 브릿지, 바버, 브루흐 그리고 번스타인의 곡들을 연주한다. 특히 하이든의 곡은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 피아노(멜빈 탄)와의 현이 만날 때 어떠한 화음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한다. 이외 양성원, 조영창(첼로), 백주영(바이올린), 이대욱(피아노)을 만날 수 있다.

'모나미'와 함께하는 5월 20일 ‘건반의 변주’는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피아노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공연이다. 포르테피아노와 피아노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제1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창작곡 공모전 선정작인 홍성지 작곡가의 곡 ‘춘분’이 세계 초연 된다. 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송영훈, 조영창(첼로)등이 출연한다.

'삼성'과 함께하는 5월 21일 ‘실내악 심포니’에서는 원래 오케스트라 곡을 제목 그대로 실내악으로 편성해 연주하며 또한 오케스트라 작곡가들의 실내악화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날이다. 피아노와 비올라 2중주에서 현악 6중주 또한 리스트 작곡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전주곡 등 다양한 악기의 조합을 통해 심포니에 버금가는 화려하고 수려한 음악을 연주한다.

5월 21일 ‘발할라 전당’은 독일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독일인들을 기념하는 ‘명예의 전당’인 발할라 전당 안의 다섯 명의 유명 작곡가들 - 슈베르트, 브루크너,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의 곡을 연주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5월 22일 ‘비가(Elegy)’는 ‘슬프고 애잔한 노래’라는 뜻으로 특별히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중점적으로 모아 듣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에는 폐막공연 ‘열정’을 선보인다. '토요타'와 함께하는 폐막공연은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부터 피아노 5중주까지 선보여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SSF 홈페이지(www.seoulspring.org)를 참조하면 된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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